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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생태계 속박 전쟁' 불붙었다


올 가을 새 OS 출시 땐 본격화…향후 행보에 관심 집중

[김익현기자] 네스트 32억 달러. 비츠 30억 달러. 오큘러스 리프트 20억 달러.

올 들어 성사된 인수합병(M&A) 중 규모가 가장 큰 세 건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플랫폼 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인수한 하드웨어 업체들이다. 공교롭게도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하드웨어 업체를 전격 인수한 셈이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이번엔 최근 끝난 구글과 애플의 개발자회의로 눈을 돌려보자. 역시 공교롭게도 두 기업 모두 같은 키워드를 내걸었다. 바로 기기간 끊김 없는(seamless) 서비스 구현이란 키워드다.

이쯤 되면 최근 IT 시장의 패러다임이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는 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두 기업의 최근 움직임을 ‘생태계 속박(ecosystem lock-in) 전략’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둘 모두 "기기간 끊김 없는 서비스" 강조

여기서 잠시 초보적인 얘기를 한번 되새겨보자.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곧이어 구글도 2009년 첫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다.

그 뒤 두 기업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반 고객들이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폰이냐”는 공방을 벌이는 사이에 태블릿, TV를 이어 자동차까지 관심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엔 스마트홈과 헬스케어 쪽도 기웃거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 달 열린 ‘I/O 2014’ 개발자회의에서 ▲자동차 ▲손목시계 ▲TV에서 ▲웨어러블 기기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플랫폼을 공개했다. 자동차를 위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 TV를 위한 '안드로이드 TV’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선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은 무더기 발표를 하면서도 ▲맥락 인식 ▲음성 지원 ▲끊김 없는 서비스 ▲모바일 퍼스트 등이 바로 구글의 핵심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 핵심은 모바일 퍼스트다. 스마트폰이 거대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중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선 애플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보다 3주 먼저 개발자회의를 개최한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8과 맥 운영체제인 OS X 요세미티를 강하게 연동하겠다고 선언했다. iOS와 OS X 통합이란 거대한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당시 애플이 공개한 iOS8과 OS X 요세미티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과 맥에서 문서를 한층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맥에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동한 ‘탄탄한 울타리’ 속으로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요세미티처럼 올 가을 출시 예정인 구글의 안드로이드L 역시 ‘끊김 없는 서비스’의 첨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안드로이드L이 탑재될 경우 스마트폰과 크롬북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애플과 달리 자신들은 수평 계열화를 지향한다는 구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아스테크니카의 시선이 흥미롭다. 아스테크니카는 “이건 누가 누구를 베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하고 있다. 수 년 동안 다양한 기기의 운영체제(OS)와 서비스를 운영해왔던 두 회사가 ‘융합’ 쪽에 공을 쏟는 건은 지극히 논리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아스테크니카는 두 회사의 이런 행보를 ‘생태계 속박 전략’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 동안 스마트폰과 다른 컴퓨팅 기기들간의 결합은 생각처럼 강하지 않았다. 운영체제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플랫폼 전쟁의 양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을 비롯한 각종 운영체제를 좀 더 긴밀하게 융합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올들어 경쟁적으로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로 플랫폼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서비스 단에서 ‘생태계 속박’을 해 왔던 애플과 구글이 점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쪽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구글과 애플의 최근 행보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두 기업은 올초 경쟁적으로 스마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이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과 손잡고 자동차용 운영체제(OS)인 ‘카플레이’를 선보이자 구글은 열린자동차연합(OAA)으로 맞불을 놨다. OAA에는 구글을 비롯해 GM, 혼다, 아우디, 현대 등 세계 유력 자동차 4개개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그래픽카드 전문업체인 엔비디아까지 가세하면서 힘을 실었다.

그 뿐 아니다. 애플은 카플레이 외에도 헬스키트, 홈키트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애플TV 역시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구글 역시 자동차 외에도 TV, 스마트 시계 등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플랫폼 영토 전쟁에 불을 붙였다. 웨어러블 기기 쪽도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스마트 시계가 향후 생태계 속박 핵심 역할 할 수도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구글과 애플 간 ‘생태계 속박 전략’에서 어떤 제품이 핵심 역할을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스마트폰이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아스테크니카는 앞으로 경쟁적으로 출시될 스마트 시계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웨어러블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손목부터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살펴보자. 안드로이드웨어는 안드로이드 폰이나 태블릿하고만 연동된다. 삼성 스마트 시계는 삼성 폰과 태블릿하고만 통한다. 올 10월 경 출시 예정인 애플 웨어러블 기기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연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채팅이나 이메일, SNS 같은 것들은 멀티플랫폼 용이 많다. 하지만 구글 스마트 시계와 애플 아이폰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우회 경로는 없다.

구글과 애플의 ‘생태계 속박전략’은 어디까지 나아갈까? 한번 들어오면 빠져 나갈 길 없는 미로 같은 생태계일까? 아니면 둘의 중간 지점으로 안내해주는 제3의 길이 다시 등장하게 될까? 올 들어 본격화된 애플과 구글의 생태계 속박 전쟁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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