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인증 안돼"이통3사, 신평사 압박에 방통위는 '침묵'


계약상 타 인증 불허 명시 논란…정부, 허용하고도 나 몰라라

[성상훈기자] 아이핀, 휴대폰인증 외에도 신용카드를 통한 주민등록 기반 실명인증이 가능해졌지만 실제 서비스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휴대폰인증 본인확인 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이동통신 3사들이 이용자 편익보다 휴대폰 인증 매출 하락을 우려, 이를 대행하는 신용평가사(대행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사실을 알고도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아이뉴스24가 입수한 SK텔레콤과 신평사 간 본인확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 대행 계약서에는 "사전합의 없이 SK텔레콤의 '본인확인 서비스' 외 다른 본인확인이나 인증 상품,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별도 사유 없이도 SK텔레콤이 통보하는 운영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한달 전에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심지어 인증에 필요한 입력창 등 까지 통신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 상 조항에 대해 통신사 담당자가 임의로 이의 적용이나 유보를 결정 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신평사 입장에서는 통신사 담당자가 사장보다 더 높은 사람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계약서는 2016년 이전 버전이지만 여러 신평사에 따르면 KT 역시 올해 계약부터 SK텔레콤처럼 신평사들이 다른 인증 수단을 도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LG유플러스도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으며 미니멈 개런티(일정량 판매 미달시 벌과금 부여) 조항을 특정 대행사에만 부과하고 또 다른 대행사에는 유예하는 차별 조항까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에 따르면 인터넷서비스 상 주민등록기반 실명 본인확인은 아이핀과 휴대폰 인증만 가능하도록 돼있다.

이 같은 본인확인 기관 지정은 방통위 권한으로 현재 아이핀 본인확인 기관은 신용평가사들이, 휴대폰 본인확인 기관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를 지정하고 있다.

다만 이통 3사들은 휴대폰 본인확인 서비스 대행을 신평사에 맡기고 있다. 이통3사와 계약된 본인확인 인증기관은 한국모바일인증(KMC),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KG모빌리언스, 다날, 수미온, SK플래닛, 서울신용평가정보 등 총 8개사다. 이중 서울신용평가정보는 KT, LG유플러스 하고만 계약돼 있다.

이와 관련 법률 전문가들은 문제의 계약서 내용이 일반 비즈니스라면 문제가 없지만 방통위로부터 위임받은 지위를 이용, 이뤄진 계약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인증제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가 계약을 통해 신용평가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며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판단은 사업자(신평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인증 수단을 위한 본인확인 기관 지정 신청을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것인데 이통사가 못하게 한다고 못할 리 없다"고 덧붙였다.

이통 3사들은 비밀유지 서약을 이유로 계약서 상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 인증은 9군데가 넘는 대행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으나 불공정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다만 계약내용은 비밀유지 서약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KT 관계자 역시 "구체적인 계약관계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평사 간 계약은 비밀서약 유지 때문에 노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도 "대행 계약의 경우 3대 평가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불공정 계약은 없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신기술 나와도 '나 몰라라'

방통위가 이통 3사 편에 서서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신용카드 인증 방식은 금융 당국에서는 이미 허용했던 방식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정통망법을 이유로 아이핀, 휴대폰 인증만 고집해 왔다.

이 탓에 신용카드 인증은 지난 1년간 인가를 받지 못하고 표류해 오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6일 새로운 기술의 인증 방식인 '신용카드 NFC 인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확정하면서 도입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방통위도 신용카드 NFC 인증 방식을 개발한 한국NFC와 기존 신평사들에게 누구든 신용카드 인증기관 신청을 하면 관련법에 따라 심사, 본인확인기관 지정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이통 3사가 해당 계약서를 근거로 신평사들에게 방통위의 '신용카드NFC 본인확인 인증기관' 신청을 할 경우 기존 휴대폰 인증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이들 신평사들이 신청 계획을 철회,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통3사, 새 인증 도입 반대 왜

기존 아이핀이나 휴대폰인증은 국내에 자신 명의의 휴대폰이 없다면 사실상 발급이 어렵다. 이 탓에 해외 거주자들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아왔다.

반면 신용카드 인증 방식은 '카드터치형 본인확인 서비스'의 경우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인증이 완료, 아이핀이나 휴대폰 인증 보다 간편하다. 정부가 나서 이의 도입 절차 등을 간소화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휴대폰 인증 등을 대체할 수 있어 이통 3사 입장에서는 관련 매출 감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이유로 방통위 역시 이의 도입을 적극 유도하고 나서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통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는 휴대폰 본인확인서비스를 통해 지난 한 해 258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휴대폰 명의 도용방지 서비스 가입자도 약 3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 이용료가 1천100원인 이 서비스는 휴대폰 본인인증 과정에서 무심코 가입되는 경우도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방위 소속 고용진 의원은 방통위에 이 같은 휴대폰 명의 도용방지 서비스 탈퇴 내역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를 통한 이통사 매출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46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본인확인서비스를 합치면 연 7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관련 서비스로 올리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핀테크와 같은 IT와 결합된 금융서비스를 비롯한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가 늘면서 본인인증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만 약 1천억원 이상의 인증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관련 매출 확대를 기대하는 이통사들이 새 인증 수단 도입을 막고 있고, 이를 관리 해야 할 방통위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 수단이 다양해지면 매출이 줄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신용카드 인증 도입을 꺼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용자 편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이 같은 불공정 계약 등에 대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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