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초를 정점으로 내리막 가도를 달리면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IT산업.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그 침체의 끝을 학수고대해 오지만 아직도 전반적인 IT경기는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연 IT산업 침체의 끝은 어디인가. 2~3년 전의 IT호경기를 다시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
IT산업 붐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에서는 지금 어느 시기에 과연 IT산업이 침체의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IT전문 연구 조사기관이나 IT분야 전문가들이 잇따라 새해 IT산업 전망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은 이 같은 분석결과를 예의 주시하면서 투자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IT산업 전망은 대체로 내년엔 미약하나마 IT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IT산업이 서서히 바닥은 탈출할지언정 본격적인 활황국면에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IT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통신업계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투자위축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하이테크분야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그룹은 전 세계 IT분야의 소비자 및 기업들의 지출규모가 올부터 늘어나기 시작하여 IT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서 내년에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올해 전 세계 IT지출은 지난해 보다 3.4% 증가한 총 2조3천억 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올보다 7% 증가한 2조5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트너는 또 IT산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통신분야의 경우 장비업계와 서비스 업계의 경기 회복세가 크게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통신 장비 업체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되는 반면 통신 서비스 및 인터넷 접속서비스 업체들은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게 보고 있는데 특히 하드웨어의 경우 대형 컴퓨터 서버의 가격 급락으로 인해 올해 매출이 오히려 1.3% 감소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분석이다. 이들 분야는 내년에도 극히 미미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것이 가트너의 설명이다.
가트너그룹은 지난 연초 전반적인 IT산업 경기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 이번 분석 전망을 통해 그 시기를 6개월 정도 늦춰 잡고 있다. 본격적인 IT경기 회복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칼리 피오리나 HP회장도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뷰에나 비지타에서 열린 ‘가트너 테크놀러지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당초 예상보다 IT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해에는 IT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실은 그런 예측과 거리가 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IT산업 침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텔의 크레이그 바렛 CEO역시 피오리나 회장의 견해에 동조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에 IT산업이 강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IT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4가지 요인들, 즉 전반적인 경기침체, 컴퓨터 구매 위축, 통신분야의 과잉투자, 닷컴 붕괴 등으로 인한 어두운 분위기가 결코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IT산업 침체가 조만간 끝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소 희망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향후 IT경기 전망은 ‘당초 예상보다 회복이 늦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만도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통신장비 업계는 아직도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북미 통신장비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 루슨트 테크놀러지스와 캐나다의 노텔을 비롯한 장비 제조업체들이 현재 겪고 있는 사상 초유의 경영난 탈출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텔레콤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2년전 뉴브리지 네트웍스(Newbridge Networks Corp.)를 매각하여 큰 돈을 벌었던 테리 매튜스(Terry Matthews) 전 뉴브리지 사장은 최근 토론토에서 열린 IT업계 오찬 간담회에서 “통신 장비시장이 적어도 3년 안에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즉 내년, 내후년까지는 네트웍 이용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이는 통신장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또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신규 시설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지난 90년대 말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미 구축한 초고속, 대용량 네트웍을 이용하여 더 나은 데이터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플라노에 있는 IT조사 분석기관인 메타그룹의 데이빗 윌리스 통신분야 전문가는 지금 상황은 무척 암울한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현재 통신업계의 지출은 지난 1996년 수준에 불과하며 과거 어느 때에도 이렇게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대표적인 통신서비스 업체인 벨캐나다의 경우 올해 투자예산을 무려 10억달러나 삭감하여 총 37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그나마 신규 투자는 비용절감 및 생산성 증대, 그리고 기존 자산의 효율성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통신장비 업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통신장비 업계의 경우 올해 매출이 50% 감소하고 내년에도 지속적인 투자위축으로 매출이 적어도 15%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전반적인 IT산업 경기가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통신장비 업계의 앞날은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신장비 업계를 비롯한 전체 IT업계의 내년, 내후년 상황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주호석 리더스컨설팅그룹 북미담당 고문 hsju@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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