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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KT민영화 과정의 의문점들

 

'과연 SK텔레콤의 진의는 무엇인가?'

'황금분할'구도를 꿈꾸던 정부의 의도를 여지없이 허물며 전격적으로 대량의 KT지분매입에 나선 SK텔레콤의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요?

'경영권 장악을 위한 노골적인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에서 부터 '경영권 장악까지는 아니지만 다목적 포석을 노린 계산된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까지 다양합니다.

SK텔레콤이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KT의 경영권을 장악할 의도가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게 될 터입니다. 그러나 경영권 장악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작금의 시장환경과 지분구도, 미래 시장전망 등을 놓고 볼 때 분명한 것은 SK텔레콤이 '힘있는 칼자루'를 쥐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향후 SK텔레콤의 수순들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SK텔레콤이 두는 수에 따라 KT는 물론 경쟁회사들은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요며칠 사이의 일들을 잠시 복기를 해보죠. 지난 15일 마침내(?) LG전자가 EB(교환사채) 포함해 3%를 참여하겠다고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지분 소화를 걱정하던 정통부는 내심 즐거웠습니다. 삼성전자의 불참 선언으로 얼어붙은 열기를 살린 셈이니까요. 이때까지 SK텔레콤의 KT지분 참여에 대한 입장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정통부가 설득을 해서라도 지분을 모두 팔아낼 것이라고 은근히 믿었습니다. 즉, 겉으로는 KT지분 참여에 부정적인 SK텔레콤도 적어도 정부정책에 화답하는 수준, LG와 같은 수준으로는 참여할 것으로 본 것이죠.

그같은 분위기는 LG의 참여 선언이 있은 다음날인 16일까지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모종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청약 첫날인 17일 오전 이었습니다. 삼성이 3% 참여를 선언했고 정통부 고위 관료들이 지분완전 매각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고위 관료는 "SK는 삼성보다도 더 많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SK가 원주 4%에 EB 1%로 총 5%가 들어 온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다음날인 18일 11시 30분께 SK텔레콤의 임원으로부터 '원주 5% 참가'라는 얘길 확인 했습니다. 곧바로 삼성의 입장이 궁금해 구조본의 O상무에게 전화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래요? 5%나 들어온데요? 어차피 삼성은 경영권에 관심이 없었으니까요"라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별관심이 없다는 투였죠.

SK텔레콤은 원주 5%나 참여하게된 이유로 ▲경쟁회사(삼성)의 KT경영권 장악 방지 ▲KT가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 9.27%에 대한 대응을 들었습니다.

SK텔레콤은 20일에는 다시 5.77%의 원주를 청약해 총 9.55%의 KT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MS(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CB(전환사채)가 KT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율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 9.55%까지 확보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다소 궁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수긍이 가기도 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러나 20일 저녁 SK텔레콤이 EB도 한 껏 매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SK텔레콤의 임원들의 반응은 "NCND(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다)"였습니다.

결국 SK텔레콤은 21일 다시 EB를 1.79% 청약함으로써 3.78%의 원주를 청약한 전략적투자가에게 할당된 11.34%의 지분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SK텔레콤이 KT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날 저녁 늦게 'EB 물량 1.79%는 KT와 상의해 SK계열사가 아닌 제3자에게 조기에 매각하겠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로 미뤄보면 SK텔레콤은 애초에 EB까지를 매입목표로 잡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KT 지분 대량 매입에 대한 재계 및 언론의 비난이 일자 그냥두면 삼성에게는 갈 수 없는 EB지분을 SK텔레콤이 대신 사서 삼성에게 팔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확인 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정통부가 어느정도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SK로서는 '황금분할'을 깨뜨린데 대한 속죄의 의미도 되고요.

◆SK텔레콤은 KT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나

현재 SK텔레콤은 9.55%(EB를 주식으로 교환할 경우11.34%)로 KT의 내국인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3.1%)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지분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직접 경영에 참여는 불가능합니다. 우선 경쟁업체라는 이유로 KT사외이사 추천권이 SK텔레콤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주주총회등을 통해 우호적인 이사가 선임되도록 하는 방식의 간접적인 참여는 항상 가능합니다.

또 지분을 끌어 모아 20%까지 높이려면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데 자금규모면에서나 정서적인 면등 모든 면에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SK텔레콤이 KT의 주인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영화 되는 순간, 정확히 오는 7월 KT주주총회를 끝내는 순간 공기업특별법에 의한 동일인 지분제한 (15%) 규정이 풀리면서 이론상 시장에서 얼마든지 51%까지 매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굳이 돈을 들여 매입하지 않더라도 외국인지분 등 우호적인 지분과 결합,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에대해 정보통신부 한춘구 지원국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는데 승인을 얻을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 국장의 말은 지금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것일뿐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이야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KT에서 떼어낸 것이 오늘날의 SK텔레콤인데 다시 합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훗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데이콤을 '먹지 않겠다'고 LG그룹 회장이 각서까지 썼지만 4년도 안돼 무용지물로 변한 사실을 보지 않았습니까?

◆SK텔레콤의 '배려'

SK텔레콤이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 는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무릅쓰고 21일 청약한 1.79%의 EB물량은 결과적으로 '삼성달래기'용으로 보입니다. 삼성이 살 자격을 잃었으니 SK텔레콤이 대신 사서 '좋은 조건'에 삼성에게 팔면 삼성은 이미 확보한 0.04%의 지분을 합쳐1.83%가 됩니다.

그럴경우 정통부가 당초 사외이사 추천권을 3%부터 주기로 했던 것을 1% 이상으로 조정해 삼성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제의를 삼성이 보기좋게 거부한 것입니다. 물론 효성 등 다른 기업에 매각할 수도 있지만 SK로서는 다소 당혹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문제는 앞으로 정통부, KT, 삼성, SK텔레콤이 물밑에서 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과 같은 움직임을 종합해 볼 때 SK텔레콤은 당장 KT경영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EB매각 조건이 나빠 SK텔레콤이 누구에게도 매각하지 못한다면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경우 SK텔레콤의 입장에서는 '살 사람 없는 주식을 갖고 있다가 적당한 가격에 팔거나 상황에 따라 지분으로 전환 하면 그뿐'입니다. 일종의 도덕적 면죄부를 받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삼성은 뒤통수를 맞은 것인가

주식을 청약했다가 결국 단 한주도 확보하지 못해 체면을 깎인 삼성은 SK텔레콤으로 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일까요? 크게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알고도 당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사업하기도 바쁜데 남의 사업에 관심둘 수 없다"는 이건희 그룹회장의 말이 족쇄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가 참여를 선언하자 그룹내부에서는 "삼성전자도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구조본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17일, 그러니까 SK가 원주 5%를 청약하기 하루전에 이미 이같은 사실을 모처로부터 통보받아 알고 있었던 삼성이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회장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의 현금 동원능력을 얕봤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고, "정통부를 너무 믿었다"며 후회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통부가 SK로 지분이 쏠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봤다는 얘기지요

◆정통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정통부는 한시름 덜었습니다. '황금분할'이 아니라 모양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적당한 가격에 모든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평가할만 합니다.

그러나 굳이 말한다면 정통부는 KT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어차피 재벌에 넘겼다는 욕만 먹지 않는다면 누군가 주인을 찾아 주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대해 정통부의 한 고위 관료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 것이 아니냐"고 평가했습니다.

만약 SK텔레콤이 아니라 삼성이 '뒤통수'를 치고 나왔다면 더 곤란할 뻔 했다는 얘깁니다. 삼성에 비해 그나마 SK텔레콤은 여러가지로 정통부의 영향권안에 있기 때문에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정통부에게는 시간이 흘러 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난의 부담이 낮아 졌을 때 KT의 주인이 나타나는 일까지 지금 걱정해야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요컨대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일약 부상하면서 당분간 KT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KT경영층과 SK텔레콤과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질테고 장기적으로는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 가는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KT가 민영화된 이상 언젠가는 주인이 나타날 가능이 높기 때문입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