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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델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고객만족 경영으로 제2의 성공 이뤄낼 것" 포부

[김관용기자] "개인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중장기 전략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100% 고객만을 위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델 월드 2013'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마이클 델 회장은 "상장폐지를 통해 델만의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델은 이미 기업용 시장에서 수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는 기업이 됐다"면서 "향후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모바일, 정보관리, 데이터 보호 및 보안 분야에 집중해 고객의 비용과 성능 이슈를 해결하는 성공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84년 설립된 델은 올해 10월 상장 이후 25년 여만에 개인회사로 전환됐다. 델 회장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델 주식을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공동으로 매입해 지난 3분기 상장폐지 절차를 완료했다.

델은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한 직접 판매 방식과 혁신적인 공급망관리(SCM) 정책으로 고성장을 이룬 회사다. 지난 1999년 미국 PC시장 1위를 기록한 델은 2001년 전 세계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PC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델 회장이 케빈 롤린스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주고 난 이후 델은 부침을 겪었다.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고객들에게 차별점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을 경험한 것이다.

결국 2006년 HP에 PC시장 1위 자리를 내 준 이후 레노버에도 뒤지면서 현재 델의 PC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3위 자리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CEO에 다시 복귀한 델 회장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용 솔루션으로 눈을 돌렸다. 델이 살 길은 종합 IT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PC와 서버 뿐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해 스토리지와 네트워킹 솔루션을 확보하면서 기업용 하드웨어 업체로의 구색을 갖췄다. 최근에는 IT서비스 회사와 보안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까지 인수하면서 기업용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 기업이라는 굴레는 델 회장을 옥죄었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실적 공시는 공격적인 투자를 가로막았다. 이사회로부터 오는 실적 압박은 델 회장에게는 짐이었다.

이에 따라 선택한 것이 상장폐지였다. 델 회장은 올해 2월부터 델을 상장 폐지하고 개인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주주들의 반대로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소액 주주 운동을 펼친 칼 아이칸의 공격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델 회장은 10개월 여의 공방 끝에 마침내 자신의 의도대로 델을 개인회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델 회장은 더이상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됐다. 분기별 실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델 회장의 독자적인 경영을 통해 기업용 IT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C 성공,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도

델 회장은 상장 폐지 직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근본으로 돌아가 초창기 기업가 정신을 되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만족을 위한 온라인 PC 판매 방식 도입과 1초에 1대의 PC를 선적하는 공급망관리 체계 구축 등의 혁신이 재현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델 회장은 이날 열린 델 월드 2013 콘퍼런스에서도 기조강연을 통해 고객만족을 재차 강조했다. 과거 PC시장에 직접판매 방식(Direct Marketing)을 도입해 혁신을 불러왔던 것과 같은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당시 델은 직접판매 방식을 통해 재고 부담과 중간 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고객에게 매우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제품 생산에 반영하는 효율적인 공급망체계를 갖췄다. 고객 맞춤형 PC를 생산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따라서 델 PC는 당시 IBM이나 컴팩, HP 등의 제품보다 평균 20% 가량 저렴했다. 이에 따라 델의 매출 성장률은 해마다 50%를 넘어섰다. 1988년 처음 증시에 상장할 때 1억5천9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01년 310억 달러로 치솟았고, 2006년에는 600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고객만족 경영은 이미 기업용 IT솔루션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과는 다르게 직접 판매를 고수해 왔던 델은 최근들어 채널 비즈니스까지 도입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다른 IT기업의 경우 채널 중심의 판매 구조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는 매우 제한적이다. 중소중견기업(SMB)의 경우에는 해당 벤더사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리셀러가 담당하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양질의 제품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으며 기술 지원도 단순 부품 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델은 SMB 분야 고객까지 직접 대면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국내 시장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이나 게임 업체, 벤처 창업기업들이 델 솔루션을 선호하는 이유다.

실제로 델의 맞춤 제작 서버는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델 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객 주문을 받아 판매되는 델의 맞춤 제작 서버인 'DSC 서버'는 사업 4년 만에 100만대의 공급 기록을 세웠다. 100만대 서버 판매는 구글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서버 대수와 맞먹는 양이다. 페이스북은 현재 18만1천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DCS 서버는 정해진 사양없이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해 공급하는 서버로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단일 서버에서 컨테이너 형태의 모듈러 데이터센터까지 필요에 따라 조립돼 제공된다.

고객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양과 기능은 빼고 판매되기 때문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웹서비스 기업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스북은 직접 서버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델의 DCS 서버를 사용했던 대표적인 회사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세일즈포스닷컴, 이베이 등도 델의 DSC 서버 주요 고객사다.

델 회장은 "창립 30여 년이 지난 델은 이제 PC 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IT서비스, 태블릿 PC에 이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면서 "이번 상장폐지로 델의 전략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미국)=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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