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프로야구에선 한 때 '머니볼'이란 말이 유행했다. 마이클 루이스의 책에서 유래한 이 말은 중소마켓 팀들이 저예산으로 효율적인 팀을 만드는 전략을 의미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저평가 우량선수'를 집중 발굴해서 성적을 내는 전략이다. '머니볼'의 원조는 오클랜드다. 한 때 서재응 선수가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탬파베이 역시 대표적인 '머니볼 구단'이다.
사실 머니볼은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예산이 빠듯하니, 저평가된 선수들을 싼 값에 살 수밖에 없고, 그러자면 선수 분석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출간된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에는 탬파베이 단장이 "나도 뉴욕 양키스 같은 팀 단장이면 이 짓 안 한다."고 토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맞는 말이다. 부자 구단들은 엄청난 돈 다발을 무기로 선수들을 왕창 사 모으면 된다. 그 중 로또 한 두 개만 터져도 기본적인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몰 마켓 야구팀의 애환은 중소기업들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취업 준비생들 선호 순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지원자를 뽑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런 유형들은 뽑아서 쓸만하면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잠재력'과 '내실'을 보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조직도 작고, 대안도 별로 없기 때문에 사람 뽑을 때부터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중소 마켓 야구팀들의 애환은 또 있다. 일정 기간 한 팀에서 활동하고 나면 자유계약 자격을 갖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잘 하는 선수들은 빅마켓 팀들이 바로 채 가 버린다. 애써 키워놓고선 남 좋은 일 시키는 격이다.
그렇다고 선수를 탓할 수도 없다.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돈 많이 주는 팀, 우승 가능성 높은 팀에서 뛰고 싶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의리' 어쩌고 하는 건, 아마추어 때를 벗지 못한 리그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막말로 그 선수 인생 책임져줄 것도 아니면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으라'고 훈수두는 건, 무책임하지 그지 없는 짓이다.
시선을 중소기업으로 돌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저평가 우량주'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바로 좀 더 조건이 좋은 대기업들에서 스카우트 손길을 뻗치기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옮기겠다는 사람 막을 명분도,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을 보이라'고 요구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처사다. 그건 본인들이 선택할 문제이지 회사가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머니볼' 전략을 하는 팀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포스트시즌까지는 무난히 진출하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프로야구에선 2000년대 이후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됐다. 팀간 빈부 격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니볼 구단'은 꾸준히 강팀으로 남기가 쉽지 않다. 끊임 없이 유망주 키워내고, 빠져나갈 선수 감안해서 팀을 꾸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막말로, 선수가 펄펄 날아도 걱정이다. 언제 어떤 팀이 채갈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긴 쉽지 않은 전략이란 얘기다. 이 또한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1차적으론 내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나 다양한 보상 정책 등으로 우수 인력들의 마음을 살 필요가 있단 얘기다. 사회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이 사내 분위기까지 삭막해질 경우엔 직원들의 마음을 잡아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벤처 육성 정책을 펼 때도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서지 않으면 대기업들도 존립 기반이 약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생 플랫폼의 진정한 출발점은 바로 이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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