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 올해가 2008년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새로운 밀레니엄, 21세기를 힘차게 열어젖힌 게 벌써 10년 가까이 돼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믿기지 않는 건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은 지난 대선 때 ‘잃어버린 10년 세월’을 주장했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집권했던 10년 세월은 우리 역사에서 아무 짝에도 쓸 모 없이 허비한 시간이므로, 이제 국민이 나서서 준엄히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으리라. 그 주장이 먹혔던지 한나라당은 집권했다.
그렇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시계는 더 맹렬히 역방향으로 질주하는 모양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는커녕 불과 100여일 만에 김영삼 정부가 출범했던 1992년까지 지나쳐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들은 “군부독재 시절보다 오히려 더하다”며 이명박 정부를 꼬집는다.
그들의 셈법만으로도 20년을 홀딱 까먹은 셈이다.
그런데도 시계 바늘은 아직 제 방향을 찾은 것 같지 않다. 집권세력의 기본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은 이전 정부를 송두리째 부정하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정부를 세운 것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기업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정부가 구축한 민주적인 토대 위에서 경제적인 번영의 길을 찾아주기 바랐을 것이다. 이를 테면 ‘좌우를 통합한 민주적인 경제 발전’이 이 대통령에게 내려진 국민의 주문이었다.
결코 ‘잃어버린 10년’의 한을 풀어보라는 게 아니다.
이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명심해야 할 핵심 키워드는 그래서 ‘통합’이다. 통합은 ‘포용’으로 이루어진다. 포용은 다양한 가치와 주장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것 아니겠는가.
이 대통령이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이산’의 주인공 정조에서 배울 게 그 점이다. 정조가 개혁정치를 하면서도 성군으로 추대될 수 있었던 것은 아비(사도세자)를 죽인 정치세력(노론)마저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정치를 위해 원수까지 품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오직 하나, 백성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 집권세력은 상대 정치세력은 물론이거니와 한 때 자신들에게 몰표를 몰아줬던 국민마저 싸워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인터넷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이 뭔가. 그것을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국민의 입’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반 국민에게도 눈과 귀가 있다. 어디 보고 듣는 게 한두 가지겠는가. 하지만 그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면서도 언제 일반 국민의 입이 제대로 한 번 열려본 적이 있었는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꼭 닫힌 그 입을 제대로 열게 한 것 아닌가.
따라서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인이라면 인터넷에 고마워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는 ‘일일이 찾아뵙고 의견을 구하는 게 마땅한 도리’이거늘,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국민이 진짜 원하는 것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으니, 정치가 얼마나 편해진 것인가. 그런데 왜 그것을 거부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시계가 거꾸로 가는 까닭이 거기에 있는 것 아닐까.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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