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쇄신 논란이 일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결국 이명박 대통령으로 공이 넘겨진 듯 하다.
지도부 총사퇴론 등 쇄신안을 들고 나선 당 쇄신특위와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 '친이직계 7인 모임' 등 이른바 쇄신파는 박희태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을 수용키로 해 정면충돌은 모면했다.
박 대표가 지난 8일 "제가 반대하는 것은 반 쪽짜리 전대, 분열의 전대이며 대화합을 위해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자 쇄신파는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표가 말한 '대화합'의 기저에는 사실상 '박근혜 당 대표 추대론'이 깔려있는 만큼 박근혜 전 대표를 전대에 내세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핵심은 9월경 조기 전대를 열어 박근혜 전 대표를 당대표로 옹립하거나 최소한 박 전 대표가 인정한 친박계 인사를 당대표로 '추대'하고 박희태 대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친박 진영은 '박근혜 당 대표 추대론''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박희태-쇄신파'의 거래에서 친박 의중은 고려되지 않았다.
친박측은 애초부터 조기전당대회가 탐탁치 않았다. '박근혜 대표 추대론'에 진정성이 담보돼 있지 않은데다, 현 위기 국면만 모면하는 땜질식 방안이라는 게 친박측은 판단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쇄신, 당 화합을 위한 '박근혜 끌어안기' 등은 박희태 대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결국 모든 키는 이 대통령이 쥔 셈이다.
◆친박계 "박근혜 대표 추대론, 얼굴마담용일 뿐"
친박계는 '박근혜 당 대표 추대론'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친박계 3선 의원은 9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박근혜 대표 추대론을)얘기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동안 박 전 대표에 비판적이었던 인물들"이라면서 "상황이 어려워지자 마지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데 그게 무슨 진정성이 있느냐"고 했다. "결국 박 전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세워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고 쇄신파의 의도에 의심을 나타냈다.
그는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이 주요 당직을 (주류가)맡고 있는데 박 전 대표가 대표가 된들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며 "또 모든 권한을 주는 것도 아닌데 (박 전 대표가)대표를 섣불리 맡게 되면 책임이란 책임은 다 뒤집어쓰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 박 전 대표가 대표를 맡는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고, 공정한 공천 제도를 지키고, 포용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표 추대론은)1회용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박근혜 전 대표로서도 4.29 재보선 패배 이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거부한 바 있어 본인은 물론 친박 인사의 '대표 추대론'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친박계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조기 전대라든지 당헌당규 파괴적인 편법을 통해서 선거에서 이기고 인기를 올리려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고 반개혁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의 국정운영 변화 및 쇄신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정개혁에 나서야 하고, 당내 민주화와 의회 민주주의를 인정하고,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어떻게 해야 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로 당 쇄신특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선동 의원도 "본질은 국정쇄신"이라며 '박근혜 대표 추대론' 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선동 의원은 이날 KBS와 MBC라디오에 잇따라 출연, "문제의 본질은 여당이 제대로 일을 못한 것으로, 책임이 청와대에 있는데 조기전대 문제로 관심이 집중적으로 쏠리는 상황인 것 같다"고 당내 조기전대 기류를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조기전대에 출마하느냐, 마느냐가 당정청 쇄신의 본질인가"라고 반문하며 "박 전 대표 출마가 본질처럼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화합의 근본 조건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진정한 화합과 국정 동반자적 파트너십 복원이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는가, 안되는가는 별개의 차원"이라며 "그렇게 일방적으로 문제를 몰아가면 장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쇄신파 "박근혜 나서야"
하지만 쇄신파는 '박근혜 대표 추대론'을 내세우고 있다.
쇄신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은 '화합형 대표 추대론'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는 노력이 쇄신특위 정치 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화합형 대표 추대론'이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쇄신의 중심에는 당내 화합이라는 무게중심이 분명히 있는 것이므로,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친박계에서 이같은 안에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무슨 의견이든 미리 전제를 깔고 가면 아무 일도 안 된다"며 "과거지사는 다 덮어주고 진정한 당의 화합을 위해 보다 진일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친박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박 전 대표가 거부할 경우에 대해선 "꼭 박 전 대표를 당 대표에 모시는 길 외에 여러가지 카드가 있다"면서 "국정 동반자로서 국무총리직을 한다든지, 친박계 인사가 당 대표를 맡는 방안도 다각적 측면에서 수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화합형 전당대회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를 근원적으로 풀 수 있는 이 대통령이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당내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어찌됐든 쇄신논란에 종지부를 찍지 않을 경우 여권내 어느 한쪽은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여당의 자중지란으로 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마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