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TV 중간광고' 꼭 해야하나


지난해 TV 시청자들은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가발을 쓰고 나타나 손으로 자신의 이마와 무릎을 마구 두드리는 네 명의 개그맨에 열광했다. 이름하여 '마빡이'.

모 지상파 방송국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세상과 조우한 '마빡이'는 온 국민이 자기 이마를 쳐대며 한바탕 춤을 쳐대는, 외국인이 보면 기괴(?)하게 생각할 정도의 집단행동을 낳기도 했다.

이 같은 마빡이 열풍은 이후 인터넷 UCC로 퍼져 나갔고 영화로까지 만들지기도 했다.

이렇듯 한 사회의 유행(fashion)과 문화(culture)적 소비 행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지상파 방송이다.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제 아무리 힘을 발휘하고 있는 세상이라지만 지상파 방송국은 막강한 콘텐츠 제작파워를 앞세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화적 핵심코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그 흐름의 시작과 맺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마빡이', '주몽', '거침없이 하이킥' 등 그 실례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상파 방송에서 제작하고 방영하는 오락 및 드라마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현상의 핵심 키워드이다. 또 문화콘텐츠 산업의 방향성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일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의 오랜 숙원인 중간광고를 허용하자 방송계를 비롯해 언론계 안팎이 시끄럽다.

케이블TV방송협회와 신문협회, 그리고 언론관련 시민단체는 '광고시장의 불균형을 자초하고 시청자복지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이를 허용한 방송위원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갑론을박이다.

여러 영향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간광고' 확대로 인해 지상파 방송의 상업적 편향성은 더욱 심화되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문화적 토양과 환경이 변질되고 왜곡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상파 방송은 우리 사회의 문화 상품를 만들어 내는 거대한 '공장'과도 같은 곳이다.

공장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고 상업적 자본에 의해 휘둘린다면 어떤 상품이 나오겠는가.

중간광고에 따른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시청자에게 복무해야 할 지상파 방송이 자본이 원하는 식의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프로그램 제작에만 몰입한다면 이는 곧 콘텐츠의 왜곡, 더 나아가 자본의 입김이 한번 쒸여진 변질되고 획일화된 문화 상품만을 양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시청률이 낮은 시사교양 및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등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들은 방송사 개편 때마다 폐지 1순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중간광고가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시장 경제체제에서 자본이 꼭 비난받거나 외면 당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한 나라의 문화적 척도를 가늠하고 이를 이끌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상업적 자본권력은 어느 정도 제한되고 감시받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이 같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굳히 디지털 방송시대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면 MBC나 SBS에도 시청료 같은 공적자금을 지급하는 방안(물론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을 모색하거나, 경영 합리화를 통해 이루는 방안을 먼저 생각해야지 자칫 문화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험을 할 필요가 있는가.

이번 중간광고 확대 도입으로 인해 시청자와 대다수의 국민들이 문화의 형성과 향응의 주체가 아닌, 공공성을 가장한 자본이 만들어 내는 왜곡된 문화의 꼭두각시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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