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라이프, 국내서도 통...할까


한국 웹 진화방향도 모색해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한다. 로그인을 한다. 또 다른 나 '아바타'로 3D 가상 공간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다. 친구들도 만난다. 게임도 한다. 쇼핑도 한다. 어디서? 두번째 인생, '세컨드라이프'에서.

세컨드라이프가 화제다. 웹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구글과 함께 세컨드라이프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지난 2003년 미국업체인 린든랩이 만든 웹 기반 3D 가상현실 공간이다. 타인과 대결을 하지도, 등급이 존재하지도 않으므로 게임이라 정의하긴 힘들다. 그저 온라인의 또 다른 세상이라고 하면 딱 맞다.

세컨드라이프는 오로지 플랫폼과 툴만 제공한다. 일단 접속하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 사용자 스스로 창조한다.

가상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은 물론,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스스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 판매금은 실제 세상의 돈으로 환전한다. 그야 말로 현실과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이다.

최근 콘텐츠경영연구소의 주관으로 열린 '가상현실 비즈니스와 차세대 UCC 전략' 포럼에서는 세컨드라이프를 중심으로 한국의 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스스로 개척하는 제2의 인생

지금까지 국내에 등장했던 게임, 블로그, 미니홈피 등의 서비스들은 환경과 방식을 모두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이 곳에서 사용자들은 단순히 즐기기만 했다. 편리할 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컨드라이프의 경우 모든 것을 사용자들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린든랩의 윤진수 부사장은 "세컨드라이프 플랫폼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어떤 형태로든 사용자들이 만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세컨드라이프는 실제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다. 경제활동도 할 수 있고,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세컨드라이프를 두고 "게임, 커뮤니티, 인터넷쇼핑몰, 인터넷 광고 등이 모두 융합된 새로운 모델의 서비스다"라고 규정했다.

현재 세컨드라이프는 베타서비스 형태로 한국어 서비스를 일부 제공 중이다. 전체 사용자 중 한국인도 극히 소수다. 윤진수 부사장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3%가 유럽인이다. 아시아인은 3%에 불과하다.

◆국내서도 통...할까?

린든랩은 현재 세컨드라이프의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세컨드라이프가 외국어 서비스를 한 첫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 웹 문화의 어떤 점이 세컨드라이프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린든랩코리아의 김율 지사장은 "린든랩은 한국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적인 요충지"라고 말했다. 윤진수 부사장도 "한국에 인터넷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 정부와 기업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인프라가 갖춰지고,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 과정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 비해 확산 속도가 더디고 덜 열광적인 아시아 지역에 기반을 잡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세컨드라이프 국내에서 전방위적인 관심 대상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컨드라이프가 가지고 있는 혁명성과 개방성이 국내에 어느 정도까지 이식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아직 한국인은 세컨드라이프의 '완전한 오픈'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인다.

위정현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린든랩과 독점적인 계약을 맺고 싶어한다"면서 "모두에게 개방된 세컨드라이프에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진수 부사장도 "한국 기업은 세컨드라이프와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해 라이센스 형태로 한국에서의 사업권을 가져가고 싶어한다"면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게임도 아니고, 커뮤니티도 아니고, 쇼핑몰도 아닌 세컨드라이프의 정체성에 사용자들도 혼란을 느끼는 듯 하다.

KT 콘텐츠사업담당 이치형 상무는 "웹2.0의 개방모델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마인드 전환을 뛰어 넘어 새로운 구조에서 새롭게 해야하지 않나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김율 지사장도 "미션이나 레벨업이 없기 때문에 게임을 생각한 사용자들이 당황하고 허탈감을 느끼는 것을 봤다"면서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생각하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이 부재한 성공은 불가능

세컨드라이프가 한국에서 성공을 할 것이냐, 못 할 것이냐의 문제를 떠나서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웹 문화가 정체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들이 존재하고 있다.

위정현 교수는 "한국사회가 새로운 콘텐츠를 배양할 수 있는 구조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며 "최근 한국 영화 등 한류의 인기가 사그라 들었는데 이는 필연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저작권 자체를 오픈하고,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해 장기적인 대의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 한국에서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위 교수는 "이러한 특징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전체구조를 만든 뒤 나의 역할과 다른 사람의 역할을 나누어 발전시키겠다는 관점을 한국이 가지고 있냐"고 반문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컨드라이프의 한국 성공 여부는 이차적인 문제이며, 그 이전에 한국의 웹이 진화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과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를 개념화시켜 다음 단계에 이를 활용하는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위 교수는 "웹2.0의 정신은 참여와 개방, 그리고 공유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이 시스템적으로 추구하고 있었다"면서 "웹2.0은 미국이 만든 새로운 철학적 개념으로 포장돼 세상에 나왔다" 꼬집었다.

정부 주도의 엄격한 규제 정책에 대한 어려움도 있다.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플랫폼만을 제공하고 모든 것은 사용자들이 알아서 하고, 모든 책임도 스스로 지게하는 세컨드라이프의 행태로 국내 업체가 서비스 할 경우에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린든랩은 상당히 편하게 한다"며 "국내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하면 욕을 먹기 때문에 개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쉽게 쉽게 하자는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설영기자 ronia@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