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재판매(MVNO) 도입과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반대한 의원들은 정부가 특정 사업자에 재판매를 의무화시키고 사업자의 도매 대가 산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규제완화 추세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행정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과기정위 법안심사 소위 위원들은 3년간 한시적 적용, 망이용 대가산정 범위의 포괄 적용 등으로 조문을 수정해 통과를 시도했으나, 이 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 처럼 선한 의도로 시작됐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던 정부 규제는 많았다. 아무도 지키지 않거나 역효과가 더 커져버리거나 시장의 원리와 동떨어져 버린 경우 말이다.
그래서 의원들이 정부의 '규제만능주의'를 걱정하는 건 이해되는 일이다.
그러나 재판매법을 둘러싼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보면, 의원들은 오히려 규제없는 '시장만능주의'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재판매법은 한마디로 소비자와 직결되는 소매요금은 자율화하고 도매요금은 규제해 사업자간에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거다.
KT나 SK텔레콤 같은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들의 소비자요금도 풀어 발빠르게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대신, MVNO로 신규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회사의 망을 빌려 이동전화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때 MVNO로 들어오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지배적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려면 도매 산정 대가에 개입해야 한다는 게 정부생각이다.
기본료 인하 같은 폭압(?)적인 방법없이, 이동전화 요금 20%, 가계 통신비 30%를 내려야 하는 정부로서는 당연한 조치다.
요금인가제 폐지로 소매요금에 대한 규제권한을 놔 버린 정부가 도매에 까지 '무규제'로 일관한다면 KT나 SK텔레콤외에 다른 통신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업자 수가 제한되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통신요금이 인하될 수 있을까.
90년대 초 선보였지만 비싼 망이용대가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저렴한 인터넷전화(VoIP)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소매가 아닌 도매 대가 산정에 개입하는 것까지 지나친 행정권 남용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아무리 17대 국회 막바지라고 하지만, 의원들의 설익은 문제제기가 실망스럽다. 의원들은 법상의 MVNO로 과연 요금이 얼마나 내릴 수 있을 지에 관심을 갖고 미흡하다면 정부에 법 개정이후 대책을 촉구하는 게 옳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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