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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IT 아젠다 7-3] 벤처에 새 활기를


 

“‘벤처’와 ‘벤처 사기’는 정확히 구별돼야 합니다.”

16대 대선이 양자 구도로 치열하게 전개될 즈음 제2차 경제 분야 TV 토론에서 당시 새천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강조한 말이다.

새 정부 벤처 정책은 이 한 마디로 압축될 전망이다. 또 그래야 한다. 벤처 육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책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벤처가 우리 경제의 새 동력’이라는 인식 아래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던 ‘국민의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벤처기업 지정, 정부 자금 직접 지원 등으로 인해 나타났던 폐해는 개선하겠다는 뜻도 갖고 있다. 큰 줄기는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벤처 기업가들은 공감하고 있다. 특히 벤처 육성이라는 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추진될 것이라는 사실에 고무돼 있다. 또 벤처 사기 등의 폐해 때문에 ‘도매금’으로 난타당했던 벤처 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격한 ‘옥석 가리기’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려면 반드시 ‘피 뽑기’가 선행 돼야 하듯이 벤처가 제대로 서려면 ‘벤처 사기’도 도려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벤처 부활의 초석은 인식 전환

‘국민의 정부’의 벤처 정책은 21세기형 새로운 산업군을 육성한다는 큰 취지와 달리 잇따른 사기 사건과 정경 유착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암암리에 ‘벤처=사기’라는 등식이 유포되기도 했다. 벤처인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특히 소수의 비리 사건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여기에 기생하는 대중 매체들이 이를 끝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악순환이 거듭됐다.

이 악순환을 끊는 게 새 정부의 첫 과제다. “‘벤처’와 ‘벤처 사기’는 구별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은 벤처기업에 대한 이런 인식의 악순환을 이제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의지로 봐도 될 것이다.

◆‘창업 지원’에서 ‘시장 창출’로

‘국민의 정부’ 벤처 정책의 핵심은 창업 지원이었다. 창업 지원은 벤처기업 인증 제도와 일맥 상통한다. 그 결과 1만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양산됐다. 이는 IMF 환란 위기를 겪으면서 거리로 쏟아진 ‘실업자 구제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제 실효를 다했다. 벤처 기업이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하면서 부작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질적 전환이 필요한 때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시장을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이와 관련, “공공 분야 사업에서 기술적인 차이가 없다면 중소 벤처기업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과 공정한 게임 룰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을 할 경우 ‘힘의 논리’가 지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계약에는 불공정 요소가 많다. 하지만 약자인 벤처기업으로서는 대놓고 항의할 처지가 아닌 상황이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은 “(투자유치를 이유로) 외국기업을 지나치게 우대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투자 재원의 적절한 배분도 중요한 숙제로 보인다.

국내 IT 인프라는 세계 최강 수준이다. 투자가 많이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프라는 벤처가 아이템으로 삼을 만한 사업거리는 아니다.

이강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콘텐츠와 전자상거래 등 IT 활용 산업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벤처는 IT 활용 산업에서 기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활용 산업이 해외 진출에도 유리할 수 있다.

벤처가 할 수 있는 아이템과 시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금 요구되는 정책적 지원

벤처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로서의 ‘시장 창출’이 최우선 과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우선 핵심 선도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국내 IT산업은 핵심기술의 선진국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이익 창출이 최우선인 대기업은 선도기술 개발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 따라서 이를 개발하는 벤처의 경우 산학연 연계 등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핵심 기술 개발에는 역점 분야와 담당 기업 선정에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들 기업에는 또 직접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

여성 벤처 기업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요구된다. 노무현 당선자는 특히 선거 운동 과정에서 “경제 성장률을 7%대로 유지하고 이를 위해 여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여성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는 아직 차별이 많다. 이영남 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온갖 연줄로 엮어 있어 여성 기업인이 차별을 받는다”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본을 무기로 한 대기업의 부분별한 IT 시장 진입과 지배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강력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벤처 캐피털 등의 자금이 선순환 구조로 기업에 흘러가도록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 과제다. 또 선명한 자본 시장 시스템을 만든 뒤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도 글로벌 기준으로 거듭나야

모든 것은 결국 벤처기업 자신의 문제로 돌려질 것이다.

여론이 벤처 비리를 확대 재생산한 구석도 있지만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정화하고 재출발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재웅 사장은 “벤처기업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처의 특성상 사장 등 일부 임원이 경영의 주요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데,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며 “투명한 경영과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사외이사를 영입해 스스로 감시받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한 때 만연했던 ‘한탕주의’를 버리고 주주와 직원, 그리고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지적과 의견이 많다. 벤처 기업 스스로 '환골탈태'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시 한국 경제의 명운이 벤처에 달려 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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