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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HP시대-중] '동거' 시너지 효과 있을까?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통합 HP가 몰고 올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합HP는 일단 외형적인 규모 면에서는 컴퓨팅 부문 시장 1위인 IBM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버와 스토리지 등 기업 컴퓨팅 부문과 PC, PDA 등 모바일 컴퓨팅 기기, 이미지 솔루션과 프린터, 그리고 IT 서비스 분야에서 단숨에 시장 선두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IBM에 이어 2위, 기업 솔루션 분야에서는 EDS와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 PC와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서도 델과 팜 등과 시장 1, 2위를 다투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시장 경쟁력 뿐 아니라 재무와 사업 규모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통합 HP의 자산 규모는 564억 달러, 연간 매출은 874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대규모 감원을 감안하더라도 전세계 160여 개국에 14만의 직원을 거느린 역시 초대형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하게 되는 셈이다.

통합 HP가 누리게 될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외형적인 확장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IT 서비스와 기업 컴퓨팅 부분에서 통합 HP는 IBM과 델 등 경쟁사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 서버/스토리지 분야

기업 서버 분야는 통합의 강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그 동안 HP와 컴팩으로 나눠져 있던 시장과 제품 경쟁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기 때문.

지난 2001년을 기준으로 볼 때, 통합 HP는 전 세계 서버시장에서 26.7%(HP 12.8%, 컴팩 13.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15.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를 제치고 29%로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는 IBM을 바짝 추격하게 되는 것.

유닉스 서버 분야에서는 HP, 인텔 서버 분야에서는 컴팩이 각각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역할 분담’이 잘 되고 있는 편이다. 이에 따라 양사가 통합된 후에도 각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양사의 제품이 결합,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경우 유닉스와 인텔 서버 분야 모두에서 통합 HP의 경쟁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합 HP는 스토리지 시장에서 연간 매출 64억 달러, 시장점유율 26.3%로 EMC를 제치고 단숨에 시장 1위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 PC/PDA 분야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 2002년 1분기 전세계 PC 판매량은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3천274만 대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컴팩과 HP는 각각 330만대와 234만대로 시장 1위인 델에 이어 나란히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통합 HP가 출범하게 되면, 단순 합계만으로 564만 대의 PC 판매량으로 17.2%를 점유하게 된다. 14.3%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델을 밀어내고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PC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델의 PC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통합 HP가 델과 대등, 혹은 능가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팜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PDA 시장에서도 통합 HP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 통합 HP가 보유하고 있는 두 종류의 PDA 시리즈, 아이팩과 조나다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15% 선을 넘게 된다.

9.9%의 핸드스프링과 7.7%의 소니와는 큰 격차를 벌이는 셈. 40%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팜에 비해서는 약세지만, 통합 HP의 PDA 제품이 MS 윈도CE 기반의 포켓 PC 계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팜 계열에 맞서는 포켓 PC의 약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 경쟁력 집중을 위해 시장 점유율 4.5%에 불과한 HP 조나다 시리즈를 단종시키고 10%를 넘어서는 컴팩의 아이팩 시리즈로 제품 라인을 통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이팩은 지난 2000년 첫 선을 보인 이래 200만 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포켓 PC 최대의 히트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IT 서비스 및 기타 분야

IT 서비스 분야는 전통적으로 IBM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IBM의 전체 매출의 40%를 서비스 분야에서 얻고 있을 정도.

통합 HP는 이 분야에서의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P는 이미 서비스 부문 강화를 위해 전세계 5대 컨설팅 업체 중 하나인 액센추어와 제휴를 맺었으며, 컴팩도 프록시콤을 2억2천6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제조, 통신, 금융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온 컴팩의 서비스 부문과 닷컴과 포털, 기술 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온 HP의 서비스 부문의 합쳐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IBM에 비해 적극적인 현지 진출 활동을 벌여온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통합 HP의 IT 서비스 부문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경쟁력 확보 위한 구조 조정 불가피

하지만 이 같은 ‘합병 효과’를 누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스트리트의 주요 분석가들은 추가 장애물이 없을 경우를 가정해 통합 HP가 합병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트너의 분석가 마틴 레이놀드는 "통합 HP가 당초 계획대로 25억 달러의 비용절감과 12%의 순익을 올리기까지는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는 2003년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질적인 기업 문화와 경쟁 사업 부문 조정 등 통합 절차를 깨끗하게 마무리하려면 아직 적지 않은 내부 진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분석이다.

칼리 피오리나 HP CEO는 통합 HP의 사업 부문을 크게 '이미지와 프린팅', 'PC', 'IT인프라', '서비스' 4가지로 나눠 육성시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되는 사업은 키우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도이다.

실제로 서버와 IT 서비스 사업 부문은 HP와 컴팩 양사 모두 장단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통합 운영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지만, PC와 PDA 부문은 상당 수준의 구조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HP의 데스크톱 PC인 벡트라 시리즈와 노트북 PC인 옴니북, PDA인 조나다 시리즈의 퇴출이 예상된다는 것.

기가 인포메이션 그룹의 롭 앤더를(Rob Enderle) 부사장은 "IT 서비스는 IBM과, 서버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PC는 델과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분야 모두 통합 HP에게 결코 유리한 시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현우기자 fineapp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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