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거부 철회"…포괄수가제 잠정 수용

[정기수기자] 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키로 결정하고,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에 반대해 추진하던 수술거부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으로 의료계의 수술거부 등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게 될 전망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2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강행하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잠정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하루 속히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을 구성해 의료의 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조치를 강구하고, 평가를 통해 제도의 존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이날 회견에 앞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보건의료 현안 관련 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한다는 데 합의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노 회장은 수술거부를 잠정 유보하는 대신 ▲의협을 의료정책 전문가단체로 인정▲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재구성 등 의사결정 구조 재편 ▲의료계와 공동으로 포괄수가제 제도 개선 협의회의 구성 ▲1년후 포괄수가제 재평가 위원회의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 중재에 나선 정 의원은 "(이번 수술 거부 등 문제는) 정부와 의사협회 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앞으로 대립이 아닌 함께 머리를 맞대서 의논하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안 문제는 앞으로 복지부와 대화로 해결하도록 돕겠다"며 "특히 건정심 위원 구성에 있어 '공무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라'는 감사원의 권고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모든 병·의원에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맹장수술, 항문수술, 탈장수술, 자궁수술,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군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수가제를 당연 적용키로 했다.

포괄수가제는 치료과정에 드는 비용을 묶어서 가격을 정하는 입원비 정찰제로,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비용까지 포함해 보험가격으로 정한다. 대상 질환은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군이다.

지난 2002년부터 일부 선택적으로 적용해왔으며, 의원 83.5%, 병원 40.5%, 종합병원 24.7%가 이미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전국 병·의원에 의무 적용되는데 이어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에 확대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과잉진료 방지와 불필요한 의료비 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내세워 포괄수가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의사들은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 저하와 경영악화 등을 초래한다며 정부가 제도 시행을 강행할 경우 수술거부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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