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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강국 우리가 이끈다] ②한국기계연구원


산업 기반기술 핵심 분야 연구개발 및 지원

기계 및 재료기술은 모든 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원가를 좌우하는 기반기술로, 최근 들어 각광받는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기술(BT), 환경기술(ET) 등 신기술도 탄탄한 기계기술 기반 위에서 성장가능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이처럼 모든 산업의 기반기술이 되는 기계·금속 분야 연구개발, 시험평가 및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신산업 기술 등과의 융합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계연구원의 중점연구분야는 나노기계기술, 지능형 생산시스템기술, 환경기계기술, 에너지기계기술, 시스템엔지니어링기술로 나뉜다.

이를 크게 세 분야로 분류한 초정밀 나노기계기술, 환경·에너지, 시스템엔지니어링 기술 등에서 각 분야의 주목할 만한 연구를 소개한다.

◆'플라즈마' 활용, 성능좋은 매연여과장치 개발

최근 환경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기계연구원은 '플라즈마' 기술을 응용한 매연여과장치(DPF)를 개발, 화제가 됐다.

DPF는 배기관에서 배출되는 매연의 95% 이상을 필터에 모아, 섭씨 250도 이상의 열로 태워 없애는 장치. 하지만 차량이 서있거나 서행시 불이 쉽게 꺼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기계연 청정환경기계연구센터 송영훈 박사팀이 가스레인지 불꽃에 비해 수백 수천배 강한 불꽃을 만들 수 있는 플라즈마 발생장치(연소기)를 적용, 탁월한 성능을 가진 DPF를 개발한 것.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와 구분되는 제4의 물질로 기체에 높은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되는데 이때 이온화된 기체를 의미한다.

이같은 플라즈마 원리를 응용한 연소기는 초속 20m의 강한 태풍이 불어와도 연소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송박사팀은 작년 3억원을 들여 이같은 DPF 자체개발에 성공, 관련기술을 현대자동차에서 분사한 벤처기업(HK-MnS)과 연구소기업(템스)에 최소 105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이전키로 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물론 이는 기술 상용화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2014년까지 받게 될 금액을 뜻하지만,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이란 점에서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클 전망이다.

이 DPF는 대형 차량은 물론 중소형 차량 등 활용범위가 넓다는 것은 물론 플라즈마를 활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청정환경기계연구센터 차민석 박사는 "플라즈마와 연소기술을 융합한 기술로는 세계최초"라며 "향후 연소기 외에도 발전소, 로켓추진, 전투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따라 연간 2~3천억 원의 정부보조금을 통해 DPF 부착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즈마 연소기는 대기오염 개선효과와 완성차의 경쟁력 제고에 더욱 기여할 전망이다.

차 박사는 "플라즈마 연소기는 이미 관련기술 특허를 출원했고, 올해 해외업체와 마케팅이 가능한 파트너를 찾을 예정이라 앞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연에서 본뜬 기술 '자연모사'

기계연구원이라고 딱딱한 기계만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천장에 거꾸로 붙어도 안 떨어지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사람 귓속 달팽이관에 있는 미세한 털, 물을 밀어내는 연꽃잎, 강철보다 강한 거미줄을 연구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바이오메카트로닉스팀을 이끌고 있는 김완두 박사는 자연모사를 통해 기계기술을 기반으로 한 나노-바이오 메디컬 융합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자연모사 기술(nature inspired technology)이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생물체나 생체물질의 기본구조, 원리와 메커니즘을 모방하고 응용해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최근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스티키봇(Stickybot)'은 유리벽을 기어오르기 위해 게코도마뱀의 발바닥 부착력을, 박태환 선수가 입었던 수영복 '패스트스킨 프로'는 물 속 저항을 줄이기위해 상어표피 돌기를 응용한 자연모사의 산물이다.

기계연구원은 거미줄과 연꽃잎 효과를 응용한 스마트 기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캐나다 생명공학회사인 넥시아는 거미줄 유전자를 염소에 이식해 염소의 젖에서 거미줄 단백질을 추출한 뒤 전기방사공정으로 인공거미줄인 '바이오스틸(biosteel)'을 개발했다.

전기방사공정은 거미줄 단백질이 포함된 용액이 나오는 노즐과 전극 사이에 고전압을 걸어주면 용액이 섬유형태로 퍼져나가 인공거미줄이 만들어지는 과정. 단 섬유가 제멋대로 뿜어져 나온다는 게 문제였다.

기계연은 이 문제도 노즐 옆에 전극을 설치, 나노섬유가 효과적으로 뿜어져 나오게 만들었으며, 나노섬유를 통해 화상을 치료하는데 쓰는 거즈, 인공장기나 조직을 만드는 구조물지지체(스캐폴드: Scaffold) 개발을 진행중이다.

김완두 박사는 "나노섬유를 뿌려 만든 거즈나 장비는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지만 미세한 틈새로 공기가 통해 빠른 시간 내 새 살이 돋는다"며 "장기적으로는 아예 심장을 만드는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표면에 물기나 먼지 없이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연꽃잎 효과를 응용한 연구도 김 박사팀의 대표 연구과제다.

연꽃잎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돌기가 산봉우리처럼 있고, 그 위에 나노미터 크기의 돌기가 나무처럼 배열돼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연꽃잎은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맺히도록 하는 효과를 보인다. 독일에서는 연꽃잎 위를 굴러 내리는 물방울을 응용해 스스로 먼지나 때를 없애는 페인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계연에서는 이러한 연꽃잎 효과를 활용, 투명한 필름을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완두 박사는 "현재는 가로세로 3cm정도의 작은 면적이 1주일쯤 연꽃잎 효과를 내는 정도"라며 "이를 큰 면적에 균일하게 구현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큰 면적에 구현되면 자동차 선탠용 필름과 사이드미러, 건축물 내외관의 유리창, 태양전지판 표면, 거리 표지판에 부착되면 표면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에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까지

산학연 26개 기관이 참여, 총 4천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사업도 기계연의 대표 연구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자기부상열차는 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부상시켜 움직이는 열차로 선로와의 접촉이 없어 소음과 진동이 적고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독일, 일본, 중국에서 운영중이다.

기계연구원은 지난 1989년 시작한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통해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실용화 모델 시제품 차량 개발에 성공, 실용화사업 단계를 추진중이다.

실용화 사업은 2006년 말부터 2012년까지 6년간 시속 110km급 무인운전 자기부상열차 시스템 개발과 7km 이내 시범노선 건설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인천시가 국내 첫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범도시로 선정, 인천공항여객터미널에서 용유역을 잇는 6.1km구간에 시범노선이 건설되며 2012년 시험운행에 들어가게 된다.

기계연이 사업단의 총괄기관을 맡아 시스템통합, 차량개발(로템), 시범노선 구축(한국철도시설공단)을 핵심과제로 수행할 계획이다.

자기부상열차 연구팀장 김동성 박사는 "우리나라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은 기술개발에서 실용화까지 30여년 걸린 일본에 비해 22년 정도로 기간을 단축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김동성 박사는 또 "교통수단은 20년 단위로 바뀌는 만큼 21세기는 자기부상열차가 대량교통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자기부상열차시대가 이미 열렸으므로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뿐 아니라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기술개발에도 역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실용화사업으로 넘어갔다면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은 아직 시작단계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는 바퀴 없이 전자기력을 이용해 궤도 위를 떠서 달리는 방식으로 원리는 시속 100㎞인 중저속 자기부상열차와 비슷하다. 그러나 속도는 이보다 4~5배 빠른데다 비행기보다 저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각국이 시속 400㎞ 이상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기계연도 지난 2006년부터 2020년 개발완료를 목표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착수했다.

김 박사는 "현재 독일과 일본, 미국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부상 기술 및 달리는 방식 등을 비교 검토하는 중"이라며 "초기전문화 사업을 추진해 실험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2016년경에는 시속 550㎞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를 시험운행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76년 기계 및 금속 분야의 산업기술 향상과 수입 기계류의 국산화 목적을 갖고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출범했다. 81년엔 한국선박연구소와 통합됐으며 89년 부설 해사기술연구소 및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됐다. 92년 한국기계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본원을 창원에서 대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96년엔 부설 항공우주연구소가 독립하고 99년엔 선박 해양공학연구센터를 한국해양연구소로 이관해 조직과 인력이 종전보다 줄어들었다. 지난 2007년엔 부설 재료연구소가 설립됐다. 2007년 11월 기준으로 정규직 291명을 포함, 직원수는 총 600명에 달한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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