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우리 기술팀장 최원혁씨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톡톡히 신세를 졌더라도 막상 어려움을 모면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

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중요한 프로그램도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금새 잊

어버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신 프로그램.

국내 백신 시장을 독점해온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의 V3에 맞서 '바이로봇'으로 빠르

게 성장하고 있는 하우리 (www.hauri.co.kr)의 기술팀장 최원혁(27)씨. 작년 4월 CIH 바이러

스(일명 체르노빌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그램들을

복구해 낸 이후 언론매체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하우리의 기술팀장으로 무척 바쁜 일정

속에 지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그를 만나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하우리요? '하늘아래 우리가 있다'의 약자에요. 작년 3월 컴퓨터 바이러스 동호회 활동을 하

던 5명이 모여 만들었구요. 실제 준비는 그 이전부터 해왔어요. 이유요? 국내 백신시장이 안

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밖에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새로운 회사를 만들면 기술적인 면에

서 등 서로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정리가 안돼 걱정된다는 겸손한 첫마디와 달리 하우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그는 회사에 지극한 사랑을 담을 수 밖에 없는 창립멤버다.

"정식 근무 시간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에요. 그런데 6시가 되도 퇴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요. 평균 11시는 되야 퇴근 하는 것 같아요. 처음 오신 분들은 어색해 하기도 하는데 다들 금

새 동화되더라구요. 토요일이요? 토요일도 격주 근무긴 한데 거의 다 나오는거 같아요. 일요

일도 그렇구요. 강요요? 전혀 없죠"

직원들의 끊임없는 노력 때문일까. 하우리의 프로그램이 인정받고 매출액도 커지면서 5명으

로 시작한 식구들은 이제 22명이 됐다. 초기에는 멤버들이 기술개발, 홈페이지 운영, 영업을

모두 맡았었지만 요즘에 와서 자기 파트의 일을 갖게 됐다.

"국내의 경우 안연구소의 인지도가 너무 강하잖아요. 바이로봇이 인정받기 전에는 조금 힘들

었어요. 그런데 외국에서 먼저 알아주더군요. 올초 자바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후 하우리 홈

페이지에만 올렸거든요. 당연히 설명서는 전부 한글이었죠. 그러다가 외국 사이트에 자바 백

신이 있어 다운을 받았는데 우리가 올린 프로그램이더라구요. 당시 외국에서는 자바 바이러스

에 대한 진단만 가능했거든요"

안철수씨, 하우리의 권석철사장과 함께 아시아 안티 바이러스 연구회의 국내 회원 세명 중 한

명인 그는 최근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요? 저희 경쟁상대죠"라고 시원스레 말하는 그는 안연구소에

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안연구소측으로부터 "안박사가 만나보고 싶어하니 안박사 일

정에 맞춰 서울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일정을 맞출 수 없었던 것. 그 뒤 안연구소에

서는 연락이 끊겨 버렸다.

"당시 그곳에선 저를 건방지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잠시 컴퓨터 강사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도저히 휴강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후에 제가 하우리에서 일하면서 안박사를 만날 기회

가 있었는데 '그때 왜 안왔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오해는 풀 수 있었죠. 하지만 모든

기반이 갖춰져 있는 안연구소보다는 새로 만들어 가는 하우리에서의 시작이 저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너무 바빠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못해 대구지사를 만들까 생각중이라는 그에게 국내 PC 이용

자들의 '백신프로그램은 공짜'라는 인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백신이 싸다는 느낌은 몰라도 공짜라는 인식은 없애고 싶어요. 바이러스에 걸린 프로그램을

복구시켜주는 만큼의 가격을 매기고 싶구요. 그래서 하우리의 홈페이지에는 live call 이라는

게 있어요. 한 번 접속해서 사용하면 500원의 이용료를 내도록 되어 있는 프로그램이죠. 웬만

한 기업이라도 한 번 접속해서 하루면 복구되는 바이러스가 거의 다거든요. 최소한의 비용이

라도 지불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보통 컴퓨터 게임을 두고 프로그램의 결정체라는 말을 한다. 스토리 그래픽 사운드 등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집결되기 때문. 그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게임이요? 1학년 때 발을 잘 못 디뎠어요. 작품 발표회 때 친구들은 게임을 많이 선택했는

데 저는 하드디스크 포맷하고 카피하는데 더 관심을 가졌었거든요. 지금도 후배들이 게임 만

든다고 하면 말리고 있어요"

그는 대학 입학 당시 만들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세 개 있었다. 한글 같은 워드 프로그램과 이

야기 같은 통신 프로그램, 그리고 V3같은 백신이었다. 프로그래밍을 여기에 맞춰 배울 정도

로 열심이었고 대학 2학년을 마칠 때쯤 워드 통신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백신을 만들기 위해 바이러스를 공부하던 중 우연히 그를 백신 개발자로 남게 했을지도 모를

글을 하나 읽었다고 한다. 지금 경쟁상대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안박사의 글이다.

"짧은 글이었어요. '지금도 바이러스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바이러스 제작자

는 늘 두려움에 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백신 제작자는 떳떳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

습니다. 똑같은 실력을 갖고 있다면 백신을 만들어 떳떳해 지십시오'라는 글이었는데 그걸 보

고 나니 정말 백신을 만들고 싶더라구요. 안박사님이요? 제가 그 글을 읽었는지는 모르실걸

요"

하우리를 만들기 위해 대구에서 다니던 대학원을 포기하고 상경했다는 그는 현재 동국대 대학

원에서 정보 보안학을 전공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착한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거에요. 그건 꽤 오래전부터 가졌던 꿈인

데..."

수줍은 듯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던 그가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제게 있어 하우리는 좋

아하는 상대고 발전시키고 싶은 곳이지만 여기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대학생활동

안 활동하던 과내 동아리가 있어요. '키콤'이라고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곳이죠. 이 키콤을 벤

처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제가 키콤을 나올 때 제가 연구했던 백신이나 기술들을 모두 가르

쳐 주고 나왔죠. 그것을 통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해서요. 현재는 각자 사회의 곳곳에

서 최고가 되기 위해 실력을 닦고 있지만, 언젠가는 키콤의 사람들과 함께 벤처회사를 만들

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우리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편안한 차림새 만큼이나 상쾌하고 시원했다. 자신이 맡은 일

을 사랑하며 함께했던 사람들을 믿고 아끼는 사람. 멀지 않은 미래에 그의 꿈이 현실화되는

것을 기대해도 될 듯 싶다.

/가이아 사이버기자 jiun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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