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 문제가 오는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초반 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8일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가진 연찬회에서 '좌편향적 법안 재정비', '과거회귀 법안 강력 저지'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기국회에서 대격돌을 예고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좌편향, 반기업, 반시장법 정비를 포함해 6대 과제를 선정하고 관련 법안 처리에 주력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거대여당의 과거회귀 입법에 맞서겠다면서 민권국회, 민생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야 정책대결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의 전망은 밝지 않다. 국회 과반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수(數)적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사검증·인사청문회와 KBS 관련 국정조사, 국정감사, 한미FTA(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등 인화성 높은 현안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이마저도 민주당의 수적 열세로 비등한 대결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국회 원내외 병행 투쟁 '투트랙' 전략을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워크숍에서 "'우리의 수가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한다면 이는 과거회귀 입법 작업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정당과 시민단체가 소통하고 힘을 합쳤을 때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국회와 거리의 '병행 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원내 뿐 아니라 외부세력과의 연대로 장외 공간을 적극 활용해 거대 여당과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외부세력 끌어안기에 나선 민주당의 첫 연대 대상은 불교계로 추측된다. 불교 신자만도 우리나라 4분의 1 정도인 대략 2천만으로 불심(佛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2천만 불자들이 들고 일어설 경우 제2의 촛불정국을 촉발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신 '불심 달래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배어 있다. 또한 지난 27일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성에 반발해 열린 대규모 범불교도 대회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불심 잡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민주당이 불교계와 주파수를 맞춰가고 있지만 관건은 불교계가 강력이 요구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여부다.
불교계는 정부의 종교편향 금지 법제화, 이 대통령의 사과, 관련자 문책 중 어청수 청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제 겨우 국정 운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더 이상 밀릴 경우 정부·여당의 정책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 청장의 사퇴를 관철시킬 경우 불교계와 민주당의 연대 관계는 자연스레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반(反)어청수, 반(反)이명박'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고, 그간 민주당을 외면했던 시민단체들을 민주당 중심으로 집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거대 여당에 대한 수적 열세를 극복할 우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특히 어 청장 사퇴를 계기로 정기국회 주도권을 잡게 되는 만큼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다소 수월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보수정책 입법에 나설 뜻을 강하게 밝힌 만큼 외부세력을 추동력 삼아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또 불교계의 여권 지지층 이탈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드라이브의 추진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 3당이 공조한다고 하더라도 어 청장의 사퇴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더라도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어 청장의 사퇴를 위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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