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관장들의 충성 경쟁을 평가한 것 아닌가."
19일 오후 과천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나온 지적이다. 공공기관 평가단이 92개 공공기관장 중 퇴출 대상자를 결정한 이 날 브리핑 룸에서는 1시간여 동안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평가단은 ▲영화진흥위원장 ▲한국산재의료원장 ▲한국소비자원장 ▲한국청소년수련원장 등 4명에게 해임 건의 대상이 되는 '미흡' 등급을 줬다.
석탄공사와 주택공사, 방송광고공사 등 성과가 부진한 17개 기관장들은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다음 번 평가에서 다시 경고를 받으면 퇴출 대상이 된다.
퇴출대상 기관장은 대개 수익사업과 무관한 소규모 공공기관의 수장들이었다. 명단이 알려지자 당장 "알맹이는 빠지고, 힘 없는 곳들만 된서리를 맞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은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로복지공단, 한국수출보험공사 등 17개 기관장은 퇴출 대상에서 빠졌다.
막대한 적자때문에 매년 정부에서 1천억원 넘는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공금을 빼돌리고 방만경영을 지속해 온 석탄공사도 기관 D등급, 기관장은 경고를 받고 살아 남았다.
그러나 기관 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소비자원과 청소년수련원장은 해임 대상이 됐다.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 수 십개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최대공약수는 한 가지였다.
'4개 기관장이 퇴출 대상이 된 결정적 사유가 무엇인가?'
평가단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기관장들에게 고유과제와 공통과제를 50개 항목으로 나눠 객관적 지표에 따라 평가했다"며 "작은 기관에 대한 불이익은 없었다"는 답을 줬다.
평가단 간사 박순애 서울대 교수는 좀 더 상세한 이유를 설명했다. "4개 기관의 공통점은 대체로 물론 고유과제 점수도 낮지만 공통과제의 경우에 조금 더 점수가 낮았다. 특히 선진화, 효율화 과제에 기관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해 주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큰 평가대상(대상기관 92 중 규모에 따른 구분) 67개의 기관 중에 유일하게 정원 감축을 미완료를 했다"고 지적했다. 노사관계에서도 "세 가지가 마이너스가 됐는데, 노조 전임자 수가 과다하다든지 노조 간부 인사시 노조의 동의나 소회에 있어서 평균 이상의 대우를 했다든지 징계위원회에서 노조위원장을 참석을 요하고 있다든지 몇 가지 불리한 조항들이 있었다"고 했다.
청소년수련원 역시 "선진화, 효율화 과제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고 했다. "대졸 초임을 인하했지만 보수표를 정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맞지 않게 미완료한 것으로 돼있고, 단체 협약상 역시 불합리한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청년인턴도 채용목표계획 3.5%로 기존 4%에 미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 산재의료원과 소비자원도 "선진화, 효율화 점수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기관장 평가는 6등급에 의한 비계량평가를 기본틀로 진행됐다. 정성적 요인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의미다. 종합해보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기관장들이 상당한 감점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1년에 100건에 이르는 직원과의 만남을 가진 CEO, 100번 정도 현장을 돌아다닌 도공 사장(한성대 박영범 교수 설명)" 등이 우수 사례로 꼽힌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평가의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현장과 수치를 강조하는 '이명박 스타일'이다.
방만과 부실을 털고 경쟁력을 높이자며 시작한 기관장 평가. 국민들은 과연 이번 평가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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