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나친 개입, 인터넷혁신 저해"

구글 빅텐트 서울, 정부 역할 논의


[김영리기자] 인터넷 혁신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가 불가분인가 필요악인가.

구글코리아가 9일 개최한 국제 컨퍼런스 '빅텐트 서울: 차세대 혁신을 향해' 컨퍼런스에선 제2의 구글과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왕상한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선 김기창 고려대 교수, 조신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MD(Managing Director),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박사, 방석호 홍익대 교수 등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우선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과도한 책임의식으로 인터넷 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기창 교수는 "정부는 과거 조선·자동차·전자 산업에서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으로 성공했던 경험을 인터넷 산업에도 적용, 정부가 앞에서 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며 "또한 정부가 인터넷을 경외시하고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신 MD 역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측면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과거의 규제정책으로 인터넷·콘텐츠·소프트웨어 등에 적용해 산업 정책을 펴면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보다 정부의 역할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어야 하는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화 시대에 익숙한 툴로 인터넷을 보겠다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꿰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방석호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방 교수는 "정부가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초기 단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지만 시장 성장 후 정부가 규제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로서 뛰어들게 되면 문제가 싹튼다"고 전했다.

정부가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어떠한 규제나 진흥책을 도입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유향 박사는 위치정보법과 클라우드법을 예로 들면서 "정부의 목적은 산업 진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규제와 진흥 두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며 "위치정보법은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됐고 한창 논의되고 있는 클라우드법 역시 산업 육성을 내세우지만 들여다보면 규제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에 방 교수는 "산업 진흥이나 육성에서 시작한 좋은 의도가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규제의 포인트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OO사업법이라고 불리는 것은 대체로 사업자를 관리하는 법으로, 사업자의 활동 범위를 좁히기 때문에 인터넷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호응했다.

◆ 제2의 구글·페이스북…정부가 나서야 하나?

가수 싸이의 글로벌 성공은 물론 그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유튜브라는 글로벌 플랫폼이 있기에 가능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토론자들은 정부의 역할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뒤의 배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한국에서 제2의 구글과 페이스북이 나오길 누구나 바라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만들겠다고 하면 안된다"며 "교육과 벤처 양성, 이보다 더 중요한 생태계 내 경찰이라는 정부의 역할이 먼저 이뤄져야지 특정 분야를 섣불리 육성하겠다고 나서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도 "정부가 어떤 분야의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 방향을 오히려 왜곡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 교수는 과거 전형적인 정부의 산업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과도하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드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며 "과거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었던 산업화 시대의 정부 역할을 인터넷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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