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민주주의]"'99년과 2007년 반복되는 역사"

동서파트너스 김기중 변호사 인터뷰


"좋지 않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8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네요."

지난 '99년 헌법재판소에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조항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동서파트너스 김기중 변호사(43)를 만났다.

선한 얼굴 때문인지 그는 '투사(?)'이기 보다는 꼼꼼하고 얌전한 '학자'에 가깝게 보였다.

김 변호사가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와 함께 "정보통신부 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불온통신에 대한 취급을 거부·정지·제한토록 명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53조)에 위헌소송을 낸 건 '99년 8월의 일. 90년대 중후반 인터넷 검열 철폐 운동이 정점에 달하면서 이뤄졌다.

3여년의 공방끝에 200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6:3의 의견으로 위헌 판결했다.

당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불온하냐 여부를 행정부(정통부)가 판단해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포괄입법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재판소는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 표현에 대해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법률규정으로 광범위하게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의의를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헌재 판결의 핵심은 정부가 직접 명령한다는 점과 국민 당사자가 아닌 사업자(기업)에 명령을 내려 기업들이 스스로 자기검열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거죠."

헌재 판결이후 우리사회에서 인터넷 검열을 둘러싼 논란은 사라졌을 까.

안타깝게도 다음의 삼성 관계사(삼성코레노) 노조 카페 삭제나 네이버와 다음의 이랜드 노동자 관련글 삭제 등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의 규정에 따라 포털들이 법원 판단이 있기 전이라도 논란되는 글을 임의차단해서 못보게 하면 나중에 손배책임에서 경감되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삭제명령권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정통부가 관련법을 들어 13개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있는 북한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명령하자 관련단체가 불복하는 등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헌재 판결이후 ▲ '불온통신'이 '불법통신(이하 정보통신망법)'으로 ▲ '전기통신사업법'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로 바뀐 것 외에, 유사한 법 규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헌재 판결 이후 같은 해인 2002년 12월 26일 정통부가 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불온통신'이 '불법통신'으로 바뀌었다. 귀에 걸었다가 코에 건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그후 2007년 1월 27일 전기통신사업법에선 '불온통신'이란 말까지 사라졌다. 하지만 같은 날 다른 법인 정보통신망법(44조의7)으로 부활했다.

정보통신망법 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의하면 "관계 행정기관(국가정보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는 조항도 있다.

김기중 변호사는 "당시 헌재 판결은 (법원 판단이 아닌 행정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법률규정은 명확해야 하고,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 (웃음) 불온통신이 불법통신으로 수정돼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불온이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못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 전이라도 행정부가 불온이든 불법이든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관련 게시물을 삭제토록 명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고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99년 전기통신사업법상 '불온정보' 에 대해 위헌소송에 나선 사람은 당시 PC통신 나우누리 가입자였던 김선욱씨였다. 2007년 위헌 소송을 준비중인 곳은 인터넷홈페이지에서 북한관련 게시물을 삭제당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민주노동당 등 10여개 단체다.

김기중 변호사는 "PC통신이냐 인터넷이냐가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불온통신'이 '불법통신'으로 바뀌어도, 위헌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당시 법개정을 주도했던 2002년 10월 16대 국회에서도 이야기 됐다.

헌재 판결이후 정보통신부가 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열린 공청회에서 박상희 의원(과정위)은 "어떻게 조정하든지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소송을 다시 제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질의한 내용도 속기록에 남기 때문에 향후를 대비해 질의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2년 당시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성명]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불온통신 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환영한다!

오늘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재판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와 같은법시행령 제16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결정을 전적으로 환영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제 시행 1년을 앞둔 시점에 나와 더욱 큰 의의가 있다.

...중략

국가가 어떻게 국민의 표현에 대하여 '불온하다'는 이유로 난도질할 수 있는가! 이 판결이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많은 이용자와 사이트들이 폐쇄되거나 서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중략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인터넷내용규제와 관련한 법제도에 전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영화의 경우, 사전 검열의 위헌 판결 이후에도 공연윤리위원회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이것은 다시 등급보류 결정의 잔존으로 탈바꿈하면서 검열이 망령처럼 되살아나곤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한 이번 판결의 취지는 결코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공대위는 다시한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환영하며, 최후의 인터넷 국가 검열이 사라질때까지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

2002년 6월 27일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임태훈·진관·홍근수

박 의원의 예상 덕분일 까. 지난 '99년 '불온통신'과 형제격인 '불법통신'에 대한 헌재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김기중 변호사는 공익소송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덕수 출신이다. 덕수에서 나와 동서파트너스에서 미디어, 지재권 등을 맡으면서 공익소송에도 참가하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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