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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선의 레이니어에서 바라보니] 국내 벤처기업의 도전과 응전


 

HP Korea나 Intel Korea, 그리고 국내 벤처 투자회사들과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장래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국내 벤처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난 2년간 많은 기업의 IR 자료나 비즈니스 계획안을 검토했지만 다분히 불완전하게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사업구상이거나, 시장의 상황이나 현실과 차이가 나는 비즈니스 목표, 경영자의 비전이나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세계 시장에 대한 동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목표시장의 크기나 상대해야 하는 세계시장의 경쟁자와 그들의 제품, 신기술에 대한 발전 주기들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자기 회사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음을 강변하며, 충분한 금융적인 지원만 이뤄질 수 있다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높은 자기 확신이었다.

글로벌 IT 기업이나 국내 벤처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매우 높은 벤처기업을 지원해주기 위해서는 현재의 비즈니스 규모나 인지도 보다는 그 기업이 가진 성공요소나 성장 잠재력에 관심이 많다. 성공적인 기업을 위해서는 기술과 제품에 대한 전략 그리고 경영진이나 개발자의 적절한 인적 구성이 있어야 하며 이들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좋은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요소에는 기술, 제품에 전략, 인적 구성과 함께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하지만, 벤처기업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요조건인 기술, 제품 전략, 인적 구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지원이나 영업협력, 그리고 기술제공 등을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자금은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데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제프리 무어가 주장하는 시장의 케즘(Chasm)을 넘을 수 있는 기술과 제품, 그리고 비즈니스 전략과 함께, 짐 콜린즈가 주장하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적절한 인적 구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닷컴 기업의 거품이 걷히면서 국내 벤처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있고, 코스닥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데는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가진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기업가의 도덕적 해이나 불법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와 체제 등의 미비로 기업 현재 가치나 미래의 성장에 대한 회계 자료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뛰어난 신기술과,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전략, 그리고 적절한 인적 구성이나 경영진의 신뢰성이 있다면 몇 백조에 이르는 여유자금이 부동산 투자와 같은 투기적 투자처에서 기업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제도권 투자처로 몰리게 될 것이다 (기업에 대한 보다 투명한 회계 시스템과 과 감사 기능 등의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제한된 국내 시장에 그것도 다른 기업보다 먼저 시작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된 비즈니스는 개방된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경쟁이라는 위협을 받게 되고 이런 도전을 극복하지 못할 때에는 추가자금 조달의 어려움, 기업 미래의 불투명성 증가, 신뢰도 하락, 그리고 뛰어난 인적자원의 유치 부재로 연결되어 존립이 위협 받게 된다.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실시한 기업들도 기업공개까지 이끈 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신기술과 제품화를 통해 세계시장에 도전해야 하나, 도전을 극복하기보다 근시안적 성장에만 관심을 쏟아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보유한 기술과 불확실한 비즈니스 전략, 그리고 전문가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에 치중해 발생한 결과이다. 단기적 주가 부양책이나 이익 없는 매출총액, 준비되지 않은 해외 진출, 비즈니스 시너지와 관계가 없는 인수 합병이나 사업의 다각화 등이 모두 이러한 예이다.

A.J. 토인비 박사는 '역사의 연구'라는 저서를 통해 인류 문명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란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발생되었으며, 발생할 수 있었던 조건은 무엇이 있었는지, 또 인류의 문명은 어떻게 성장하였으며, 어떤 문명은 성장하고, 어떤 문명은 성장이 정지되었는지, 어떤 문명은 쇠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문명은 해체되는 과정을 겪게 되었는지 등을 상세한 역사적 예를 가지고 모델화 하였다.

토인비 박사의 모델은 지금 전환기를 맞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도전은 인류가 문명을 발전해 가면서 겪었던 환경적인 제약이나, 갑작스러운 외부의 도전, 혹은 내부 집단간의 갈등 등의 문제들을 통해 그 원인과 극복의 해답을 찾을 수 있고, 큰 도전을 극복한 문명은 오히려 큰 문명으로 발전한다는 역사적 사실로 지금 세계 IT 업계가 겪는 빙하기 시련이 오히려 기업을 발전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IT 업계가 인류 문명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 나타난 혹독한 환경의 도전이나 이를 극복하고 발전한 요건들, 그리고 발전된 문명이 쇠퇴하거나 해체되는 이유를 잘 살펴본다면, 그래서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기업 경영에 대응하여 타산지석을 삼는다면 이러한 시기는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 기업의 필요한 구조조정, 적절한 기업의 인수와 합병등과 함께, 신기술과 제품 전략을 재정립하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IT 기업, 그 중에서도 벤처기업의 핵심 역량은 기술 및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 비즈니스 전략과 사람이다. 사회는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원하고 있고, 역사의 교훈을 통해 비즈니스에는 어떤 도전이 있으며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현재의 어려운 시기가 기업도약을 위해 최적이 시점이며, 핵심 역량에 집중을 통해서만 도전에 대한 응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화선 (주)마이크로소프트 이사 harryk@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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