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방향타 잃은 IT 기술자들-중]인력 등급따라 매출 천차만별


자격증 없으면 초보 취급…합리적 기준 마련 쉽지 않아

IT 기술 인력들을 '적정한 가격'으로 대우하는 것은 기술자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인력들이 어떤 등급으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행되는 대부분의 정보화 프로젝트는 ▲투입 인력 수 ▲투입 인력들의 '등급' ▲투입 기간 등에 따라 금액을 산정한다. 이른바 '머릿수 세기'라 불리는 월별 인력당 과금(Head Counting) 방식이다.

◆등급별 인력 정해두는 게 관행

IT업계에선 '특급 기술자 2명, 고급 기술자 5명 이하, 중급 기술자 10명 이하' 등으로 등급별 투입 인력을 정해두는 것이 관행으로 통한다. 그러다 보니 IT 기술자 개개인의 '등급'은 곧 해당 업체의 매출과 직결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국가 공인 기술 자격증을 획득한 IT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등급을 부여하겠다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업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IT 서비스업체 3사가 보유한 기술 인력의 70% 가량은 정보처리분야 기사 및 기술자 자격증을 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업체들의 인력도 60% 이상이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특급, 고급 등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 전공자들이 주로 취득하는 정보처리분야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중급이나 초급 기술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IT 서비스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측은 "국가 공인 자격증을 획득한 IT 기술 인력을 대우하는 것도 정당한 일이지만,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각종 기술 자격도 폭넓게 인정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 인력 평가 표준안 개발도 진행돼

정부는 최근 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반발이 거센데다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민간 자격증 인정 폭을 넓히는 등 현직 IT 기술자들의 경력을 인정하기 위한 폭넓은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지경부의 의지다.

그러나 '현행'을 유지하자는 업계의 의견을 수용함에 따라 정부의 '개선' 의지는 퇴색되고 있다.

기술자들의 등급이 업체의 매출을 좌우한다면 더더욱 합리적으로 기술 인력의 등급을 분류해야 하는 데 현행 기준으로는 이런 작업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학-경력, 근무 경력 중심의 평가 기준만으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그 보완책으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을 통해 '소프트웨어 인력 직무수행능력 표준안'을 개발하고 있다. 이 표준안은 "중급 개발자라면 000 수준의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방식의 권고안을 넣어 기술 인력을 보다 세밀하게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안을 활용하면 발주처는 물론 사업자들도 프로젝트 성격이나 업무 척도별로 분류해 기술 인력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수단 바꾸려 애쓰지 말고 발주 관행부터

하지만 이 표준안이 그대로 업계에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한 '권고안'이라면 발주처나 사업자가 따르지 않아 효용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법령으로 지정해 강제로 지키게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자들의 '스킬'을 매번 법 개정을 통해 바꿔넣어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IT서비스학회 관계자는 "이미 국내 대형 IT 서비스업체들은 이같은 인력 평가 표준안을 자체 개발해 이에 의거 기술 수준을 나누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업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법이 따라오는(변화를 수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술 인력들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머릿수 세기' 발주 관행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곁가지인 '수단'을 바꿀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인 '발주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방향타 잃은 IT 기술자들-중]인력 등급따라 매출 천차만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