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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액센츄어 "소비자화, 오픈API가 기업 혁신 이끈다"


"산업간 융복합으로 제조업체들 서비스 영역으로 진출"

[박계현기자] "기업에서 혁신을 이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시대는 지났다. 혁신은 소비자들에게서 온다."

이진 액센츄어코리아 사장 겸 액센츄어 모빌리티 선임 매니징 디렉터는 26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왜 기업용 협업툴 중에서 페이스북이 나오지 않고 트위터도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직원들도 소비자라는 생각으로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액센츄어는 전략컨설팅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 IT아웃소싱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를 아우르는 B2B 기업이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업들의 혁신을 주도하며 지난 2012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 270억달러(한화 약 29조원)를 달성했다. 이진 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액센츄어의 모빌리티 전략을 총괄하는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로 선임됐다.

이진 사장은 "클라우드를 활용해 각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가동하던 시스템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공공 영역으로 나오면서 2007년에는 기업에서 PC나 단말기 한 대당 6천200달러를 지출하던 비용이 2013년에는 4천달러대로 감소했다"며 "클라우드로 가면서 기기 한 대당 기업이 지출하는 IT비용은 엄청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액센츄어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 CI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2012년에는 모바일 업무영역 구축에 전체 IT비용의 평균 19%를 투자하겠다고 했던 기업들이 2013년에는 평균 30%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하드웨어에 투자하던 IT비용은 비즈니스 영역을 모바일화하기 위해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진 사장은 "기업들이 핵심기반기술(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을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융합 뿐 아니라 산업간 융합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모든 제조기업들이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미들웨어라는 범용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유통되고 다시 기업에 맞춰 개발돼야 했던 IT핵심기반기술이 API라는 형식으로 공공으로 나오자 다양한 적용사례가 소개되고 있다는 것.

API는 개발자 혹은 프로그래머를 위한 운영체제나 응용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다. 각 회사들이 API를 공유해 업무 정보를 저장하는 플랫폼을 일치시킬 경우 다른 산업 영역에서 나오는 정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제너럴모터스에서 시도했던 '원스타' 기술이다. '원스타'는 GM이 15년 전에 처음으로 API를 외부에 공개하는 시도를 했던 사례로 당시 이용자가 '블루버튼'을 누르면 외부와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기능이다.

GM이 공개한 API는 '릴레이라이즈(Relay Rides)'라는 업체를 통해 이용자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줄 수 있는 사업모델의 밑거름으로 활용됐다.

비슷한 시도로 영국의 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는 보험회사와 제휴해 자동차에 탑재된 텔레매틱스 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자동차가 한 달에 주행하는 거리, 최고 속도 등을 제공받아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보험비를 적게 받고 반대의 경우엔 비싼 보험료가 책정하는 상품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진 사장은 "API를 열었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를 받을 수 있고 분석을 해서 이를 보험회사에 팔수도 있는 것"이라며 "오픈 API를 기반으로 제품회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서비스 회사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팔에 차는 밴드에 센서를 탑재해 일일 소비 칼로리량을 체크하고 이를 SNS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나이키 플러스 퓨어밴드', 전구에 무선칩을 달아 스마트폰으로 조명이 켜지는 시간과 색깔 등을 설정할 수 있는 필립스의 '휴 스마트 LED 라이트' 등 다양한 용처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진 사장은 "어떤 디바이스나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에든 연결할 수 있는 정확한 API를 많이 갖고 있는 회사들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이미 API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엄청나게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외부 생태계 구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애플 앱스토어만해도 오픈API로 갔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로 애플리케이션을 애플이 혼자 다 만들었으면 지금의 애플도 없었고 이는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 우수한 소비자, 인프라에 비해 모빌리티 뒤쳐져"

액센츄어는 지난 2년간 세계적으로 3천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모빌리티 사업부는 32개국에 200여개의 솔루션을 컨설팅했다. 액센츄어에 따르면, 모빌리티에 따른 기업 혁신은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액센츄어는 49개 산업을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앤 테크 ▲파이낸셜 서비스(은행) ▲프로덕트(자동차, 건설, 소비자제품, 유통) ▲리소스(석유, 화학, 전기) ▲헬스 앤 퍼블릭 서비스(병원, 학교, 정부) 등 5개의 산업분야로 묶었다.

국내에선 석유화학기업, 전력공급업체, 금융권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지만 아직 장기적인 로드맵이 갖춰진 전략은 미비하다는 것이 이진 사장의 판단이다.

이진 사장은 "한국은 알 수 없는 시장이다. LTE망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80%에 이르는 등 디지털소비자로선 세계 최고이지만 기업용 모빌리티 시장에선 외국 기업들보다 활용속도나 적용률, 신규 가치 발굴이 상당히 늦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기업은 국내 인프라보다 반도 안되는 걸로 훨씬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이들보다 늦게 간다"며 "배달 사원들이 들고 다니는 결제용 단말기만 봐도 다들 스마트폰이 있는데 단말기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큰 스크린(PC 환경)을 작은 스크린(모바일 환경)으로 옮겨 담았다고 모빌리티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를 빨리 적용해야 세계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액센츄어는 이 날 글로벌 기업들의 모빌리티 활용사례를 국내에 들여오는 컨설팅 기업 뿐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이 달 시작한 2014년 회계연도부터 소규모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

이진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나 한국의 혁신을 하는 중소기업회사들이 많지만 이들이 세계 시장으로 자사 기술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라며 "액센츄어가 한국에서 개발해서 월등한 테크놀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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