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도 철학이 필요하다"…윤석구 큰사람컴퓨터 사장


군더더기 없는 세 평 남짓한 공간. 한켠의 낡은 책장. 그 옆, 10년은 족히 구실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책상. 벽을 마주한 책상 앞 의자는 뒤로 돌리면 곧장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거품 없는' 공간이다.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큰사람컴퓨터 본사에서 만난 윤석구(51) 사장의 집무실 풍경이다.

인터넷전화서비스업체 큰사람컴퓨터(www.ghs.co.kr)는 1989년 경북대학교 하늘소 동아리에서 '이야기 1.0'을 출시하면서 창업해 1996년 '큰사람컴퓨터' 법인으로 설립됐다. 현재 하드폰과 소프트폰 영역에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윤 사장은 2003년 큰사람컴퓨터에 통신사업부장으로 입사, 2006년에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삼성테크윈(구 삼성항공) 출신이다. 2000년도 벤처붐을 타고 IT벤처회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거품'이 가득했던 IT붐이 붕괴되면서 몸담았던 회사가 2002년에 문을 닫았다.

그는 "2000년도에 불었던 IT붐은 대단했다. 옆 자리의 동료 부장이 벤처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하루가 다르게 일어났던 때"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윤 사장은 당시 IT벤처들이 경영 원칙이 없다는 것에 당황했다.

"당장의 수익 실현에만 관심을 두고 개인적인 잇속을 챙긴 경영자도 많았죠. 투명하지 않고 경영 윤리에도 무지한 기업들도 있었고요.. 그런 벤처들은 결국 사내 직원에도, 국가에도 손실을 줄 뿐입니다. 소규모 벤처기업이라도 경영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벤처 사업가들이 스스로 사업 아이템이나 콘텐츠들이 소비자와 사회에 어떻게 이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윤 사장의 책상 위에는 손때 묻은 '인문 경영' 서적들이 놓여 있었다. 경영 이념을 묻자, 그런 거창한 건 없다면서도 책상 위 업무 일지 맨 앞장을 펼쳐보였다. 거기에는 '경청, 생각, 통찰, 행동'이 한자로 반듯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직원들이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듣고, 깊이 생각하고, 문제를 통찰해서 행동하면 대개는 일이 되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런 경영 원칙이 곧 '투명 경영'으로 이어졌을까. 윤석구 사장은 2006년 취임하면서 '무차입경영'을 시작했고 그 해부터 지난해까지 3개년 동안 직원 성과급을 지급했다. 순이익의 25%가 재원이다. 소규모 벤처기업이 이룬 소중한 성과였다.

윤 사장은 "은행 빚을 모두 갚고, '무차입경영'으로 선회하면서 이자 수익이 발생하고 매출 100억을 넘겼을 때는 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성과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액 141억원, 경상이익 10억이다. 윤석구 사장은 "현재로선 달성 수준이 미미하지만 팀장들이 목표 달성을 이루겠다고 사표를 제출하는 등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를 보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박수칠 일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이 쉽고 편한 길로만 가려고 하는 경향은 아쉽다"고 말했다.

벤처를 지원하려는 정부에 대해서도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라면서 "행정적인 잣대만이 아닌 벤처의 콘텐츠와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 전체에 음악이 흘렀다. 우수한 성과를 낸 팀장이 사장보다 월급을 두 배이상 더 많이 받아 갈 수 있는 회사, 칸막이를 낮추고 연관 업무별로 자리를 배치해 팀별 커뮤니케이션 극대화를 꾀하는 회사, 윤석구 사장은 그렇게 '시스템'과 '원칙'이 바로 선 벤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강수연기자 redato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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