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균 전 오픈IPTV 사장이 청와대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마련된 국민소통비서관(인터넷·뉴미디어 담당)에 내정됐다. 청와대에 인터넷 여론을 담당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생긴 것이 처음인 만큼 앞으로 그의 역할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자리가 생각보다 만만한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슬림한 조직을 외쳤던 이명박 정부가 굳이 국민소통비서관이라는 자리를 하나 더 만든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광범위한 촛불시위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를 끌어냈던 촛불시위가 인터넷에 큰 영향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발탁을 두고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가 '신권언유착'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신임 비서관 내정자는 촛불정국을 주도한 포털인 다음의 부사장으로 일했던 바 있다. 따라서 비판론자들은 이번 발탁에 대해 포털 다음을 정치적으로 포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할 만하다.

사실 이번 인사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것 또한 이명박 정부다. 촛불시위가 잠시 소강국면으로 들어가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인터넷전담반을 두기로 한 것이나 청와대에 인터넷관련 비서관을 두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또 "국제사회에 던진 메세지"라고 추후 해명을 했지만 이 대통령 스스로도 "신뢰없는 인터넷은 독(毒)"이라고 말해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느닷없는 인터넷실명제 발언도 같은 선상에 있다.
게다가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는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인터넷 여론이 현실을 왜곡하고 기업활동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포털에 이를 관리, 단속해 줄 것으로 요청한 것도 정부 조치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당수 시민언론단체와 네티즌은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는다.
특히 이명박 정부들어 방송과 미디어의 공공성이 지켜질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던 상황이다. 신문방송겸영이나 방송 민영화, 방송 유관 기관장에 대한 대통령 측근 인사 발령 등의 의심스러운 조치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미디어에 이어 인터넷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로 의심한다.
김 비서관 내정자는 시민언론단체와 네티즌의 그런 의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의 발탁을 두고 '신권언유착'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날 만큼 시민언론단체와 네티즌의 이번 인사에 대한 의구심은 적지 않다.
그것은 그가 오픈IPTV(다음의 자회사) 사장으로 오기 전에 아고라를 서비스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부사장을 지냈고, 다음에 있을 때는 동영상본부장,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는 단순한 이력 때문이 아니다.
힘의 논리나 그동안의 수많은 관행으로 볼 때 그가 인터넷을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해서 청와대의 인식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청와대가 그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보는 게 상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 비서관 내정자의 입장이 난처할 것이란 점은 누가봐도 짐작이 간다. 그는 얼마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청와대가) 인터넷을 잘 모르는 게 (현재 혼란의) 원인이지 않겠느냐"며 "(청와대에 가면) 제대로 된 국민여론을 전달하고 정보통신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 자리에서 할 일이 일부 우려대로 인터넷 여론에 대한 통제적인 '관리'의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 될지, 그가 진정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사태 해결을 위한 '수용'의 역할을 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열린 인터넷이라는 가교를 건설하려고 생각했던 초심을 끝끝내 잃지 말라는 것이다. 수많은 의심 속에서도 굳이 '호랑이굴'로 들어갈 이유는 그것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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