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시민 단체와 정보통신업계를 흥분시켰던 이동전화요금인하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이동전화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와 이에 대응한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불가항변은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돼 온 일이지만 정부의 요금정책 확정이 임박하면서 다시 뜨겁게 불붙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앞으로 20여일의 기간동안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과 각계의 최종 조율 작업을 진행한 후 요금조정심의의원회를 통해 이달말까지 요금정책을 확정한다는 계획.
지금까지의 공방과 논쟁도 뜨거웠지만 남은 20여일은 마지막 마무리작업으로 더욱 뜨거운 공방과 물 밑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뜨거운 관심의 집중장 요금 공청회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최,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개최된 '시장환경변화에 따른 이동전화요금 현안에 대한 공청회'는 이동전화요금에 대한 업계와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낸 장이었다.
이동전화사업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요금인하 불가'와 '내려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재차 강조하며 한 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였다.
공방 못지 않게 뜨거웠던 것은 공청회 참석자들의 반응. 이날 공청회에는 이동전화사업자들과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물론 학계와 언론에서 대거 참석, 패널들의 주장을 시종 일관 흥미진진하게 관람했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등 유선전화사업자들도 다수 참석,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동전화요금인하가 시외전화나 국제전화에 미치게 될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를 자처하는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등 일부 패널들과 직접 만나 요금인하의 당위성을 개진하기도 했다.
◆흑자와 요금인하의 상관관계는
'기업이 흑자를 내면 상품값을 내려야 한다(?)'
이동전화 요금인하 논란은 결국 '기업이 흑자를 내면 상품값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중심에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기업의 흑자가 새로운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사용돼야 하는 투자재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업은 원천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단으로 흑자를 모두 상품가격 인하로 활용하라는 일각의 주장은 시장의 원리를 거스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YMCA,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일반적인 공산품과 달리 서비스 품질등을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서비스상품은 기업의 과당이익을 소비자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사업자의 몫일 뿐 소비자가 이를 마련해 주기 위해 비싼 요금을 계속 지출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 조신상무는 "원가 보상률이 122%에 달해 22%만큼 요금을 내린다면 원가보상률이 100%미만의 상품에 대해서는 요금을 인상해 줄 수 있느냐"며 요금인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흑자의 주원인인 경영효율성 증대 노력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TF 오석근상무는 "단기적으로는 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소비자 후생복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재원 고갈로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더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사업자들의 투자 축소는 IT산업의 경기침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소비자연맹 강정화실장은 "외국에는 보조금 지급 수준에 따라 통신요금을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제도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사업자당 연간 1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사용안하고 이를 요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품 프로모션들도 모든 가입자에게 요금인하의 방법으로 고르게 나눠주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YMCA 김종남 국장도 "통신서비스는 품질 측정이 어려워 시민단체들의 운동이라는 형식을 제외하면 적정한 요금을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박원석국장은 "투자재원 마련은 사업자의 몫"이며 "소비자가 요금으로 이를 조달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경희대 강병민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효율화 노력에 따른 흑자발생과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판단하고 요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동전화 요금, 언제 얼마나 내려야 하는가
이동전화 요금을 둘러싸고 업계와 시민단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언제', '얼마나' 내릴 것인가다. 일찍부터 이 두가지가 문제가 됐고 마지막까지 요금인하의 폭과 시기는 현안이 되고 있다.
9일 공청회에서 시민단체들은 요금인하시기는 올해여야 하고 폭도 대폭을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올초부터 줄곧 30% 인하를 주장해왔고 연내 표준요금의 기본료부터 통화요금 모두에 칼을 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참여연대 박원석 국장은 9일 공청회에서도 전 분야에 걸쳐 "연내 30% 정도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서울 YMCA도 연내 인하를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실장은 "이동전화서비스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는 만큼 물가에 맞춰 10% 인하하라"고 주장했고 서울 YMCA 김종남 국장도 "기본료와 통화료를 모두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하 불가'를 외치는 사업자들의 주장 앞에서 정부는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하 요구도 수용해야 하지만 '경기 불황'과 '적자심화'를 부르짖는 통신사업자들의 주장 역시 귀담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통부 서홍석 과장은 "정부로서는 소비자 편익과 산업활성화라는 두가지 과제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이동전화 요금은 인하하되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나름대로의 자생력을 확보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시기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이 누적 적자를 일정 부분 해소, 요금인하가 '사업자를 고사시키는' 상황은 피하는 시점에 요금인하를 적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와 이동전화 요금인하
정부는 시기나 인하폭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동전화요금에 관한한 시장 자율 원칙을 견지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가급적 정부가 관여하여 요금을 조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일관되게 이 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
정통부 서홍석 과장은 "정부가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을 인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공정경쟁 여건 조성을 통한 경쟁의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2년간 독점을 누려온 SK텔레콤의 경우 경영을 잘하는 것도 있지만 후발사업자들이 범접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속적으로 경쟁여건을 조성해 주면 가격경쟁은 자연히 일어나며 정부가 내리지 말라고 해도 요금은 내리게 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율경쟁 환경 정착을 위해 규제제도는 먼저 확립돼야 하는 선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의 입장은 크게 대립하는 상태.
LG텔레콤 임병용 상무는 "유효경쟁체제가 갖춰지고 모든 기업이 요금인하 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선행돼야만 요금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금의 요금결정 과정은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 결정에 후발사업자들이 따르도록 돼 있어 결국 후발사업자 스스로 요금 결정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SK텔레콤 조신 상무는 "사업자의 요금결정권과 시장원리에 의한 요금탄력성 등을 위해 요금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원리에 따라 요금을 결정하려면 이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전영섭 교수는 "규제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통신시장에서 정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시행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결론보다는 대의가 더 중요하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김윤경기자 yoon@inews24.com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