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변심을 했습니다.
대상은 비동기 IMT-2000입니다. 많은 분이 알고 계시지만 삼성전자와 비동기 IMT-2000은 꽤 오랫동안 상극이었습니다.
"3세대에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동기 IMT-2000을 해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삼성의 지론이었죠. 주장이 어찌나 셌던 지 IMT-2000 표준 논쟁 당시 삼성은 죽어도 비동기는 안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싹 달라졌습니다.
침체에 빠진 이동통신 시스템 산업을 살리려면 비동기 IMT-2000 서비스가 제대로 되고 투자도 일어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달여 전에는 비동기 IMT-2000 테스트 장비를 처음으로 KT아이컴에 납품했다고 자료까지 내며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29일에는 KT아이컴이 마련한 테스트 장비 시연에서 2~3세대간 로밍을 실현하기 위해 거의 '혼신'을 다했다는 평가입니다. 로밍 실현이 뜻대로 안돼 좀 멋쩍긴 했지만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KTF와 KT아이컴의 합병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이 많이 바뀌습니다.
삼성은 과거에 KTF가 KT아이컴을 속히 합병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야 비동기보다 동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KTF와 KT아이컴을 조기 합병한다"는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의 발언에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KTF가 KT아이컴을 조기 합병할 경우 비동기 IMT-2000에 대한 투자가 지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1년도 안됐는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삼성의 태도가 이처럼 바뀐 것은 시장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국내외를 아무리 둘러봐도 시스템 시장이 꽉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동기 IMT-2000이라도 먼저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더운 밥 찬 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시스템 분야에서 올 매출이 당초 계획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내년에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구요.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