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크로포드 "인터넷 통제 '전쟁' 시작됐다"

WCIT 새 통신규약, 큰 숙제 가져다 줄 것


[김영리기자] "인터넷의 자유로운 흐름이 많은 위협과 위험에 처해 있다. 이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는 인터넷 통제를 바탕으로 한 '전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오바마 정부 특별보좌관을 지낸 수잔 크로포드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3일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CCK)와 한국정보법합회, 하자센터가 개최한 '인터넷 통제를 둘러싼 권력 전쟁' 포럼에서 인터넷거버넌스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수잔 크로포드 교수와 함께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 박재천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해 새 국제전기통신규칙(ITRs)의 배경과 의미, 인터넷거버넌스를 둘러싼 복합적인 갈등양상에 대한 토론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WCIT 회의에선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는 인터넷을 각 국가가 일정하게 통제하는 규약(ITR)을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크로포드 교수는 "ITR에 반대한 미국의 경우 인터넷은 다중의 이익관계자들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하는 수직상하적인 관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정부는 텔레커뮤니케이션과 달리 인터넷에 규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TU 회의에서 그나마 긍정적 측면은 여러 국가들이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인터넷거버넌스'라는 아젠다에 대해 논의가 오고갔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크로포드 교수는 특히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올 10월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를 개최하고 내년엔 ITU 전권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인터넷 선도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되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회의에선 더 넓은 범위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함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인터넷 선진국이기 때문에 리더로서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길남 교수는 이번 새 통신규약이 인터넷의 2막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글로벌 인터넷이 어떤 모습을 갖춰갈 지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며 "인터넷이 시작된지 40년정도 됐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화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새 ITR에 찬성한 국가와 반대한 국가의 특징으로, 이코노미스트 저널이 선정한 비민주적 국가와 민주적 국가에 쏠려있다는 점을 들었다.

전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민주적 국가 섹터에 있는데도 인터넷 통제에 찬성했다며 굉장히 유니크한 포지션"이라면서 "앞으로 여러가지로 우리나라에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이번 회의에 파견한 대표단 중 인터넷거버넌스를 제대로 이해한 전문가들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WCIT 우리나라 대표단 30명 중 대부분은 통신분야 전문가로,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새 통신규약에 서명을 했다"면서 "앞으로 인터넷거버넌스에 대해 국제적 입장을 대변할 때에는 인터넷 특성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해 주제에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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