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연기자] # 얼마전 한 독립 온라인 게임 개발사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게임사업을 하고 싶은데 어떤 게임사를 차리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결론은 모바일 게임사였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게임이 낫다는 얘기였다. 업계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독립 업체들은 씨가 마른듯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몇 년 후에는 온라인 게임 개발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클라이언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개발사 기술현황'에 따르면 2008년에는 국내 게임 기업의 53.3%가 온라인게임을 주력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10년에는 온라인 게임을 주력으로 개발하는 개발사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7.2% 줄어든다. 하지만 이중에서 온라인이지만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웹게임 주력 업체들이 8.3%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38.9%로 12% 넘게 줄어든 셈이다.

게임 등급분류를 신청하는 온라인 게임물 숫자도 줄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임한 게임 총 4천51건 중 PC온라인 게임은 1천599건으로 39.4%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총 4천869건 중 1천363건으로 27.9%, 2011년에는 5천263건 중 1천118건으로 21.2%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블록버스트' 위주, 독립 개발사 살아남기 더 힘들어져
게임 콘텐츠가 '블록버스트화' 되면서 개발비가 동반 상승한 점이 독립 개발사 부재를 부른 주된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 예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개발비가 300억~500억원대를 넘어선다. 엔씨소프트는 2010년 출시한 '아이온'이 300억원, 올해 출시되는 '블레이드앤소울'은 개발비가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 중인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도 개발비가 350억원이 투입됐으며 개발 중이라는 점을 볼때 400억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북미시장에 진출한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도 35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이렇게 판돈이 커지자 독립 개발사들의 게임 개발은 더 어려워졌다. 투자를 받아 게임을 개발했지만 몇백억이 넘는 돈을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며,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형업체의 자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된 것.
2009년부터 웹게임사들이 출현히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틈새시장으로 인식됐지만 중소게임업체에서부터 대형업체까지 잇달아 웹게임 신작을 내놓기 시작한다. 웹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기간이 적고 비용이 낮다는 점이 장점이다. 2010년 하반기에는 약 30여종의 국내 웹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사라진 반면,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다수 생겨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영세한 모바일 업체들의 도우미로 나서 퍼블리싱 등의 도움을 주기 시작할만큼 많은 업체들이 생겨났다.
◆ 2009, 2010년 인수·합병 줄이어
대작화 경향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활발한 인수합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08년 5월 T3엔터테인먼트의 한빛소프트 인수로 시작해서 7월 넥슨의 네오플 인수, 10월 NHN게임즈의 웹젠 인수, 12월 미국 EA의 제이투엠 인수가 줄을 이었다. 2009년에는 넥슨이 시메트릭스페이스와 코퍼슨스 2개 업체를 가져갔다.
2010년에는 인수합병에 가속도가 붙는다. 1월에는 CJ인터넷이 시드나인을 인수하고 마이어스게임에 지분을 투자했고, 넥슨이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를 2010년 5월 인수하면서 인수합병이 정점에 달한다. 이후 이에 질세라 엔씨소프트가 넥스트플레이를, 네오위즈게임즈는 씨알스페이스를 각각 인수하고 위메이드가 조이맥스를 자회사로 품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인수합병이 있고 난 후 시장에서 파급력을 가진 게임을 가진 독립 개발사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서든어택'의 게임하이, '아틀란티가'의 엔도어즈, '세븐소울즈'의 씨알스페이스 등 몇 년간 시장에서 주목 받은 작품들의 개발사들이 모두 대형 업체에 피인수 된 것.
◆"콘텐츠 다변화 어려움 예상"
2008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업계에는 탄탄한 개발력과 넘치는 아이디어, 기획력을 가진 독립 개발사들의 게임에 관심이 쏠렸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 유티플러스인터렉티브의 '마스터크로니클' 등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계약금을 들고 찾아오는 사례도 많았다. 마이어스게임즈의 '프로젝트 모나코'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으로 프로토타입 개발 상태에서 해외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주목받던 이들은 곧 대형업체의 투자를 받아 인수되거나 자회사로 편입됐다.
한 게임산업 연구원은 "대형 업체들은 자체 개발력 부재를 독립 개발사 인수를 통해 풀어나갔다"면서 "대형 퍼블리셔들의 입맛에 맛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콘텐츠 다변화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게임 부문에서도 대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립 제작사들의 작품들이 생태계를 이루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독립적인 중소 온라인 게임사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도 함께 이뤄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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