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하이닉스 매각 의지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 관련 학계가 정부와 채권단 측에 폭넓은 대안 마련과 토론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문제를 처리하려면 가능한 많은 대안을 수립하고 이해당사자들간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난 28일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하이닉스 관련 토론회에서는 '방법에 무리가 있으면 목적을 의심받는다'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Heisenberg, Werner Karl)의 말이 인용되면서까지 정부의 '토론의지 부재'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방법의 무리'는 시간에 쫒기며 '매각 신드롬'에 걸린 듯한 채권단의 하이닉스 협상에 대한 '태도와 추진'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목적에 대한 의심'은 짐작컨데 "하이닉스를 매각해야만 하는 다른 속앓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의 말만으로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이른바 문제제기 수준에서 나오는 공허한 메아리일 수도 있습니다.
경종민 교수 등 학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협상에 나선 회사 뒤에서 '매각밖에 대안이 없다'고 정부가 다그치는 속셈이 뭐냐"고 반문했습니다. 될 협상도 이런 식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 "협상 참여자로부터 '벌거벗고 춤춘 격'이라며 치욕적인 협상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패널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카드를 다 내보인 상대를 얕잡아 보는 것은 협상 상대로선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매각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김형준 서울대 교수의 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채권단이 매각을 강력하게 원하는 줄 알았더니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지 못한 외환은행장이 옷을 벗고, 경제 부총리가 '실체'인줄 알았더니 옷을 벗고 난 뒤에는 '하이닉스를 살려야 한다'고 말을 바꾸더라"는 것입니다.
하이닉스 문제 역시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로 꼽히는 '빅딜'의 부산물인 점을 본다면 정권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중을 '알아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정부와 채권단 고위 관계자들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 같은 매각 방침을 쭉 밝히면서도 얼굴을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 등에는 일체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이닉스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며, 매각이 최선책"이라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입니다. 채권단이 최대 주주인 만큼 매각이든 살리든 '제 3자'가 의사 결정권의 행사를 막을 방법은 실제로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하이닉스의 매각협상이 불발로 끝난 만큼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며 더욱 다양한 묘안을 짜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만큼의 여유는 가지는 것이 지혜롭다는 생각입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