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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동통신업계 폭풍전야 -하] 끊이지 않는 합병 시나리오


 

‘정치판의 주말 연속극’으로 통했던 민주당 경선은 당초 ‘7龍’의 대결로 시작했다. ‘민주당 7龍’의 화끈한 대결을 통해 국민들은 오랜 만에 ‘신선한 정치판’을 접하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3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후보들이 혹은 외압을, 혹은 지역 대단합을 이유로 중도 사퇴한 것.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사퇴의 밑바탕엔 기대 만큼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를 비롯한 6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도 사퇴’(합병을 통한 퇴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전문가들 역시 “4개 업체 이하로 줄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특히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03년부터 대역폭 제한을 폐지하기로 해 합병설은 더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 적자 누적-추가 비용 필요 겹쳐 합병설 ‘모락모락’

미국 이동통신업계의 상황 역시 ‘합병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 동안 이동통신 업체들은 인프라 구축과 3G 라이선스확보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현재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 앉은 상태. 특히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차질 없이 선보이기 위해선 거액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해 미국 이동통신 업체 중 이익을 낸 곳은 버라이존과 싱귤러 뿐이다. 2천94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버라이존은 지난 해 23억 달러, 2천160만 가입자의 싱귤러는 25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위해 각각 50억 달러 정도의 투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AT&T와 스프린트PCS 등 다른 업체들은 더 절박하다. AT&T와이어리스는 오는 2003년까지 총 150억 달러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GSM 전환을 위한 비용이다.

지난 1996년 출범한 스프린트 역시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까지 주가가 10배나 뛰어올랐던 이 회사는 그 이후 85%가 폭락하면서 시름에 젖어 있다. 지난 해는 13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부채 역시 올 연말까지 15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네트워크 투자 비용으로 20억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하는 데 돈 쓸 곳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는 ‘빅딜’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 넥스텔, 빅딜 1순위로 꼽혀

레드헤링은 최근 미국 이동통신 업계의 ‘빅딜 대상 1순위’ 업체로 넥스텔을 꼽았다.

넥스텔은 지난 2월 주가가 3.51 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주가 폭락’에 시달리고 있다. 한 때 34달러까지 올라갔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10분의 1 수준에서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이 빅딜을 노리는 업체들에겐 되레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인수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스텔이 10MHz에 달하는 대역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충성도 높은 기업고객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다.

특히 미국에서 대역 부족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넥스텔은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레드헤링은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AT&T 와이어리스와 10MHz 대역폭을 필요로 하고 있는 버라이존 등이 ‘입질’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넥스텔이 떠안고 있는 165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넥스텔 인수’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서비스 방식 문제. 넥스텔은 CDMA, GSM 등 이동통신 양대 방식 대신 자체 개발한 iDEN(intergrated Digital Enhanced Network) 기술 기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넥스텔이 조만간 CDMA로 전환하겠단 입장을 내비치고 있긴 하지만 당장 플랫폼 전이 비용을 생각해야 하는 업체들로선 선뜻 나서기 힘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버라이존-스프린트, 싱귤러-AT&T도 유력

넥스텔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현재 미국 이동통신업계를 달구는 합병설의 근간에는 ‘서비스 방식’ 문제가 놓여 있다. 같은 서비스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업체들끼리의 빅딜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빅딜 시나리오는 싱귤러 와이어리스와 AT&T 와이어리스 간의 ‘짝짓기’. 2, 3위 업체인 이들은 GSM 방식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보이스스트림 역시 ‘한 쌍’으로 거론되고 있다.

CDMA 진영의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와 스트린트PCS 역시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1위(버라이존)-4위(스프린트PCS), 2위(싱귤러 와이어리스)-3위(AT&T 와이어리스)간의 조합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 같은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덴 합병 이후 네트워크나 시스템 통합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지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AT&T와이어리스와 싱귤러 같은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AT&T와 보이스스트림의 결합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경비 절감과 함께 경쟁력 제고란 부대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 ‘경쟁 압살’ 여부 고려될 듯

하지만 이 같은 빅딜 시나리오엔 외부적인 변수도 많다. 특히 거대 업체 주도 구조로 바뀔 경우에 뒤따르게 될 ‘경쟁 압살’은 FCC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합병을 통해 이동통신 회사들의 재정 상태를 호전시켜 새로운 서비스 도입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독점의 폐해’를 드러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FCC 전 의장 출신인 블레어 레빈은 1위(버라이존)-4위(스프린트PCS), 2위(싱귤러 와이어리스)-3위(AT&T 와이어리스)간 빅딜에 대해 “가히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엔 미국 무선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베이비벨의 통제를 받는 2개 통신회사(AT&T, 버라이존)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5, 6위 업체인 보이스스트림과 넥스텔 2약은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하게 된다.

이 같은 구도가 정착될 경우엔 베이비벨이 자신들의 음성 서비스가 압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규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걸리는 점이다. 법무부 역시 합병으로 인해 혁신이 방해 받는 상황이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버라이존-스프린트PCS’, ‘싱귤러-AT&T’ 중 어느 쪽이든 합병이 성사되기만 하면 가입자가 4천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업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뉴욕대학의 엘리너 폭스 교수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제는 합병이 소비자들에게 상처를 안겨주느냐, 아니면 득이 되느냐에 달렸다”고 주장한 것이 이 같은 차원의 문제 제기인 셈이다.

◆ ‘합병설’ 부인하면서도 가능성엔 여운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합병설에 대해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합병 가능성에 대해 완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스프린트PCS의 찰스 레빈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무선 업계에서 홀로 서기에 성공하겠다는 가정 하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라이벌과의 합병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의 짐 그레이스 대변인 역시 "아직 합병하겠다는 입장은 없다"면서도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수 대상 1위로 떠오르고 있는 넥스텔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이 회사 팀 도나휴 CEO는 "비록 1천200만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넥스텔이 매력적인 합병 대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인수자를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 업체 관계자들의 이 같은 유보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2002년 미국 이동통신업계엔 깜짝 놀랄 만한 빅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동통신회사들이 계속 손실을 보고 있는 데다 최근 주가 폭락 등으로 투자자들 역시 외면하고 있어 ‘합병을 통한 비용 절감’ 외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6개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업계가 올 연말쯤엔 3, 4개 업체의 과점 구도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거대 합병에 따르기 마련인 ‘경쟁 압살’ 문제만 피해갈 수 있다면 파격적인 판도 변화 역시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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