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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치는 정통부, 'KT 주식매각은 예견된 정책실패'

 

정부가 보유한 KT지분 28.36%의 완전 매각 이후 SK텔레콤이 KT의 대주주로 등장, 주식 매각 후폭풍이 통신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마침내 양승택 정보통신부장관은 "SK텔레콤이 KT 지분을 조속히 처분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정부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겠다"며 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양장관은 "KT지분매각에서 보여준 SK텔레콤의 돌출행동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KT민영화 취지를 퇴색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SK텔레콤은 정부의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식매각이나 맞교환 의사가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같은 혼란은 정통부가 시한내 주식을 완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특정재벌의 KT 경영권 장악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은 정통부의 '뒷북치기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통부, SK텔레콤에 두 번째 속았다(?)

정통부는 정부보유 KT지분 매각 성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목표했던 '소수의 안정적 전략적투자자 확보'는 SK텔레콤의 돌발적인 5% 주식청약으로 다소의 차질이 있었다"며 정책실패의 원인을 SK텔레콤으로 돌렸다.

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5%가량 청약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으나 이는 원주와 EB를 포함한 지분이라고 생각했다"며 "원주 청약한도인 5%를 SK텔레콤이 모두 청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통부가 애둘러 설명하는 것을 직선적으로 말하자면 "SK텔레콤에 뒤통수를 맞았다"로 해석된다.

정통부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지적하는 것이 지난 2000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 2000년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통부는 사업자 선정 2개월여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사업자 자율에 따른 기술방식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마지막까지 비동기방식으로 몰리면서 정통부는 사업계획서 접수를 연기하면서 동기식 주파수 대역을 별도로 고시, 사실상 사업자 자율에 의한 기술방식 선택 정책을 폐기했다.

이 과정에 대해 당시 안병엽 정통부 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출석, "조정남 SK텔레콤 사장(현 부회장)이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하겠다고 말해 사업자 자율에 맡기더라도 SK텔레콤은 동기식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SK텔레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통부가 SK텔레콤에 뒤통수를 맞았음을 공식 발표한 첫 번째 사례이다.

정책목표는 두가지, 방안은 하나-예견된 혼란

정부의 방안에 따라 매입한 주식을 장관이 직접 매각하라고 강요할 만큼 통신시장에 혼란을 몰고온 KT민영화 정책은 주식매각 방안에서부터 절반의 실패가 예정됐다는게 시민단체와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6일 정통부는 KT주식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책목표를 두가지로 제시했다.

▲KT주식을 제값받고 시한내에 완전 매각한다 ▲KT에 대한 소수의 안정적 전략적투자가를 확보한다는 것이 두가지 목표였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발표된 정책은 전략적투자가에게 5%의 원주와 원주의 2배에 해당하는 EB(교환사채)매입 권한을 보장하는등 시한내 KT 주식을 완전 매각하는 방안만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실련등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KT민영화 방안에 대해 특정재벌의 KT경영권 장악을 사실상 허용하게 되는 정책이라며 정책재고를 요청했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KT 주식매각 방안이 당초 6월말로 예정됐던 민영화 시한을 맞추기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선진경영체제 구축이라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교수는 "정부의 KT민영화 방안이 특정 대기업에게 KT의 경영권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KT 민영화 일정에 쫓겨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략적 투자가에게 할당된 10%의 교환사채(EB)는 특정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정부의 암묵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는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정부의 KT주식 매각 방안이 특정기업의 KT경영권 장악이나 대주주 등장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 혼란이 일 것"이라는 예견과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경고를 무시한채 정책을 진행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주식매각 요구는 시민단체의 사전경고에 대해서는 '우려가 없다'고 무시한 이후 실제상황이 발생한 이후 정부가 민간기업이 매입한 주식을 매각하라고 주장하는 뒷북식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초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장비업체등 KT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통신시장의 경쟁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차별지분제한을 계획하는등 사전 대응책을 논의한 일도 있었다.

지난 4월 초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통신서비스사업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전체 동일인지분한도 15%보다 낮은 수준에서 KT지분을 매입하도록 허용하고 통신서비스 업체가 없는 그룹에 대해서는 민영화특별법의 동일인지분한도를 적용하는 차등지분상한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었다.

이 관계자는 "통신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까지 차등상한규제를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며 조만간 개최될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사전 규제들이 "시한내에 KT주식을 모두 팔아야 한다"는 원칙에 밀려 무산된 결과가 현재의 혼란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법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 항변

정부의 KT 주식 매각 과정에서 11.34%의 지분을 매입, KT의 최대주주가 된 SK텔레콤은 주식 맞교환을 요구하는 KT와 2대 주주이하로 지분을 낮추라는 정통부의 요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논리는 간단하다. 법대로 했는데 문제 될게 뭐냐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가 전략적투자가에게 EB를 포함, 총 15%까지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도를 정해준 범위안에서 주식을 매입했는데 이제와서 지분을 낮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SK텔레콤의 KT지분 낮출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있는가

그렇다면 정부든 KT든 누구라도 SK텔레콤이 가진 KT지분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있는가?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대안이 없다는게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KT의 외국인 대주주를 금지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라 SK텔레콤의 주식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행 정기통신사업법은 부칙 제 4조를 통해 "외국인등은 한국전기통신공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KT의 지분구성은 SK텔레콤이 1`1.34%를 보유한데 이어 미국의 템플턴펀드가 4.4%의 지분을 확보한 2대 주주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KT와 정통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템플턴 보다 낮은 지분으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템플턴 보다 높은 지분을 확보한 국내 주주가 등장해야 한다.

민간기업 가운데 KT주식 4.5%이상을 한번에 매입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고 있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등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다시 KT경영권이 특정재벌로 집중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이나 산업은행등이 KT의 1대 주주가 될 경우 민영화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KT민영화 결과를 둘러싼 혼란은 당초 정부주식 매각 방안을 되돌아 보고 첫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