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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클라우드 재전송은 불법"…왜?


"에어리오TV는 기존 방식만 살짝 바꾼 것" 판단

[김익현기자] 결국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클라우드 재전송’이란 기발한 서비스 모델로 방송시장에 바람을 몰고 왔던 에어리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25일(현지 시간) ‘클라우드 재전송’ 합법 여부 소송에서 6대 3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3월 신개념 서비스로 야심차게 등장했던 에어리오는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서비스를 계속하기 위해선 지상파 방송사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기술방식 차이보다 서비스 형태에 더 주목

그 동안 에어리오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공적 실연(public performance)이 아니라 사적 사용(private use)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에어리오는 자신들이 가입자들에게 제공한 것은 ‘독자적 사본(unique copy)'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1심과 2심 법원은 에어리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에어리오가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복제한 뒤 재전송한 행위는 저작권 법 침해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것.

대법원은 에어리오 TV는 기존 서비스의 근본 성격을 바꾼 것이라기보다는 기술 방식을 살짝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에어리오TV가 개별 가입자에게 ‘독자적 사본’을 제공한 게 아니라 사실상 ‘공적 실연’을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에어리오는 케이블TV 사업자와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무단 제공한 것은 공연권을 위반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에어리오 서비스의 차이점은 서비스의 근본 성격이라기보다는 기술 방식 차이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방식 차이만으로는 에어리오의 행위가 저작권법 보호 범위 밖에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클라우드 서비스 전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대법원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합법적으로 취득한 콘텐츠에 대해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승승장구하던 에어리오, 엄청난 타격 예상

에어리오가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다. 연간 회원으로 가입하더라도 요금이 80달러 수준밖에 안 된다. 유료TV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요금제에 따라 DVR 저장 공간을 최대 40시간까지 부여해주는 점 역시 매력 포인트다. 원하는 방송을 녹화한 뒤 나중에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런 서비스 모델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됐다. 더 이상 재전송료를 내지 않고 서비스를 계속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재정송료를 물 경우 월 8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현 상황에서 에어리오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법원 판결대로 방송사에 재전송료를 내고 서비스를 계속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에어리오 서비스의 장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 판결을 우회할 수 있는 또 다른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독자적 사본’ 보다는 에어리오TV가 방송을 수신한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현재로선 우회 서비스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아예 서비스를 접는 방안이다. 실제로 에어리오 측은 올 초부터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면서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는 없다”고 공언해 왔다. ‘지면 끝’이란 자세로 배수진을 쳐 왔던 셈이다. 물론 에어리오의 이 같은 공언은 다분히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많다.

어쨌든 에어리오 입장에선 세 가지 방안 모두 쉽게 선택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한번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쳇 카노지아 에어리오 최고경영자(CEO)는 판결 직후 “우리는 그 동안 합법적인 기술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면서 “하지만 대법원은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판결은 기술산업에 싸늘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미국 소비자들에겐 엄청난 후퇴다”라고 주장했다.

◆2012년 3월 출범…2년 3개월 여 만에 불법 딱지

에어리오는 지난 2012년 3월 첫 등장한 서비스다. 당시 에어리오는 뉴욕시를 시작으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지상파 방송 전송 대행'이란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어리오는 ABC, CBS, NBC, 폭스 등 미국 4대 지상파 방송의 서브 채널을 비롯한 30여개의 채널을 유료 서비스한다. 가입자들은 ▲하루 이용제 ▲두 가지 형태의 월 요금제 ▲연간 요금제 중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다.

에어리오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ABC, NBC, CBS를 비롯한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재전송료를 내지도 않고 서비스를 했다면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게다가 케이블 사업자도 아닌 에어리오가 재전송 서비스를 한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 방송법에서는 케이블사업자에 한 해 재전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난 2012년 7월 1심 재판부가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제2 순회항소법원도 지난 해 4월 같은 판결을 내렸다. 에어리오의 서비스는 지상파 재전송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180도 다른 판결이 나오면서 에어리오는 2년 3개월 여 만에 ‘불법 서비스’란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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