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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동통신업계 폭풍전야 -상] 신규 가입자 감소로 '힘든 나날'


 

미국 이동통신업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이동통신 요금이 폭락한 데다 신규 가입자는 갈수록 줄고 있어 중병을 앓고 있다. ‘사업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M&A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inews24는 ‘미 이동통신업계 폭풍 전야’ 시리즈를 통해 격동기를 겪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 업계의 현황과 합병 시나리오 등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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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2001년처럼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난 2월 4일. 미국 4위의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PCS의 윌리엄 에스리 CEO는 “2002년 전망도 어둡다”는 비장한 발표를 했다. 당초 370만 명의 신규 가입자 확보를 자신했던 스프린트PCS는 이날 “300만 명 정도를 신규 가입자로 끌어들이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라며 목 멘 소리를 했다.

스프린트PCS는 지난 2001년 13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1996년 출범한 이후 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주가가 10배나 뛰어 오르며 승승장구 했던 스프린트PCS는 2000년 이후 주가가 85%나 폭락했다.

부채 역시 올 연말까지 15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쟁 최우선 전략’을 앞세우며 성장 가도를 질주했던 이 회사는 지금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스프린트PCS의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업계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 미국 전체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는 약 1천700만 명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2천300만 명을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1990년대 중반 20~25%에 이르렀던 신규 가입자 증가율 역시 13%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격랑의 세월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

메릴린치는 “오는 2005년까지 미국 이동통신 신규 가입 비율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 때가 되면 신규 가입 증가율 역시 6%에 불과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놔 가뜩이나 우울한 업계에 싸늘한 찬바람을 몰고 왔다. ]

◆ 무너진 ‘차세대 희망’의 꿈

미국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지 올해로 20년. 그 동안 이동통신 부문은 미국 통신 산업의 차세대 기대주로 대접 받아 왔다. ‘마지막 희망’으로 통할 정도다.

이처럼 이동통신 산업이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쇠퇴기에 도달한 유선 전화 서비스의 대안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미국 의회는 통신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역 전화시장에 경쟁 원리를 도입했다. 지역전화 경쟁 도입은 혁신 촉진, 통신요금 인하 등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경쟁의 문이 열린 뒤 우후죽순처럼 출범한 50여 업체들 중 대부분이 지금 사라지고 없다. 마땅한 경쟁력을 찾지 못한 채 몰락해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전통 전화 산업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동통신. 미국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무선 전화 이용 시간은 전체 통신 시간의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는 2003년에는 이 비율이 2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 유선 전화를 해지한 비율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비율 역시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이동통신 산업이 위기상황에 직면하면서 경제 전체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6개 업체는 너무 많다”...분석가들 입 모아

현재 미국 이동통신 업계를 이끌고 있는 업체는 총 6개. 선두 업체인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를 필두로 싱귤러 와이어리스, AT&T 와이어리스, 스프린트PCS,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즈, 보이스스트림 와이어리스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을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의 ‘6龍 각축 구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마디로 ‘선수가 너무 많다’는 것. “4개 업체 이하로 줄여야만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구체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미국 이동통신 업체들은 변변한 수익을 올리고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입자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2001년 미국 이동통신 업계의 전체 매출은 850억 달러. 전년에 비해 2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정작 돈을 번 업체는 버라이존과 싱귤러 뿐이다. 그 외 업체들은 대부분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올해도 이동통신 업체들은 총 100억 달러 정도의 현찰을 날려 버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 업체들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불과 3개월 만에 45%가 폭락한 것. 주주들의 알토란 같은 돈 450억 달러를 허공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루이즈 카발로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미국 이동통신 업계는 중병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의 CEO인 데니스 스트리글 역시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금 시장은 미친 상태다. 조만간 대형 합병이 뒤따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기 불황-시장 성숙으로 성장 지체

이처럼 거대 합병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은 시장 상황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 전문가들은 “가입자 수가 매년 평균 20~25%씩 증가한 1990년 대 중반이라면 굳이 빅딜이란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을 고비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신규 가입자 증가율은 2000년 27%에서 지난 해에는 18%로 눈에 띄게 둔화됐다. 게다가 지난 해 신규 가입자 1천950만 명은 전년도에 비해서도 줄어든 수치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이는 미국 이동통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경기 불황’과 ‘시장 성숙’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축된 경제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가 지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가입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신규 가입자로 끌어들여야 할 대상은 10대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들은 이동통신 요금을 낮추지 않으면 쉽게 가입하지 않을 것이란 것.

지난 3년 동안 미국 이동통신 요금은 매년 평균 25%씩 폭락했다. 현재 분당 평균 요금은 약 14센트 정도. 하지만 아직까지 이동통신에 가입하지 않은 ‘구두쇠’들을 유인하기 위해선 추가 할인도 불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비용 등으로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이동통신업체들 입장에선 쉽게 결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2003년 대역폭 폐지 앞두고 분주

미국 이동통신 업체들은 80%에 달하는 유럽 수준의 휴대폰 사용률을 전범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이동전화 사용률 역시 과장된 측면이 많다는 것. 유럽 업체들은 한 달 동안 무선 서비스 비용을 한 푼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가입자로 간주하고 있다.

게다가 계수상 중복도 많다는 게 비즈니스위크의 지적이다. 이런 요소를 감안할 경우 유럽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60%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역시 오는 2005년이면 가입자 비율이 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요금 폭락’과 ‘신규 가입자 수 정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업계엔 지금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살아 남기 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감수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버라이존을 비롯한 ‘미국 이동통신 6龍’들은 지금 숨가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벌써부터 그럴 듯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003년부터 대역폭 제한이 폐지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내에 상당한 움직임이 뒤따를 가능성도 많다. ‘폭풍 전야’의 미국 이동통신 업계는 지금 살아 남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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