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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새정부의 IT정책] (상) IT 대통령, 그러나 실종된 IT


 

아직 출범하기 전인 새정부의 IT 정책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IT에 무게를 둘 것으로 기대 됐음도 불구하고, 현실은 기대와는 사뭇 다른 기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새정부의 IT정책을 바라보는 IT업계의 시각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 '허탈감'으로까지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IT강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절호의 기회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inews24는 새정부의 IT정책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긴급 진단키로 하고 3회의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IT 대통령 맞어?"

요즘 통신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정보통신 1등국가' 건설을 부르짖으며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IT에 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자랑했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이후 보여준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이같은 반응은 높은 기대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작용해 허탈감마저 짙게 배어 있다.

"IT대통령을 만나 IT업계의 문제점을 속시원히 해결하고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에 진행되는 분위기는 영 딴판인 것 같다."

한 벤처기업 사장의 이같은 지적이 단순히 개인의 푸념만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노 당선자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스스로 'IT대통령'임을 누차 강조했다. 스스로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을 짤 만큼 조예가 있으니 당연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 발표한 10대 국정과제에서나 인수위 구성과정에서 보여진 행보는 기대에 빗나갔다. 10대 국정과제에는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정도에서 얼핏 IT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었지만, IT라는 단어는 주요 실천과제에서조차 단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 후에도 '인수위에서 IT 전문가들이 중용돼 실제 정책에 반영되겠지'하던 기대마저도 물거품이됐다. '청와대 IT수석 신설'이라는 공약도 슬거머니 자취를 감췄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역시 노 당선자도 IT는 변방산업으로 밖에 생각지 않구나'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한국을 'IT강국'으로 만들겠다던 유세과정에서의 약속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시각을 달리 하는 주장도 없지 않다. 노 당선자가 IT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새정부 들어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정에서 중요하게 취급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 당선자의 IT공약 수립에 도움을 주었던 한 전문가는 "그래도 그 많은 산업중에서 유세과정에서 4대전략, 10대정책이라고 구체적인 공약을 밝힌 것은 IT산업 뿐이지 않느냐"면서 "새정부가 IT산업의 비중을 낮춰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워낙 정치·외교적으로 현안이 많다보니 겉으로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정통부가 앞장서야

새정부가 IT산업에 대해 비중을 두지 않는 것 처럼 비춰지자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를 보는 업계의 시각도 냉랭해지고 있다.

20일 인수위 보고에서도 과학기술부 등에 비해 정통부의 보고 내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변재일 기획관리실장은 "당일 노 당선자는 IT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고, 의미있는 말씀도 하셨다. 정통부측에서 밝힐 수 없을 뿐"이라며 "새정부가 결코 IT산업을 경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통부가 인수위 보고 과정에서 IT산업의 중요성을 좀 더 강하게 부각시켰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5000년 역사에서 천재일우(天載一遇)의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국가CIO 역할까지 자임하겠다던 이상철 장관의 행보에 대해서도 불만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IT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장관이 정작 중요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IT산업은 산업 그 자체로서도 '7% 성장론' 등 새정부의 경제공약을 실현할 주요 요소다. IT산업 없이 7%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GDP(국내총생산)에서 14.9%(2002년 말현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를 이끌 확실한 주자다.

게다가 IT는 국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우리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유일무이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그동안 정보화에 투자한 막대한 예산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를 새정부가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BPR(Business Prosses Reengineering)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투자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인식이 IT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되고, 실제 관행이 이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어쩌면 국가사회전체의 틀을 바꾸는 거대한 일이다.

이같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 통수권자의 확실한 신념이 뒷받침돼야 한다.

통신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노무현 당선자의 IT를 보는 시각이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기초로 정치를 개혁하고, 전국민에게 인터넷을 보급해 정보통신 복지를 높여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고 우려하는 것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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