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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 하나로통신 경영권 전쟁, 그 막후에서는...

 

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의 재임 문제를 둘러싸고 LG그룹과 신 회장 진영은 말 그대로 '전쟁 상황'에 돌입했습니다.

답은 오직 하나입니다. 밀어내든가, 버티든가 둘중 하나입니다. 화전(和戰)의 기미는 좀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 전쟁은 오는 28일 하나로통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간 표 대결로 결말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표면적으로 신 회장과 LG그룹간 다툼으로 보이는 이번 '사태'의 막후에서는 하나로통신을 둘러싼 각 대주주들과 통신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지만, 다툼의 결말에 따라 이해득실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고 있습니다.

우선 하나로통신의 대주주인 LG그룹은 데이콤과 파워콤, LG텔레콤 등 유·무선 통신서비스 사업과 LG전자라는 통신장비 업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장비사업과 서비스사업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해 장비사업도 서비스사업도 시장에서 제대로 맥을 못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LG그룹은 지난해 데이콤이 파워콤을 인수하면서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소를 얻었습니다.

이제 LG그룹은 하나로통신이라는 시내전화사업자만 있다면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윤식 회장은 사실 LG그룹에 그다지 고분고분한 경영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신 회장을 조용히 물러나게 하고 LG그룹의 지휘(?)를 잘 따르는 경영자를 앉히고 싶어하는 겁니다.

LG그룹이 신 회장 퇴진 쪽으로 몰고 가는 가운데 삼성은 신 회장의 재임에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통신서비스사업자를 둘러싼 삼성과 LG그룹간의 경쟁은 사실 옛날 데이콤 사건 때부터 있던 일입니다.

지난 97년 당시 LG그룹이 데이콤에 대한 지분을 높이던 시절 삼성 역시 LG그룹 견제를 위해 데이콤 주식을 매입, 양대 그룹간 경쟁을 벌였지요.

따라서 통신업계에서는 LG그룹이 하나로통신 경영권까지 차지, 통신장비와 서비스 분야에서 모두 승승장구 하는 구도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삼성이 신 회장 재임 지지를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치열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입니다. 이미 SK텔레콤은 하나로통신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해 놓은 상황입니다. 단지 주당 5천원에 매입한 주식이 현재 2천원에 머물고 있어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셈이지요.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하나로통신의 주가를 높여 매각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는 것이 외자유치 뿐"이라며 "신 회장이 재임할 경우 외자유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SK텔레콤의 단기 계산으로는 신 회장 재임을 반대하는 것이 맞는 이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으로서는 몇가지 더 고민할 사안이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재임이 무산되고 LG그룹이 새로운 경영자를 선임할 때까지는 꽤 많은 걸림돌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LG그룹이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의 재임은 막을 수 있으나 다시 주총을 열어 대표이사를 선임하려면 다시 한번 총 발행주식의 25%의 찬성표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삼성이 이를 반대할 경우 LG가 원하는 경영진 선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SK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통신서비스산업에서 보여준 LG그룹의 경영판단을 미뤄볼 때 LG그룹이 하나로통신 경영에서 성공할 보장도 없다는 고민도 SK는 합니다.

하나로통신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KT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고민입니다.

SK텔레콤으로서는 KT의 이익을 반길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도 SK텔레콤이 찬·반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결국 하나로통신의 경영진 선임을 둘러싸고 대주주들은 막후에서 각각의 입장에 따른 치밀한 주판알 튕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막후 계산은 오는 28일 하나로통신 주주총회장에서 표로 판가름 날 것입니다. 때문에 주주총회가 다가올수록 양측의 다툼은 '총력전'의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