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돌발행동으로 보여요? 충격 요법밖에는…"


"국민의 표현 함부로 삭제해선 안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경신 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돌발 행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사진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심의위가 음란물로 판정해 차단한 게시물을 공개한 것.

지난해 말에는 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의 전담팀 신설안을 다수결로 처리하려고 하자 의사봉을 가지고 퇴장해 문제를 빚기도 했다.

극단적인 행동에 대해 국가 심의기관 위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2월 검찰은 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게재해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했다'는 혐의로 박경신 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표현의 자유' 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박 위원을 만났다.

"처벌받을 만한 사유일까요. 정부가 국민의 글과 사상을 함부로 재단할 수 있나요? 이런 지적은 야당 측 위원으로서의 의무라고도 생각하는데요."

박경신 위원은 지금과 같은 방통심의위원회 구조 내에서는 '충격 요법'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심의에 나서다 보면 일관성이 없거나 상식에 어긋난 사안도 6대3 다수결로 처리하곤 합니다. 여러 번 퇴장하기도 하고 의사봉을 뺏기도 했어요. 그래도 국민을 대표해 심의하겠다고 나섰는데 잘못된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봐야 하잖아요. 그 충격 요법들이 소득이 없다고는 못하실 겁니다."

방통심의위는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6인과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 여당 추천 인사들의 숫자가 많아 정부 여당의 정책이나 철학과 배치되는 방송, 통신 내용 심의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의견이 충돌하는 안건은 대부분 다수결로 처리하고 만다.

박 위원은 그 동안의 돌발 행동들이 많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지만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한다.

박 위원은 "그렇게라도 격렬하게 반응하니까 그나마 SNS 심의하고 나서 삭제하기 전에 3일 유예기간을 두는 장치가 만들어졌다"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경우 기술상 문제 때문에 심의에 오른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해야 하는데, 그나마 유예기간을 둬서 과잉규제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성기사진을 게재하고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지경까지 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의 표현에 대해 심의위가 일방적으로 칼을 댈 수 없으며, 국민 대부분이 모르는 상황에서 게시글을 삭제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기록을 남기려고 했습니다. 인터넷 심의는 한번 회의에서 1천건 이상을 처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심의했고 게시글은 왜 삭제됐는지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다시 방통심의위원 하라면?…"당연히 해야죠"

최근 차기 정권의 정부부처 개편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인 가운데 방통심의위 조직 개편에 대한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민주통합당은 방통심의위 해체 및 재조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박경신 위원은 위원회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말한다. 다만 방통심의위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방통심의위 조직이 개편된 후엔 불법이 의심되고 조장할 수 있다고 해서 유해성만을 근거로 들어 규제하지 않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국민의 글이나 표현을 국가기관이 함부로 지우려 든다는 발상을 바꾸고 개선해야 합니다. 또 SNS에서 불법이면 불법인 것만 지워야지, 불법인 것 옆에 있었다고, 걸러내기 어렵다고 해서 같이 지우는 관행은 없어져야할 것입니다."

2기 방통심의위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그가 다음번에도 심의위원을 하고 싶을까.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하며 국민의 눈을 가리는 사상 통제기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해야죠."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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