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닫힌 구글, 열린 페이스북?


인터넷 시대 양대 강자로 꼽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격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 동안 상대방을 잠재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신경전을 벌여 왔던 두 회사가 망중립성 이슈를 놓고 정면 대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발단을 제공한 것은 형님 격인 구글이다.

구글이 지난 9일(현지 시간) 망중립성 원칙 적용 대상에서 무선 인터넷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망중립성이란 "망을 타고 가는 모든 콘텐츠는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따라서 구글 주장이 관철될 경우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폰에서는 망사업자들이 '통행료'를 받고 차별 대우를 할 수도 있게 된다.

구글의 이 같은 입장은 그 동안의 철학과는 상반된 행보다. 그간 구글은 망중립성의 절대 지지자 노릇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글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변절 조짐을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자 프론티어 재단을 비롯한 시민 단체들 역시 '배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도 가세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구글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페이스북은 11일 "혁신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인터넷이 경쟁력 있는 시장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망중립성 절대 지지자였던 구글이 왜 무선 인터넷을 예외로 하자고 주장했을까? 반면 페이스북은 왜 유무선을 통틀어 망중립성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을까?

여기서 두 회사의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의 모바일 시장 승부수는 '타게팅된 데이터'다. PC와 달리 모바일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기기인만큼, 개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SNS 사업에서 실패를 면치 못한 것도 이런 출신 성분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페이스북은 '나눌수록 가치가 커지는' SNS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당연히 스마트폰 시대에도 '망중립성'이 보장되어야만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구글이 무선 인터넷은 망중립성의 예외로 하자고 주장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들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경쟁자인 페이스북의 위세를 꺾기 위해선 일종의 보호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번 공방을 지켜보면서 휴가 기간 읽었던 데이비드 커크페이트릭(David Kirkpatrick)의 'The Facebook Effect'를 떠올렸다.

'The Facebook Effect'의 저자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차이를 한 마디로 정리해주고 있다. "구글에 중요한 것이 데이터라면, 페이스북에 중요한 것은 사람(Their site was about people, Google was about data)"이라는 것이다.

구글이 망중립성에 대한 기존 철학을 뒤집은 것 역시 그 때문은 아닐까? 사람간의 관계가 중시되는 모바일 시대에 '망중립성' 같은 보호막을 그대로 둘 경우 페이스북의 위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때문은 아닐까?

PC시대 구글은 '개방과 공유의 상징'이었다. 윈도란 거대한 장막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 오픈 플랫폼을 들고 나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구글을 보면 PC시대를 지배한 MS를 닮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장벽을 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이번 망중립성 공방을 지켜보면서 'MS vs구글' 구도가 '구글 vs 페이스북' 구도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게 비즈니스의 생리일테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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