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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총선과 SNS의 관계에 대한 삐딱한 시각


상대적으로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SNS 공간에는 허탈을 넘어 절망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SNS 여론에 매몰돼 전체 판세를 읽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성급하게 'SNS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언론들 역시 수도권 바깥 지역에서는 SNS 투표 독려가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가 판세 바꿨다'는 등의 기사가 쏟아져나오던 이전 선거 때와는 딴 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학 교수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자. 선스타인 교수는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란 저술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갖고 있다.

선스타인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 현상에 대해 경고해 왔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더 극단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전작인 '리퍼블릭닷컴 2.0(Republic.com 2.0)'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집단극단화' 현상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공화당 지지자들끼리 모아놓고, 또 민주당 지지자들끼리 모아놓은 결과 보수적이었던 사람은 더 보수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사람은 더 진보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은 아예 접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파편화(fragmentation)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당시 선스타인 교수는 블로그 공간 연구를 통해 이런 결론을 도출해냈다. 대표적인 SNS로 꼽히는 트위터 역시 이런 현상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이 SNS 공간에만 나타난 건 아니다. 방송사들의 출구 조사 역시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온오프라인 여론 조사 모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자. 이번 선거에서 SNS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은 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그건 오프라인 여론 조사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반만 본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을 한 건 지난 3월말 쯤이었다. 당시 기자는 소셜 검색 엔진을 이용해 민주통합과 새누리 당에 대한 멘션을 조사해 본 적 있다. 당시 새누리당 관련 멘션이 생각보다 많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SNS에서 총선 민심 살펴봤더니… 참고.) 민주통합 관련 멘션에 비해 훨씬 더 많았다. 게다가 그 무렵부터 새누리 관련 멘션이 급격하게 늘고 있었다. 부정적인 여론 비율도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물론 당시 검색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이런 분석을 과학적 근거로 사용하기는 다소 미흡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략적인 추세를 나타내는 덴 크게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소셜 공간에서도 새누리 지지 여론이 생각보다 많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번 선거 결과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여론과 엇박자가 난 것은 크게 '침묵의 나선이론'과 '집단 극단화'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SNS 공간에 상대적으로 야당 지지층의 목소리가 더 컸기 때문에 '여당 참패'란 환상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가 진정한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꾸짖는 것도 온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트위터가 좀 심하긴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의 '집단 극단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팽배해 있는 지역 격차, 세대 격차, 이념 격차를 해소하지 않은 채 트위터의 편향성만 꾸짓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간단하게 정리하자. SNS는 만능이 아니다. SNS를 많이 쓴다고 해서 잠자고 있던 표심을 결집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많은 사람을 열광시킨 건 '메시지'와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그 메시지의 전파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해줬을 따름이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SNS의 '집단극단화'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느낌'을 전파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룹드(Grouped)' 저자인 폴 아담스의 주장처럼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라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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