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매입한 KT EB(교환사채) 1.79%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B 1.79%는 주식물량으로는 적은 숫자지만 이번 정부보유 KT주식 매각 과정에서 SK텔레콤이 KT의 경영권 장악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만든 핵심부분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번 KT지분인수의 주요 목적중 하나인 KT 보유 SK텔레콤 주식 9.27%에 대한 오버행(잠재매각물량부담)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원주 9.55%청약까지는 여론의 인정을 받았다.
특히 추가 EB 청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 이후 하루만에 1.79%의 EB를 청약하면서 KT경영권 장악에 대한 의심 뿐 아니라 주주 및 여론과의 약속을 어기는 '말바꾸기의 명수'라는 오명까지 안게 됐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EB는 KT와의 협의를 거쳐 전략적투자가에게 매각할 계획"이라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조만간 시장에서 이 약속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SK텔레콤 왜 EB를 매입했나?
그렇다면 과연 SK텔레콤은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EB를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매입한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입했을리는 없다는게 통신업계와 증권분석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월 1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3천억원을 들여 EB를 매입하기에는 여론의 질타와 정부의 견제로 인한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비공식적으로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KT와 전략적투자가 그룹에 끼고 싶어했던 기업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이 EB를 매입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뿔뿔이 흩어져 가치가 없어지는 지분을 SK텔레콤이 매입, 전략적투자가를 희망하는 기업에 팔도록 하자는 제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와 KT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정통부 한춘구 지원국장은 "주식이나 EB를 매입해 달라는 얘기는 꺼내본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EB를 통해 재계화합을 꾀하고자 했다"는 이유도 제기한다.
이번 KT주식매입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삼성이라는게 SK텔레콤 측의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은 SK텔레콤이 통신사업을 유지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다.
따라서 원주 9.55%를 통해 삼성의 KT 장악은 막으면서 EB 1.79%를 삼성에 넘겨 KT의 전략적투자가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해 화합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차기 전경련 회장을 노리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삼성과의 화합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SK텔레콤의 분석이다.
물론 이 전략은 삼성의 거부로 인해 일단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EB, 어디로 갈까?
SK그룹은 손길승 회장까지 나서 EB를 전략적투자가에게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손 회장은 "KT지분 1.79%를 금융사 등에 넘기기보다는 통신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사업상 협력해야 하는 전략적 투자가들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특히 손회장은 "이달말이면 모든 매용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밝혀 이달중으로 매입자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략적투자가 그룹에는 물론 삼성도 포함돼 있다.
현재 KT의 지분구도를 감안하면 정통부와 재계에서 보기에 삼성그룹이 SK텔레콤의 EB 1.79%를 매입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이 1.79%의 지분을 매입하고 2.28%의 지분을 확보한 LG전자와 함께 전략적투자가 그룹에 포함되고 나란히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한다면 KT 경영권에 대한 견제와 사업협력등 모든 최상의 구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삼성은 "EB를 매입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이미 SK텔레콤은 삼성에 매각의사를 전달했고 KT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으니 공은 삼성과 KT에 넘어간 상태"라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삼성 외에도 EB를 매입하겠다는 기업은 여럿 있다"며 대안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KT의 전략적투자가로 청약을 했던 효성그룹 컨소시엄과 기업은행등이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삼성외에 다른 기업으로 EB가 넘어가는 것은 지분을 분산시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며 "효성과 기업은행은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KT "EB 매각으로는 의혹 해소 안돼" 반박
1.79%의 EB 물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KT가 나서 "1.79%매각으로는 SK텔레콤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KT 남중수 재무실장은 24일 "EB 1.79% 매각으로 모든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은 SK텔레콤이 무선통신 제 1사업자가 유선통신 제 1사업자의 대주주로 시장경쟁환경을 해친다는 비난에 대해 값싸게 면죄부를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실장은 "SK텔레콤이 오버행이슈 해소를 KT 지분매입의 목적으로 내세운 것이 진실이라면 전제 주식 맞교환을 통해 상호주식 보유를 해소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KT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EB 1.79% 만으로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규정, 미국의 템플턴펀드의 4.4%미만으로 지분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KT지분 문제는 총 11.34% 매입 지분 가운데 7%이상의 지분을 매각하느야 하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