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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새 정부 IT 정책](하)'IT 대통령'으로 돌아 오라


 

새 정부의 IT 정책에 불만이 많다.

노무현 당선자가 IT 업계에 있었고 IT를 잘 알며 대선 과정에서 IT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IT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특히 IT 시장이 침체되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더 컸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IT가 소외된 것으로 관측되면서 상실감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IT가 북핵문제, 정치개혁, 재벌개혁 등 시급한 정치 현안 때문에 잠시 순위가 밀린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과 노무현 당선자 주위 인적 구성으로 봐 기대할 게 없다는 절망적인 분석이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본의든 타의든 'IT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 당위성의 근거는 결코 'IT 산업 육성'에만 있지 않다. IT는 이제 세상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IT가 투영되지 않는 세상은 없다. 앞으로 갈수록 더 그럴 게 분명하다. 흔한 말로 국가의 명운이 IT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정치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문화가 그렇고, 국민 생활 하나 하나가 IT를 떠날 수 없다.

이 점에서 'IT 대통령'을 갈구하는 주위의 목소리에 대해 "인수위 활동에서 어떻게 특정 산업의 발전 방향을 논할 수 있느냐"고 대답한 인수위의 한 관계자의 말은 참으로 근시안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는 주위의 목소리를 단지 'IT 산업'만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면, 인수위가 철강산업 발전대책, 신발산업 발전대책 등도 일일이 거론해야 맞는 것이냐"고 엉뚱한 소리를 해댈 수 있었던 것이다.

IT는 특정 산업이 아니다

IT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미국에서 클린턴 정부 말기부터 꺾이기 시작한 세계 IT 경기가 부시 정부 들어서 더 침체되는 모습이다. 또 그 영향이 국내 IT 업체에도 직격탄이 됐다.

따라서 IT 산업계 또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IT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부쳤던 '국민의 정부' 정책을 승계하고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안도의 숨을 쉬기도 했다. 산업발전이 간절히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러한 요구를 '특정 산업계의 무리한 욕심'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산업발전과 병행될 IT 세상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노 당선자는 IT가 변화시킬 세상의 진면목을 누구보다 확실히 체험했다. 지난해 극적으로 펼쳐졌던 대선 과정에서 노 당선자는 발전된 IT 때문에 승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이 새로운 여론 주도 매체로 급부상하면서 노 당선자는 전통적인 '선거 무기'였던 돈과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고서 큰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가 이미 정치의 기반이고 정치 개혁의 도구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런 실험은 이미 고건 총리 내정자가 서울 시장 시절에도 입증한 바 있다. '클린 시티(Clean City)'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각종 인허가 민원처리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다. 부정이 싹틀 소지가 있는 곳을 인터넷이란 도구를 통해 국민한테 '유리알'처럼 보여준 것이다. 최고 권력자가 그런 의지가 있다해도 IT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운동은 큰 성과를 냈고, 현재 189 개 유엔회원국에 영어와 불어, 러시아어 등으로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IT가 노 당선자의 국정 과제이자 목표인 '개혁'의 수단이자 응원군인 셈이다. 당선자의 개혁 의지에 IT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투명하지 않으면 개혁도 없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T란 수단이 필요하다.

IT는 국민 복지와도 직결된다.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IT는 일반인의 일상사가 됐다. 공부도 인터넷으로 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민원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예금이나 출금 및 지불 등 가정 경제도 IT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고, 영화나 노래 같은 문화 생활도 점차 IT를 기반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장관을 추천하는 세상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IT는 범죄의 도구이기도 하다. IT를 이용해 다른 이의 신용카드를 복제해 불법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IT를 이용한 사기도 극성이다. IT가 범죄자들에게 마저 활극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IT가 세상 그 자체가 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세상이 통째로 IT 속으로 기어들어 오고 있다는 뜻이다.

IT의 도움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일과 생활이 온통 IT와 어우러져 가고 있는데 IT를 어찌 '특정 산업'이라 말하는가.

IT가 이제 특정 산업일 수 없음은 25일 전국을 강타한 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 대란'에서도 드러났다. 다행히 토요일 오후여서 피해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이날 대란은 IT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IT를 책임지라

IT가 '특정산업'이 아니라 세상 그 자체가 돼가고 있다면 이에 관한 나라의 '백년대계'를 설계할 곳도 정부 특정부처가 아님은 자명하다.

즉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IT보다 훨씬 더 넓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결국에는 이 문제를 사람이란 자원과 조직을 통해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IT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라의 새 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다. 인수위는 나중에 해도 될 일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그 일을 하기엔 최고의 기회라는 점을 잊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구체적으로 정부의 조직 체계를 논의할 때이다.

정보통신부가 IT를 총체적으로 관할 할 수는 없다. 이미 너무 많은 한계가 나타났다. 물론 주파수 관리 등 정통부가 주무부처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1개 부처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다.

정통부는 행정자치부를 비롯해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등 업무로 부딪치지 않는 부처가 거의 없다. 모든 부처의 자체 업무나 관할 기관에 IT가 급속히 결합되기 때문이다.

물론 부처간 협의를 통해 충돌을 피해갈 수도 있다. 그게 당연하다. 또 경제장관회의 같은 협의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곧 시한이 만료되는 전자정부특별위원회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각 부처가 진심으로 협의를 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요 현안이 나타날 때마다 '밥그릇 싸움'이 재현된다. 누누이 지적됐지만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바꿔야 한다. 당선자는 "부처의 통폐합보다 부처간 경쟁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제 길을 피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조직의 이권과 반발 때문에 개혁을 멈출 순 없다.

노 당선자는 특히 대선 과정에서 정부 업무 절차 혁신(BPR)을 강조했다. 효율적인 정부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 일을 해야만 한다.

정부 조직이 반발을 한다해도 BPR에 대해 실질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 정부 조직이 최선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말이다.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IT 관련 정부 업무 조정기구'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부처가 IT 정책을 추진하면서 생긴 갈등과 반목을 중재할 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렇잖고는 '밥그릇 싸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조정 기구가 실질적인 효력을 내려면 큰 권한을 줘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될 수 있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총리급 국가 정보화최고책임자(CIO)나 청와대 IT 수석을 만들라는 요구가 생긴 것이다.

사실 이는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내건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언반구가 없으니 'IT 대통령 맞냐'고 따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CIO나 IT 수석만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필요성을 느꼈던 만큼 그 일을 할 수 있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그 답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토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모두 당선자가 먼저 큰 관심을 보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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