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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파워블로거가 파워브로커?


파워블로거 사태…자정노력이 우선

[김영리기자] 인터넷 세상이 시끄럽다. 최근 네이버에서 활동했던 유명 파워블로거가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세척기를 공동구매하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겨 논란이 됐다. 이 사태는 그동안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파워블로그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줬다. 게다가 블로거들에게 '파워' '우수'라는 배지를 달아주며 '파워브로커'로 가는 길을 열어준 포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파워블로거 '베비로즈'는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 간 (주)로러스생활건강 오존살균세척기 '깨끄미'에 대한 공동구매를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블로그에서 진행했다. 블로거의 추천으로 해당 제품을 사용한 사용자들은 피부병, 폐렴 증상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 제품은 공동구매를 통해 36만원의 가격으로 3천대 가량 판매됐다. 이 과정에서 베비로즈는 업체 측으로부터 제품 한 대당 7만원씩 수수료를 받아 총 2억1천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 블로거는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파워블로거의 지명도와 신뢰도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포털 책임론 불거져

물론 파워블로거들의 도를 넘은 홍보성 리뷰와 공동구매 등을 통한 수익 활동은 질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블로그 공간을 제공하고 파워블로그 활동을 적극 지원한 포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로거들의 상행위에 대해 눈을 감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은 2000년대 중반부터 검색의 질을 높이고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털 사업자들은 블로거에게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고 무제한 게시판 생성 등을 지원했으며 매일 10개 이상 글을 게시하는 블로거에게 경품을 주기도 했다. 또한 게시물 쓰기 빈도나 인기도, 주목도를 고려해 '파워블로그' '우수블로그' 등을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정된 파워블로거는 네이버와 다음을 합쳐 약 3천명에 달한다.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은 블로그에 광고 배너를 달거나 돈을 받고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게시하는 등 상업적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네이버 측은 "처음 서비스를 기획할 때만해도 블로그 운영자가 이 공간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며 "한 때는 상업적인 활동에 대해 제재 수위를 높였던 시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선 정당한 상업적 활동까지 막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고 블로거들도 땀과 노력으로 만든 콘텐츠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됨에 따라 네이버는 이용자 간 상업 활동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베비로즈 사태가 논란이 되면서 그동안 블로거들의 상업적 활동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던 포털의 블로그 운영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 이용자는 "포털들은 소수의 파워블로거들의 상행위를 묵인해서 수 천만 명의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포털들이 선정하는 파워블로거나 우수블로거 등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보다는 자정노력이 우선

논란이 커지자 정부에서도 긴급대책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 파워블로거나 인터넷 동호회, 각종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고 추천글 등을 게재할 경우에는 상업적 표시 광고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리도록 심사지침을 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기만적 표시·광고 행위로 간주돼 광고주가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사실상 현실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 상의 모든 블로그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적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에만 약 2천750만 개의 블로그가 개설돼있고 다음 역시 2천여 만 개의 블로그가 있다. 기타 블로그나 커뮤니티까지 합치면 모니터링 인력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심사지침은 '공공장소에서 금연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며 "자율 심사와 블로거 스스로의 자정 노력에 맡긴다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로고스피어(블로거들 세계) 내외부에서도 블로거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 자율적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과 자정노력으로 더 성숙한 블로그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블로그 네트워크인 'TNM(티엔엠미디어)'은 이미 2009년 초부터 파트너 블로거들에게 리뷰 관련 포스팅을 할 때 이해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파워블로거인 명승은 TNM 대표는 "포털이 무조건 적으로 잘못했다고 책임론을 묻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사실 포털의 시스템이 악용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순수하게 블로거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작성하던 블로그가 어느덧 많은 사랑을 받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파워블로거가 된 만큼 블로거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블로그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블로거 자정 노력과 함께 포털들은 그러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M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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