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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100m 10초7! 오태근, 잠실로 달려가라!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주력을 가진 선수는 누구일까. 야구팬들이라면 주저없이 LG 오태근(31)을 후보군에 넣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빠른 주력이 도움이 될지언정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오태근이다. LG 2군은 지난 9일부터 진주 연암공대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진주로 떠나기 전 오태근을 LG 2군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 파크에서 만났다. 벌써 프로 8년차인 그의 아쉬움을 들어봤다.

육상부 오태근? '역시 야구는 발만으로는 안되는구나...'

오태근은 도곡초-휘문중-휘문고-건국대를 거쳐 2002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했다. 초등학교 때 빠른 발로 육상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6학년 때 육상부가 없어진 관계로 울며 겨자먹기로 야구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투수의 공을 치면서 다이아몬드를 돌고, 이닝이 끝나면 수비까지 하는 야구는 육상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오태근은 야구의 매력에 흠뻑 취해있었다. 그리고 그는 야구에 인생을 '올인'했다.

오태근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빠른 발이다. 지금은 어느덧 30대가 됐지만 한창일 때 그는 100미터를 10초7에 끊었다. 야구계에서는 그 누구도 오태근의 발을 쫓아가지 못했고, 그 역시 남다른 자신감으로 LG에서도 잘 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야구는 종합스포츠였다. 육상 선수에 버금가는 빠른 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출루를 해야 하는데 그는 타격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약했다. 때문에 아쉬움도 많을 수밖에 없었고, 현재도 타격 훈련에 중점을 두고 '대기만성'을 믿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창 빨랐을 때는 100미터를 10초7까지 뛰었어요. 지금은 측정을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한 11초대 초반은 나오지 않을까요. 하지만 빠른 발만 가지고서는 야구를 잘 할 수 없더라구요..."

'총알 질주'에 대한 에피소드

앞서 언급했지만 사실 오태근은 달리기로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동료 선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함께 국내 잔류군에 포함된 선배 손인호는 그를 두고 "내가 너 정도 발이 있었으면 메이저리거 됐겠다"고 부러운 눈길을 보냈고, 최동수는 "네 발, 나한테 주고 넌 그냥 쉬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네 연봉 다 줄게"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오태근 역시 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도 태어나서 딱 한 번 달리기에서 패한 경험이 있다. 그 상대는? 바로 두산 투수 김선우다.

"제가 딱 한 번 달리기에서 진 적이 있어요. 누구게요? 지금 두산에서 투수하는 김선우 선수예요. 고등학교 때 선우 형(오태근은 김선우의 휘문고 1년 후배다)하고 장난삼아 달리기한 적이 있는데, 제가 졌어요. 당연히 처음에는 선우 형한테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남들은 이 얘기하면 믿지 못하는데, 외국 나가서 몸이 부으셔서(?) 그렇지, 고등학교 때 선우 형은 정말 빨랐어요. (이)대형이보다 제가 빠른데도 말이죠. 전 다른 사람한테는 져본 적이 없으니까 그 사건 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벌써 8년차... 하지만 아직도... 오태근의 단점

오태근은 올해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75년생 손인호에 이어 잔류군에서 속칭 '투고(두번째 고참)'다. 78년생인 그는 1군에서도 중고참급에 속하지만 아직까지도 구리에서 몸을 풀어야 하는 처지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단순히 주력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태근 본인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단 타격력이 부족하다. 데뷔 이후 매 시즌마다 1군 출장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때문에 본인도 방망이에만 죽어라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그의 착한 성품이었다.

직접 대면한 오태근은 첫 인상부터 착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차분한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 선배들도 그에게 '독기'를 가지라고 수없이 조언했다. 그도 잘 알고 있기에 '나쁜 남자'가 되려고 애를 썼지만 천성을 속일 수는 없었다.

"스스로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치고받고 그라운드에서 눈치보지 말고 모든 것을 표출해야 하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선배들은 '운동장에서 욕을 해버려'라고까지 하더라구요. 독기가 없다고... 그런 면에서는 (이)대형이가 부럽기도 해요. 실수해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성격이요... 전 실수하면 눈치보게 되고 당당하지 못했거든요. 성격을 고쳐야하는 데 말이죠."

지긋지긋한 2군... 부모님,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 뿐

오태근은 올해 팀의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잔부상도 있었지만 자존심도 상하고, 실망감도 컸다. 하지만 지나서 뒤돌아보니 본인이 부족했고 그 누구를 원망할 수가 없었다. 선배들도, 동기들도, 후배들도 모두 사이판행 비행기를 탔지만 본인은 구리에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펐지만 이제는 담담히 현실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생각이다.

아무리 착한 오태근일지라도 프로야구 선수인 이상, 또 남자인 이상 뒤처지는 점에 대해서는 오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또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부모님 생각에 이제 와서 야구를 포기할 수도 없다. '갈 때까지 가자!' 이것이 2009 시즌을 앞둔 오태근의 '독기'다.

"아버지가 뒷바라지를 되게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체격이 튼실한 편이 아니라서 어머니도 무척 많이 챙겨주셨구요. 외아들이거든요. 그렇게 사랑받고 컸는데, 아직까지 2군에 있어서 정말 죄송스럽죠. 아버지는 항상 '넌 된다. 될 거다'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는 효도하고 싶어요. 또, 제가 야구를 못했는데 팬들은 많았어요. 지금도 연락하는 팬들이 있으신데, 저도 야구 인생이 끝나기 전에 빛을 발하고 싶어요. 좀 더 잘해서 뿌듯한 웃음 드리고 싶어요."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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