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은 어디일까.
통신기기 업계는 SK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SK의 비동기 IMT-2000(W-CDMA) 전략이 '안개 속'이기 때문입니다. SK가 W-CDMA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기기 업계엔 새 시장이 생기는데 지금으로서는 그 시장이 언제 열릴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 27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K IMT가 W-CDMA 장비 개발 협력 업체 국내외 7개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이런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이번 발표가 W-CDMA 전략의 변화를 암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SK의 W-CDMA 전략은 "막연하다" 할 정도로, 서비스 개시 시기를 비롯해 모든 것에 있어서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않았습니다. 그런 SK가 이번에 장비 업체를 선정하는 등 '특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지요.
기기 업계는 그 움직임에 '어떤 의미'를 붙이고자 합니다. 아직까지는 아전인수식 해석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멀게만 느껴지는 시장이 조금 더 앞당겨 열릴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석은 SK가 경쟁 사업자인 KT아이컴의 발빠른 행보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상황논리와 접목돼 더 그럴싸 해보입니다.
KT아이컴은 한국통신 및 KTF와의 관계와 중복투자 문제 때문에 서비스 추진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장비 개발과 서비스 준비가 순조로운 편입니다. 일부 잡음이 있으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 보입니다.
경쟁 업체인 SK로서는 충분히 부담을 가질 상황이지요.
특히 KTF가 공격적으로 cdma 2000 1x EV-DO를 준비하자 SK텔레콤이 서둘러 경쟁에 나선 사례 때문에 이런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또 SK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은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일본 학습 열풍' 때문입니다. SK IMT 관계자들은 최근 잇따라 일본 NTT도코모를 방문, 이 회사가 10월부터 제공하는 W-CDMA 서비스 포마(FOMA)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27일 포마 단말기가 리콜을 당했다는 외신이 타전됐음에도 불구하고 SK 한 관계자는 "포마의 서비스 품질이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라며 "KT아이컴이 내년말 W-CDMA 서비스를 상용화하면 현재의 1x 서비스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SK도 W-CDMA를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지금까지 SK의 W-CDMA 전략과 다소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적잖습니다.
SK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변화는 정책적인 것이라기 보다 기술적인 대비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지요. 투자를 단행할 SK텔레콤의 경영진은 아직 '큰 결정'을 내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직 경영층은 W-CDMA의 수익성을 낙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언제가는 W-CDMA를 해야하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 기술적으로 만반의 대비를 해놓자는 게 이번 발표의 의미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다림'은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기기 업계 한 전문가는 "SK IMT가 내년 4월부터 장비 테스트에 들어가는 만큼 서비스 개시와 장비 구매 같은 '큰 결정'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판가름 날 것"이라며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