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공 콘텐츠, 체계적인 지재권 관리 필요"

게임·소설·드라마·영화로…잘 키운 IP '흥행 보증수표'


[성상훈기자]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을 활용해 글로벌 콘텐츠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글로벌 성공을 위해서는 IP의 체계적인 관리와 마케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규 아주대학교 교수는 31일 '2016년 글로벌 콘텐츠 시장 IP전쟁 본격화'를 주제로 열린 굿인터넷클럽 토론회에서 "IP의 자산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유명 IP는 그 관리를 매우 잘 해왔지만 국내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둘리'를 꼽았다. 한때 둘리는 어린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전국민의 인기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본 둘리는 수년전 케이블TV 대리운전 기사 광고에 나온 것"이라며 "요즘 10대들 중에서는 둘리를 모르는 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미키마우스에서 워크래프트까지 …한국판 성공신화는 없다

하나의 IP가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나려면 마케팅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오랜시간 관리되고 이어져온 IP로 꼽을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해외의 경우 롤모델로 꼽을만한 사례가 많다. 내달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도 마찬가지. 이는 미국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것.

지난 1994년 출시된 워크래프트는 이후 시리즈 3까지 출시됐고 2004년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거쳐 하스스톤 등 카드형 게임까지 출시되며 인기를 이어갔다.

다양한 시리즈와 소설로도 출간된 워크래프트는 특유의 IP를 바탕으로 22년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결국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셈. 워크래프트는 이제 하나의 IP가 다양한 콘텐츠로 선순환을 만들어 낸 대표 사례로 자리잡았다.

1928년 만들어진 월트디즈니사의 대표 캐릭터 '미키 마우스'도 9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수많은 시리즈와 오프라인 상품을 만들어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는 경우. 디즈니의 상징이 된 미키마우스가 오랜시간 명맥을 유지해온 것은 디즈니사의 철저한 IP관리가 뒷받침 됐다.

선라이즈사에서 반다이로 넘어간 일본의 건담 IP도 1979년 '기동전사 건담'으로 선 보인지 40여년의 시간이 흘러오면서 수많은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됐다. 이후 '건프라' 라는 독특한 프라모델 문화까지 생겨났고 하나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IP 왕국인 미국과 일본은 이외에도 마블사의 엑스맨, 어벤저스, DC 코믹스의 수퍼맨과 배트맨, 후지코 프로덕션의 도라에몽, 데츠카 프로덕션의 아톰 등 수많은 IP들이 꾸준한 관리를 통해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게임업계 IP 활용 개발 붐 '눈길'

그나마 IP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지난해 게임업계를 통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 대표적인 예가 넥슨이 자사 IP를 활용해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2차 창작물 축제 '네코제'다. 네코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넥슨은 네코제를 통해 인기 게임의 캐릭터나 일러스트, 오프라인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2차 창작물을 선보였다. IP가 2차 창작물로 탄생해 수익을 만드는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는 것.

넥슨코리아 전성식 리더는 "네코제는 게임이 게임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시도"라며 "미키마우스가 오랜 세월 마케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지 되고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을 볼때 우리도 게임 속 주인공들을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문화재단 강동주 사무국장은 "외형적인 비주얼을 떠나 한 회사가 가진 역량 자체를 IP로 보는게 요즘 트렌드"라며 "구글플레이 매출을 보면 상당수의 게임이 IP를 활용한 게임인데 이는 IP의 '팬덤'이 곧 매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국내 인기 게임으로 꼽히는 리니지 시리즈 역시 인기 만화에서 세계관이 시작됐다. 리니지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네이버 웹툰 인기작 '마음의소리', '갓 오브 하이스쿨' 도 어느덧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된 이후 꾸준히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콘텐츠 개발 환경 개선 시급

국내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콘텐츠 개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은 하나의 문화보다는 규제의 대상이었고 '나쁜것'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다.

이같은 편견은 소비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산업의 후퇴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태권브이, 머털도사, 날아라 슈퍼보드 등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줄곧 인기 IP로 정착되지 못한 것은 이때문이라는 얘기다.

강 국장은 "애니메이션이 영속성을 지니지 못한 것은 제작회사의 열악함에 무게를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마블처럼 방대한 세계관은 오프라인 판매 수익으로 미디어화를 이뤄냈지만 국내는 정부 사업에 기대고 있고, 방영 작품 수도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들이 터닝메카드 사례처럼 초대박이 나면 계속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다른 작품은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99조6천억원 규모에 달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폭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는 2011년 이후 5천억원 대에서 정체, 성장 지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2차 저작물이 선보이고 있지만 오프라인 상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디지털콘텐츠 상생협력지원센터 곽영은 변호사는 "해외 선진국의 경우 IP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하는 등 가치 평가에 대한 부분이 활성화 되고 있다"며 "우리는 과도기에 있는 상황이지만 IP에 가치 평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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