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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서]익숙함이 전자제품을 '키운다'


전자제품 대형화 추세…기업은 좋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경계해야

[박웅서기자] 사람의 적응력이란 참 무섭다. 무엇이든 쉽게 익숙해지고 금방 식상해 한다.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우리는 일상생활을 항상 더 풍요롭게 꾸미고 싶어하는데, 이런 성향이 사실 기업들에는 참 반가운 일이다.

익숙함이 전자제품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제품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대형화 트렌드가 인기를 얻으며 실제 제품 크기가 커지는 추세다. 덩달아 가격도 오른다. 제조사들은 각 제품의 크기 변화를 가격 상승 요인으로 이용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크기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전자제품 중 하나가 바로 TV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TV의 크기는 40인치대. 미국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30인치대 제품들은 국내에서는 고작 방 안에서 세컨TV로 활용될 뿐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TV 화면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요즘엔 특히 55인치 TV가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 LG 등 TV제조사들도 55인치 제품을 주력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과거 업소용이나 사무용 등 B2B로 주로 판매되던 70인치 이상 초대형 TV까지 각 가정 거실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OLED TV, UHD TV 등 큰 화면에 최적화된 고화질 제품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초대형 TV 트렌드에 한 몫을 거들었다. 삼성전자의 75인치 LED TV와 85인치 UHD TV, 또 LG전자의 84인치 UHD TV가 요즘 주목받는 대표적인 고화질 초대형 TV다.

최첨단 IT기기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른바 '패블릿'이 인기다. 패블릿은 폰과 태블릿의 결합어로 전화 기능을 갖춘 폰이지만 태블릿PC처럼 큰 화면을 갖춘 제품을 말한다. 처음에는 삼성 갤럭시노트, LG 옵티머스뷰 등 몇몇 특정 제품만이 패블릿으로 주목받았지만 요즘은 대형 화면이 기본사양처럼 자리잡아 구분이 무색해졌다.

언급할 제품이 너무 많다. TV와 스마트폰 말고도 900리터 이상 냉장고, 21kg 세탁기 모두 익숙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것도 모두 아시아 업체, 특히 삼성과 LG 등 한국업체들이 일궈낸 성과(?)다.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 대형화 트렌드는 바람직하다. 대개 제품이 커지면 가격도 더 비싸진다. 당연히 수익도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최초', '최고', '최대', '최다' 등 제품을 홍보하는데 유용한 자극적인 단어들도 범람한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정말로 전자제품은 무조건 큰 것이 좋은가? 좋은지 안 좋은지를 떠나 내게 필요한가? 청바지는 점점 스키니해지고 집 평수는 그대로인데 스마트폰, TV, 냉장고만 커지면 무슨 소용인가.

최근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 플러리가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5~6.9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제품이 차지하는 인터넷 트래픽은 약 2%에 불과하다. 어쩌면 우리는 불필요하게 과대해진 크기에 취해 허영을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자제품 대형화는 유행이다. 그리고 뜨는 유행은 반드시 지게 돼 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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