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경제부 의뢰를 받아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 '전략적 서비스산업의 중장기 발전방안'은 방송콘텐츠 시장과 문화산업 분야에 대한 각종 규제 철폐와 정책적 지원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디자인 ▲광고 ▲방송콘텐츠 ▲문화산업 ▲온라인게임 ▲의료 ▲회계 ▲법률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 대응책 마련에 참고하기 위해 작성됐다.
특히 방송콘텐츠와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독점적 방송광고공사 체제에 따른 광고시장 왜곡 철폐, IPTV 조기도입, 광고기업에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의 각종 기금 폐지, 문화산업 기반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방송산업, "광고공사 독점체제 개선필요"
KDI는 방송콘텐츠 산업에 대해 높은 소득의 고용을 창출하는 동시에 성장률도 높은 '장밋빛' 산업으로 분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2004년까지 방송산업의 매출 증가율은 14.2%, 고용 증가율은 8.3%에 달한다. 서비스 산업 전체(매출 증가율 7.5%, 고용증가율 4.1%)와 비교할 때 고속 성장산업이다.
외주제작 시장의 성장지체와 독립제작사의 영세성이 지속되는 점은 현실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004년 5월 현재 417개의 독립제작사 가운데 70.9%(295개사)가 자본금 3억원 미만 사업자로 나타났다. 같은 비율인 293개사는 종업원 20인 미만으로 조사됐다.
특히 KDI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대행을 독점하는 방송광고공사 체제가 외주제작시장의 활성화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해 이목을 끌고 있다.
방송광고공사의 가격규제로 인해 광고시간 단가에 시청률이 반영되지 못하고, 광고시장이 왜곡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광고공사 체제가 방송사의 자체제작과 외주제작간 효율적 선택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외주제작 시장의 낙후로 대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저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KDI는 방송광고시장의 경우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우선 단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부부서, 자회사, 독립미디어렙의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해야 하며 ▲방송광고의 가격규제를 폐지하고 미디어렙에 대한 대기업, 외국자본, 방송사 지분제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를 위해 미디어렙간 출자는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시각이다.
KDI는 아울러 유료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영세성도 외주제작 시장을 저해하는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일부 대기업 계열을 제외한 일반 PP는 규모가 영세해 외주제작비의 지급능력이 열악하고, 양질의 방송콘텐츠 개발 수요도 저하시킨다는 것.
KDI는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증가에 따라 사실상 24지역에서만 경쟁이 일어나 전송플랫폼의 경쟁이 지체되는 동시에 PP의 영세성을 지속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KDI는 전송 플랫폼사업자간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는 측면에서 수평적 규제체제 도입 이전이라 할지라도 IPTV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이목이 끌린다.
KDI는 IPTV 사업자의 원활한 시장진입을 위해 유료방송 시장 소유규제를 완화해 이를 테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의 30~33%를 소유 상한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공정경쟁을 위해 통신사업자에 대한 결합판매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분석, 정보통신부나 통신기업들의 입장과 유사한 측면을 보였다.
◆광고산업, "준조세성격 기금부과 폐지필요"
KDI는 광고산업은 자체 성장성도 높은 동시에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2004년사이의 광고업 매출 증가율은 12.6%, 고용 증가율은 6.1%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서비스산업의 매출증가율(7.5%)과 고용증가율(4.1%)보다 높은 수치로, KDI는 광고산업이 광고물 제작 및 방송매체 산업 등과 강한 연계가 있으며 특히 제조업에 대한 '후방 연쇄효과'가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KDI는 종사자의 연령층이 낮으면서도 고소득을 창출하는 양질의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지난 2004년 광고산업 종사자 총 2만8천854명 가운데 30~34세(26.3%)와 25~29세(25.6%)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1인당 평균소득이 서비스산업 평균(2천120만원)을 넘어 3천620만원에 이른다.
KDI는 광고산업이 비교적 조기에 개방돼 국제화가 많이 진전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 91년 국내 광고시장 개방 이후 다국적 광고회사의 국내진출이 활발해 광고의 과학화 등 광고산업의 업그레이드가 촉진 됐다는 것이다. 보거서는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진 99년 이후에도 국내 업체들의 매출 및 고용 증가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평가한다.
KDI의 광고산업에 대한 평가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DI는 옥외 광고물에 부과하는 체육진흥기금, 방송광고에 부과하는 방송발전기금 등 광고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각종 '준조세'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만을 통해 방송광고를 거래할 수 있는 현행 방송광고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광고시장의 기초적 분석능력 및 국제화 추진역량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중장기 과제로 소비자 특성에 관한 조사분석 기능 및 기초연구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광고산업 종사자들의 외국어 및 외국문화에 관한 전문성 축적이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제대학원과 홍보전문대학원의 인력양성 과정을 별개로 추진할 필요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화산업, "기반기술 지원확대 필요"
KDI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동력이면서 국가 브랜드와도 직결되는 주요 산업으로 문화산업을 꼽았다. 이를테면 만화의 성공이 영화 및 캐릭터 상품 등으로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으며 투자에 대한 위험이 따르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성립되는 것이 문화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KDI는 문화산업의 경우 산업적 육성과 예술적 보호가 혼재돼, 우선 문화산업에 대한 성격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적 육성이 목표일 경우 상업적 기반의 시장원리에 따라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DI는 전문경영인의 영입이 저조해 투자기회를 수익극대화로 연계하지 못하고, 결국 외부자본의 유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이 문화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일시적 경기침체에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업계 공동으로 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이에 기초한 상품개발을 추진하는 공조시스템이 취약한 것이나 불법 유통구조 및 저작권 보호 등에 대한 업계와 행정력이 미흡한 점 역시 약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KDI는 문화산업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기업들과의 제휴를 지원하고 국내외 산업 및 시장에 대한 조사분석 자료를 축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병행해 ▲상품과 서비스의 결합(예 대장금표 쌀) ▲한류와 관광의 결합(예 겨울연가와 남이섬 관광) ▲종교와 관광결합(예 템플 스테이) ▲새 문화상품개발(예 비보이, 난타) 등 다양한 형태의 융합상품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 정부는 기반기술개발과 범용기술 개발에 지원하고, 업계가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원칙을 수립하고 산학연 연계가 강화돼야 하며, 인력교육 실시 방안 및 활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온라인 게임산업, "국제경쟁력 확보 방안 절실"
KDI는 온라인 게임산업에 대해 10년의 짧은 역사에도 세계 1위의 위치를 확보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2002년 이후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이루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KDI는 콘텐츠 창작력과 기술개발, 온라인서비스를 핵심요소로 구성된 종합산업인 온라인게임산업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킬러애플리케이션'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전통적 글로벌 메이저 게임회사들의 시장 진입 ▲아시아 중심에서 글로벌 무한경쟁체제로의 전환 ▲해외 현지 기업들의 한국개발기업 인수 등 경쟁환경으로 인한 각종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온라인게임 분야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인력육성, 조직관리, 마케팅, 자금력 등이 취약하고 게임 고품질화를 위한 그래픽이나 인공지능 등 원천기술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여전하다는 산업적 취약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라이선스 위주의 해외진출 모델이나 글로벌 서비스 역량이 부족한 것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KDI는 단기적으로 거래인증제도 정착 등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게임중독치료 등 사회적 인식 개선노력과 사업자의 건전한 기업활동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산업 포트폴리오 구성 및 인력 기술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화, 대형화, 해외공동개발, 동반진출장려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아기자,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