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2

[백재현] 신윤식 회장이 자진사퇴한 진짜 이유

 

지난 3월 28일 11시 40분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하나로통신 주주총회장.

자신의 연임 반대를 표명했던 LG그룹측과 전날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던 신윤식 회장은 주총 막판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돌연 자진사퇴를 천명했습니다. 일순간 회의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습니다. 이전의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의결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모습과는 딴 판이었습니다.

결국 신 회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LG측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습니다.

신 회장은 당일 스스로 "26%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면서도 왜 자진사퇴를 했을까요? 25% 이상의 지분이면 표대결에서 LG측을 누를 수 있었습니다.

해석은 두가지로 엇갈립니다. 하나는 표대결까지는 가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막판에 삼성전자가 지지를 철회해 표대결에서 패배가 분명해지자 결단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전자로 해석하는 것이 모양도 좋고 가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날까지 우호지분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모습에 비춰보면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날 주총에서 정관변경 안에 투표한 주요 주주들의 면면을 보면 후자식 해석은 더욱 힘을 얻습니다.

정관 변경의 내용은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을 '대표이사가' 경영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신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계속 앉아 경영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었습니다.

여기에 투표한 성향을 보면 신 회장의 연임에 대한 입장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LG(15.89%), 온세통신(1.24%), 한국중공업(1.05%)이 반대를 했고, SK텔레콤(5.50%), 우리사주(1.07%)가 찬성했습니다. 문제는 주요주주인 삼성전자(8.49%)가 기권을 했다는 점입니다. 대우증권(4.30%)은 불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날 임원회의를 통해 신회장 지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만에 지지에서 기권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이 공식적인 설명을 거부해 확인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과정에 헤프닝은 있었습니다.

inews24는 주총 이틀전인 26일 삼성의 이재용 경영지원 총괄 상무가 신윤식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하나로측에서 확인해 단독 보도 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하나로통신측에 inews24의 기사를 빼고 정정기사를 내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압력'을 가했습니다.

inews24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음날 삼성은 표결에서 기권을 했습니다. 두 사안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확증은 없습니다. 다만 전후 사정으로 볼 때 inews24의 기사가 원인제공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이 LG로 가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번복한 것은 그룹 오너 일가의 명예에 누가 되는 일을 한 하나로통신측에 대한 '징계'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측은 "삼성이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정말 신회장의 거취를 놓고 표대결을 벌였으면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신윤식 회장이 표대결 직전까지 가서야 자진사퇴를 한 진짜 이유는 본인의 입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 회장은 주총 직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패장은 할말이 없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퇴임식은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만 남겼습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