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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으로]영화 만들기의 새로운 대안 ‘디지털 영화’


 

가볍다, 싸다, 무엇보다 자유롭다

자유로운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의 영화촬영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그 흐름 속에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

2000년 디지털의 해 포문 열다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돼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이다. 지난 2000년 임상수 감독의 <눈물>과 박철수 감독의 <봉자>와 함께 선보여 ‘디지털의 해’를 수놓았던 일군의 작품들 중 하나이다.

눈을 어지럽히는 현란한 색채에 극도로 왜곡된 화면을 선보이는 <대학로..>는 제목만큼이나 엽기적이고 괴기스러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대학로에서 매춘을 하던 여고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발각된다. 선생님은 코스 5만원짜리 서비스를 받고 여고생의 범죄를 눈감아 준다.

그러나 여고생이 임신을 하자 선생님은 그녀를 토막살해한다. 버려진 시체를 재봉틀 할머니가 발견해 재봉틀로 꿰매고, 부활한 여고생은 킬링 머신이되어 대학로에 다시 나타난다.

난생 처음 접하는 충격적인 비주얼과 엽기적인 내용의 <대학로..>는 디지털 영화의 특성을 화면 자체로 보여준다. 이동이 간편해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기동력있게 찍어낼 수 있다는 점과 저예산으로도 장편영화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직접 카메라 렌즈를 깍아 굴곡진 영상을 선보인 남기웅 감독처럼 자유롭고 기발한 창작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디지털 영화를 부상시키는 요소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가 롱샷에 약하다거나, 크기가 다양하지 않다거나, 심도가 떨어지고 거친 질감을 갖는다는 등의 약점은 있다. 하지만 약점보다는 필름 작업에 비해 카메라 및 조명 세팅소요 시간이 짧고,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영화장르에 디지털을 이용하는 빈도가 차츰 증가하리라는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필름 영화? 난 디지털이야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가 파격적인 소재와 괴기스러운 화면을 경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을 선택했다면 임상수 감독의 <눈물>과 박철수 감독의 <봉자>는 기존의 사회에 대한 반항과 역설을 위해 새로운 매체인 디지털을 이용한다.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디지털 이제! Digital EZ’ 섹션을 통해 상영되기도 했던 임상수 감독의 <눈물>은 십대가 볼 수 없는 십대들의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일명 가리봉동 쪽방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십대 남녀 아이들의 일탈과 방황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가출 청소년들을 이야기한다.

성폭행과 폭력, 매춘, 욕설 등으로 18세 관람 등급을 받았던 임상수 감독의 <눈물>은 거친 삶의 이면의 아직은 여린 감수성을 가진 비행 청소년들의 혼란스러운 일상을 역시 흔들리는 카메라 속에 잡았다.

언뜻 <나쁜영화>를 연상시키는 <눈물>은 <나쁜영화>의 리얼함에 반해 조작된 영화적 상황을 그리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기동성과 경제성을 이용해 <나쁜영화>에 버금가는 사실적인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기존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필름 영화’로 보는 반면, 거칠지만 새로운 아이들의 세상을 ‘디지털 영화’로 대칭시켜 놓은 듯 하다.

<산부인과> <301 302> <가족시네마> 등 실험적인 영화의식을 추구해 온 박철수 감독의 <봉자> 또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도전한 작품이다.

당시 저서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로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모아 공중파 드라마 방송에서 퇴출된 서갑숙을 주연으로 두 여자의 새로운 관계와 사랑의 양태를 담았다.

김밥집의 중년 여자 봉자와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녀 자두가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되고 새로운 방식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디지털 카메라는 사회의 내밀한 부조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언뜻 정상적인 인물들로 보이는 봉자의 이웃들은 기실 부폐하고 은밀한 욕구에 시달리는 이중적인 사람들이다. 박철수 감독은 봉자와 자두의 기묘한 관계를 그림으로써 디지털 카메라로 변두리 마을의 억압된 욕망과 부조리한 양상을 실험적인 판타지의 양식으로 그려냈다.

이들 작품들은 일반적인 필름영화에 비해 비주류의 소외된 삶과 비상식적인 인간관계에 천착한다. 주류에서 벗어난 삶의 모습을 그려내기에 디지털 카메라는 적당한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영화 만들기의 혁명

고전적인 셀룰로이드 필름의 영화는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극장에서 영사하는 한가지 방식으로만 상영됐다.

그러나 디지털 영화는 필름으로 촬영해 디지털 코드를 매겨 온라인 편집 후 상영하는 방식과 아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필름 출력없이 온라인 편집 후 아날로그 필름으로 상영하는 방식,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디지털 프로젝터로 상영하는 방식 등이 있다.

온·오프를 아우르는 다양한 루트가 존재하는 만큼 보다 용이한 특수효과 편집을 위해(스타워즈 에피소드 Ⅱ), 촬영의 기동력을 살리기 위해(눈물), 제작비의 절감을 위해(꽃섬) 적당한 방식들이 채택되고 있다.

현재까지 선보인 일군의 디지털 영화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필름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제작방식의 차이일 뿐일까. 디지털은 촬영의 용이성, 경제성, 창작의 자유로움 등에서 기존의 영화방식과 태생적 차이를 지닌다.

디지털은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저장방식이라는 점에서 아날로그를 대체할만한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성장할 수도 있다.

특히 특수효과와 선명한 화질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지금, 디지털 영화에 대한 관심도 그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저장방식의 차이일 뿐 기존 필름영화와 다를 바 없는 영화양식을 선보이는 것은 디지털이 가진 비주류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영상에 대한 요구만큼이나 그에 따른 새로운 의식과 내용도 함께 고민돼야 할 부분이다.

/정명화 디비디언 기자 dv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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