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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을 잃다'…진정한 강팀 될 수 없는 FC서울의 '아킬레스건'


2009 K리그가 개막하기 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FC서울이 결국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1위를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은 차치하더라도 2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마저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한다는 것은 많은 특권이 있다.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특히나 내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2위와 3위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크다.

서울은 2위를 놓치고 말았다. 2위는 무섭게 추격해오던 포항에 넘겨줬다. 승점은 같고 골득실차로 2위를 내줘야 해 더욱 아쉽다. 서울의 상대가 잘해서가 아니다. 서울은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서울은 '냉정'을 잃었다.

1일 K리그 최종전에서 서울이 만난 상대는 전남. 서울은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전남을 압박했고 후반 32분 데얀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기쁨은 잠시였다. 데얀의 골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서울이 무너지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데얀은 냉정을 잃고 말았다.

데얀은 골 세리머니를 하며 상의를 벗어서 경고 1장을 받았고, 벗은 상의를 전남 선수들이 모여 있는 벤치 앞에 내동댕이쳐 경고 1장을 추가로 받았다. 결국 데얀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명령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상대팀에 대한 조롱은 당연히 경고감이다"라며 데얀의 두 번째 경고에 대한 설명을 했다.

데얀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박항서 감독을 비롯한 전남 코칭스태프들은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데얀의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었다. 게다가 퇴장 명령을 받고 나서도 박항서 감독에 다가가 불만스러운 제스처를 취했다.

냉정을 잃은 데얀의 행동이 서울을 자멸로 이끌었다. 수적 우세를 점한 전남은 이후 경기 주도권을 잡고 거센 반격에 나서 후반 44분 정윤성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 동점골 허용으로 서울은 3위로 처졌고 전남은 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게다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나게 된 서울-전남전에 퇴장당한 데얀은 출전할 수 없다. 이래저래 데얀은 전남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그라운드를 떠난 셈이다.

서울이 이런 장면을 연출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 선수들은 너무나 중요한 경기에서 냉정을 잃은 모습을 보여 팀을 위기에 빠뜨리곤 했다. 2008년 11월9일. K리그 최종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리그 1위를 노리던 서울은 수원과 골득실 경쟁을 하고 있었다. 서울은 전반 2-0으로 앞서나가며 대량득점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대량득점에 성공할 경우 골득실에서 수원에 앞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안태은이 냉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전반 44분 서울의 안태은은 무의미한 행위로 퇴장명령을 받았다. 전반에 이미 경고를 받은 안태은은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공을 강하게 걷어차는 행동을 보였다. 당연히 퇴장이었다. 결국 후반 수적 열세에 놓인 서울은 스테보에 1골을 내주며 리그 1위에 대한 꿈을 접었다.

결국 서울(+19)은 수원(+22)과 같은 승점을 얻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전 경기였던 부산전에서 무승부만 거뒀어도 리그 1위를 할 수 있었지만 그 경기 역시 이청용의 퇴장이 빌미가 돼 패하고 말았다. 냉정만 유지했다면 충분히 리그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컸다.

서울의 스쿼드는 K리그 최고 수준이다.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도 보유하고 있다. 서울은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 강팀이다.

하지만 진정한 강팀은 아니다. 사소한 것에 흥분하고, 의미 없는 경고를 받고, 투지가 평정심을 앞설 때가 많다. 그래서 스스로 무너지곤 한다. 냉정함을 찾지 못하는 것. 서울이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시즌 뼈아픈 경험을 했는데도 올 시즌 반복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육체는 심장과 머리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심장과 머리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육체로만 얻어낼 수 있는 결실은 거의 없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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